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헤일리가 미국 노예제 시대의 전후를 그린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뿌리'(1977)에서 주인공인 쿤타킨테의 성인 시절인 토비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존 에이머스가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미국 언론들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런데 에이머스가 눈을 감은 것이 8월 21일이었다. 아들 켈리 크리스토퍼(KC) 에이머스가 부친이 로스앤젤레스(LA)에서 자연사했다고 알렸다.
데드라인이 입수한 LA 카운티 사망증명서는 그날 오후 5시 18분 잉글우드의 센티넬라 호스피탈 메디컬센터에서 심장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돼 있다. 에이머스의 시신은 아흐레 뒤인 8월 30일 화장됐다. 사망증명서에 따르면 켈리가 LA 카운티 공중보건국에 부친의 죽음을 신고한 것으로 돼 있다.
고인의 딸 새넌은 이날 밤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할 말을 잃었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 존 앨런 에이머스 주니어가 8월 21일 다른세상으로 떠났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다. 우리는 황망했고 어떻게 이런 일이 45일 전에 일어났는지에 대해 여러 의문점이 있다. 우리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미디어를 통해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에이머스의 죽음과 관련한 성명 어디를 봐도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그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졌는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데드라인은 켈리에게 더 언급할 내용이 있는지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머스는 미국 TV 최초로 제작된 흑인 가족 시트콤 '굿 타임스'(1974∼1979)에서 아버지인 제임스 역을 맡아 갖은 역경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열연해 대중에게 사랑받았다. 국내는 '뿌리'에 주목했지만 미국에서는 '굿 타임스'로 훨씬 강렬한 인상을 갖고 있다.
에이머스는 2021년 타임 인터뷰를 통해 "이 드라마는 그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가족의 삶을 현실에 가장 가깝게 묘사한 작품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드라마에 세 시즌 동안 출연하며 높은 시청률과 호평을 끌어냈지만, 점점 흑인 가족에 대해 진정성 없는 묘사를 반복하는 백인 작가들과 대립하다 해고됐다. 그는 타임 인터뷰를 통해 "배우로서, 그리고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이 역할이 내 인생을 바꿀 것을 알았다"며 "이 역은 내가 살아오면서 받았던 모든 오해와 전형적인 역할의 정점이었고, 그런 수모를 겪은 것에 대한 보상과도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 드라마로 1977년 에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했다. 1939년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자동차 정비공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콜로라도 주립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고 대학 풋볼팀 선수로 활약했다. 대학 졸업 후 미국프로풋볼 마이너리그에서도 짧은 기간 뛰었으나, 연기로 전향해 TV 쇼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굿 타임스'와 '뿌리'를 비롯해 '구혼 작전'(원제 Coming To America, 1988), '탈옥'(1989), '다이하드 2'(1990), '웨스트 윙'(1999∼2006) 등 100여편의 영화와 TV 시리즈에 출연했다.
두 차례 결혼했다 이혼했으며 유족으로는 딸과 아들이 있다. 자녀의 불화와 갈등 때문에 고인이 외롭고 쓸쓸하게 죽음을 맞았던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