질염에는 종류가 여럿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게 칸디다 질염, 가드넬라 질염, 트리코모나스 질염이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기생충에 감염되어 발생한다
기생충은 목욕탕이나 수영장에서도 감염된다
사실 성병보다는 전염병에 가깝다
칸디다, 가드넬라는 기전이 좀 복잡하지만
그들의 별칭은 ‘여자의 감기’다
감기도 성병이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면
이 역시 결코 성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질은 자체적인 면역 체계를 갖추고 있다
질에 사는 유산균들이 질내 산성도를
pH 4.5 정도의 약산성으로 유지하는 것
이것이 질 면역 체계의 전부다
상당히 단순하고 허술해 보이지만
세균의 습성을 알면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질염균 같은 세균들은 세포벽을 가지고 있는데
1.0~3.0 정도의 강산성 환경에서는 세포벽이 녹아버려서
더 강한 세포벽을 꺼내 갈아입고 아득바득 살아남는다
칸디다 진균. 질염계의 유명인사다
그런데 4.0~5.0 정도의 약산성 환경에서는
세포벽이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고
그냥 찔끔.. 찔끔.. 녹기만 한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세균: 아.. 또 부서지네.. 갈아입어야 되나(귀찮)
세균: 웬걸? 버틸만해
아니? 오히려 좋아
세균이 생각하길 세포벽 갈아입느라 힘쓰느니
그냥 약해진 채 얌전히 살기로 마음먹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이유로 질의 산성도를 유지해주는 유산균이
질 면역력의 최전방 방어선이 된다
그런데 질유산균은 제법 개복치다
좀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픽픽 죽어버린다
질에 사는 유산균이 죽으면 4.5 정도로 유지되던 질의 산성도가
최고 7.0까지 올라버린다(혈액의 산성도와 동일함)
7.0은 빼도 박도 못하는 중성이고
중성 환경에서는 세균의 세포벽이 공격 받지 않는다
그러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세균:
풍악을 울려라!!!!!!!!!
예!!!!!! 전하!!!!!!
살판난 질염균의 잔치판이 벌어진다
그래서 여자들이 피곤하면 질염에 시달리는 거다
정리하자면 질염은 성병 같은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유산균의 떼죽음으로
질의 산성도가 유지되지 않아서 생기는 질환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생각했다
‘균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있으니까
질에 사는 균을 먹으면 유산균이 질에 정착해서
질염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찾아낸 것이 바로
질유래유산균이다
말 그대로 건강한 여성의 질에서 발견되는 유산균 중
강하고, 정착력 좋고, 산성도 조절에 기여하는 유산균이다
그리고 한 연구에서 무작위 여성군이
질유래유산균을 섭취하자
3~5일 후에 정말로 질에서 같은 유산균이 발견되었다
과학자들의 가설이 멋지게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신기한 사실이 더 밝혀진다
문화권별로 장에 사는 유산균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각 문화권별 여성들의 질 환경도 조사해본 결과…
출처: VOGUE 2017년 3월 화보
인종마다 질에 사는 균주도 모두 달랐다!
질에 사는 균주가 다 다르다면 질의 환경도 다르다
유산균마다 생성하는 젖산도 다르고,
젖산이 달라지니 질내 산성도도 다르고,
질염균에 대항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아주 당연한 사실 하나를 유추할 수 있다
‘자국 여성의 질에서 유래한 균주를 먹어야
진짜 효과를 볼 수 있겠구나!’
균도 살아있는 생명이다
자기들끼리 꽁냥꽁냥 사는데
갑자기 굴러온 균이 콕 박혀버리면
자기들끼리 혼란스러워하다 스트레스 받고 죽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그렇다는 건 아니고 다른 종끼리 반응을 일으켜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하지만 효과 있는 질유래유산균은 개발하기 어렵다
질유래유산균의 대부분이 유럽균주를 사용하는 것이 그 증거다
우리 나라도 몇 년 전까지는 유럽산을 사용했지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인정하길
과학 인프라 세계 2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은
건강한 한국 여성의 질에서 유산균을 분리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 균주의 이름은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MB01’
줄여서 ‘MB01유산균’이라고 부른다
특허 받은 지 6년이 되어가는 이 유산균은
질염을 일으키는 세균과 싸워
최소 9시간, 최대 24시간 내에 사멸시키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보여주었다
실로 전투민족의 유산균다운 모습이다
MB01유산균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질 산성도도
정상으로 돌려놓는 모습을 보여줬다
질 산성도만 제대로 유지되면
여성들은 피곤할 때마다 도지는 질염에서 해방될 수 있다
MB01유산균 개발 이후 국내의 다양한 유산균 제조사에서
질유래유산균 제품을 만들어내며
질염 예방과 치료에 보탬하고 있다
그리고 준-성병으로 오해하는 질병 중에 방광염도 있는데
이건 다음 기회에 다루도록 하겠다
여하간 뭐만 하면 성병으로 오인하는 일이 없어지길 바란다
첫댓글 2탄 방광염편 기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