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수보리여! 여래가 얻은 법은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지만 공허한 것은 아니다.” 진정한 불법은 바로 이 한 구절입니다. 부처는 철저한 소식(消息)을 우리에게 모두 일러 주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라도 하나 얻을 수 있을까요? 얻은 것이 어떤 것인가요? 만약 무 하나를 사거나 호박 하나를 샀다면 그래도 가지고 돌아갈 만한 것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도(道)는 어떤 것 하나도 얻을 것이 없습니다! ‘무실(無實)’,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고, ‘무허(無虛)’, 그렇다고 헛된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형이상의 이치나 진정한 불법은 진실도 아니요, 헛된 것도 아닙니다. 이것 역시 『금강경』의 핵심으로서, 여기서 이미 모든 것이 다 드러납니다. 보시로부터 지계와 인욕을 거쳐 반야의 성취에 이르기까지, 진정한 불법의 수지(受持), 즉 부주(不住)•불착상(不著相)•부집착(不執著) 등 온갖 인연을 놓아 버릴 것을 말합니다. (14품 344쪽에서)
https://youtu.be/SqnKPtIa6yA
금강경, 남회근, 법회가 열리게 된 원인, 여시아문, 사위국, 기수급고독원, 불경, 목어, 북평, 백운관, 수지, 부주, 불착상, 부집착, 지계, 인욕, 무허, 형이상, 무허,
불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습니다. 공(空) 또한 불법이며, 유(有) 또한 불법입니다. 『금강경』에서 부처가 말하는 수행의 요점은 머물지 말고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집착하지 않는 것이 공(空)이라고 해서 공에만 매달려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되면 공은 이미 하나의 구체적인 대상으로 변합니다. 공이 도리어 티끌[塵]이 되고 맙니다. 진정으로 집착하지 않는 것이란 공이라 해도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공에 집착하지 않으니 감히 속세로 들어가 수행할 수 있습니다. 중생이 속세에 들어서려 하지 않는 것은 유(有)에 물들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집착하지 않는 단계에 이르러야만 티끌 또한 보배임을 알아서 감히 속세로 들어서게 됩니다. 유 또한 옳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23품 485쪽에서)
소위 법상이란 “법상이 아니다[卽非法相].” 그건 단지 말하기 위한 방편, 기회의 방편, 교육상의 방편으로서 목적은 그대들로 하여금 알게 하는 데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후세 사람들은 부처의 교육 방법이 기록되어 전해진 후, 부처가 말한 공(空)을 죽어라 붙들거나 혹은 한사코 유(有)를 붙들어 영원히 뚜렷이 알지 못합니다. 사실상 부처는 아주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일체 법상에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법상에 떨어지지 않은 뒤에는 사람들은 도리어 『금강경』이 공(空)을 말한 것이라 주장할 겁니다. 앞에서 이미 말했지만 『금강경』에는 우리에게 공을 보라고 가르친 부분이 없습니다. 『금강경』은 모두 차단하는 법입니다. 정확하지 못한 설법을 막고 있습니다. 정확한 것이 어떤 것인지는 스스로 찾을 것을 요구합니다. (31품 623쪽에서) 닫기
출판사 서평
남회근 선생의 『금강경 강의』를 다시 선보이며
금강경 해설서는 과연 하나를 덧붙이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다양하다. 게다가 이 책은 10년 전에 이미 나와 알 만한 사람, 관심 있는 이들은 웬만하면 다 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어떤 이는 금강경에서 인류 최고의 지혜를 발견하여 새롭게 얻은 깨달음을 사람들과 나누기를 원하고, 어떤 이는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실 속에서 금강경의 가르침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에 주안점을 두고 해설하기도 한다. 저마다 석가모니부처가 설한 금강경의 진수를 밝힌다는 책이 넘쳐나는데도 여기에 남회근 선생의 『금강경 강의』를 다시 펴내 덧붙이는 뜻은 선생만큼 학문적 바탕이 방대하고 깊은 수행 체험이 어우러진 수행자도 근래에 보기 드물다는 생각에서이다.
금강경은 출가 수행자들조차 그 깊은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경전이다. 아니, 논리의 흐름을 따라 이론적으로야 이해할 수 있지만 몸으로 체득하여 그 경계를 지속하기는 한 생애의 공덕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경전이다. 한마디 말을 듣더라도 듣는 사람의 근기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 다른데, 반야 지혜의 핵심을 전하는 금강경은 이치와 수행을 겸비하지 않으면 제대로 전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남회근 선생의 금강경 강의는 독보적이다. 어려운 경전을 일반인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더군다나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수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명쾌하면서도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부처의 가르침을 한 치도 어긋남 없이 엄중하게 가르치기란 웬만한 공덕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일 터이다. 이는 선생이 이치에 밝고 깊은 수행 체험을 이루었기에 가능한 일이겠다.
남회근 저작선을 묶으며
그간 남회근 선생의 저서는 국내에 처음 번역하여 소개한 신원봉 선생의 노력으로 여러 권이 출판되어 독자들에게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학문적 바탕과 수행 체험이 어우러진 남회근 선생의 명성이 차츰 알려져 10년 전부터 국내 출판사에서 선생의 저작을 엮어 내는 일을 몇 차례 시도하였다. 그러나 처음 의도를 이어나가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어 선생의 저작이 몇 출판사로 흩어졌을 뿐 아니라 저술을 새로 번역 출판하는 데도 한계에 부딪혔다. 그 이유는 만만치 않은 분량의 텍스트, 유불도 경전과 동서양 문화를 넘나드는 방대하고 해박한 선생의 지식을 제대로 번역해 내기 어려운 점 등에 비해, 독자층이 대중적이지 않아서 생기는 경제적 어려움이 주된 이유였을 거다.
부키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근래 보기 드문 가르침을 주는 선생의 저서를 일관된 흐름으로 묶는 데 의의가 있다는 생각에 흩어져서 출판된 저작을 모아 새로 손질하고, 아직 번역 소개되지 않은 책을 옮겨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우선 기존 저작을 다시 손질하여 순차적으로 내면서 미출간된 저서 번역을 진행하여 국내 실정에 맞는 내용을 중심으로 펴낼 예정이다. 능엄경, 능가경 등의 불교 경전, 논어, 맹자, 역경 등 유교 경전, 불교수행법, 정좌수도법 등 수행법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지혜가 담긴 고전을 남회근 선생 특유의 명쾌하면서도 생생한 목소리로 전해들을 계획이다.
남회근 선생의 저술은 중국어권은 물론 일본, 미국, 동남아 등으로도 번역 출간되었으며, 중국 대륙에서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서점에도 선생의 저작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