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_성류굴 '종유석의 질감'
종유석의 감촉은 도자기를 만질 때의 촉촉함과 똑같았다. 유약에 따라 달라지는 도자기 표면의 질감과 동굴 안의 종유석들의 질감은 그대로 똑 닮아 있었다.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똑똑 떨어지는 석회질은 그 자체로 도자기였다. 서늘하면서 착착 손에 감기는 그런 질감을 몇 만 년에 걸쳐서 표현하고 있었던 셈이다.
아니다! 사람이 종유석을 본떠서 도자기 질감을 표현한 셈이다. 자연이 긴 시간 동안 광물로 표현한 종유석의 질감과 인간이 짧은 시간 동안에 불로 표현한 도자기 질감과 동일한 촉감을 주었다. 오래된 미래의 서늘하고도 낯익은 기억 속의 기억 같은 동굴이었다.
종유석 단면은 뼈의 단면 같기도 하고, 나무의 나이테 같기도 한 환상구조이다.
울진도 처음 가보았고 성류굴도 처음이다. 탐방로 만들기도 쉽지 않았을 듯하다. 그동안 가 본 동굴이 다 기억은 안 나지만 담양 고수동굴도 내부가 복잡한데 울진 성류굴도 그에 못지 않은 것 같다. 제주도 만장굴은 안에 넓은 공터가 있는 용암동굴이어서 관람이 비교적 수월하고 성류굴은 들어가는 입구가 좁고 공터도 그리 넓지 않다. 수량은 풍부해 보였다. 종유석이 동굴 전체에 걸쳐서 집중적으로 발달해 있었다.
성류굴 입구는 낮은 저수지가 넓게 자리 잡고 있고, 냇가로 그 물이 흐른다. 5월의 하늘 빛과 물빛 풍경이 한적한 듯 적막한데도 동굴탐사하러 온 이들의 말소리와 섞이어 그 정적을 깨곤 하였다. 시간 여행을 떠나는 정거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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