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춘추)
서울대라는 로또, 당첨 이후가 중요하다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40호(2023.03.15)
박 민
정치82-86
문화일보 논설위원
본지 논설위원
1개의 난자와 1개의 정자가 결합할 확률은 3억 분의 1 안팎이다. 이런 결합으로 이뤄지는 유전자 조합은 최소 70조 가지에 이른다. 결국 모든 인간은 현실적인 계산의 범위를 벗어난 확률의 결과물인 셈이다.
그런데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더라도 우수한 유전자를 한꺼번에 물려받는 자식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가 있다. 더구나 인간의 다양한 자질들은 대부분 유전된다고 한다. 형제, 자매지간이라도 천차만별인 이유다. 최근 발간된 ‘유전자 로또’(캐스린 페이지 저)에 따르면 어휘력, 정보 처리 능력은 물론 열정이나 끈기, 질서 의식 같은 성격과 덕목도 유전된다. 여기에 소위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의미하는 ‘수저론’까지 더하면 인생의 성공이 노력의 결과라는 주장은 근거를 잃는다. 좋은 가정과 우수한 유전자 결합이란 두 번의 로또가 성공의 핵심 요인인 것이다.
서울대 진학은 여전히 하늘에서 별 따기다. 2023년도 합격자가 3470명인데 수능 지원자만 재수생 등을 포함 50만명에 육박한다. 100대 1의 경쟁률을 훌쩍 넘어선다. 2022년 전국 고등학교 숫자는 2373개 교에 달하지만 2023년 서울대에 지원 원서라도 낸 고등학교는 1750개 교에 그쳤고 그나마 합격자를 낸 고등학교는 858개 교에 불과하다.
전국 고등학교의 36.2%만이 합격생을 배출한 것이다. 어려운 관문을 뚫은 후배들에게는 어떤 상찬도 부족하다. 그러나 두 번의 인생 로또 덕을 본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최근 열린 서울대 총동창신문 편집회의에서 서울대 졸업생들의 사회적 공헌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서울대 출신’으로서 누린 유형·무형의 혜택이 큰 만큼 사회에 갚아야 할 빚도 크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물론 서울대 출신이라고 모든 분야와 직역과 조직에서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건방지다, 불성실하다, 이기적이다는 등의 평가를 받기도 하고 같은 실수에 2배의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서울대 출신’이란 타이틀이 제3의 인생 로또 역할을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이 모두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다. 당첨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직장과 가족, 심지어 자신의 인생까지 잃어버리기도 한다.
인생 로또도 마찬가지다. 남들보다 앞선 출발점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부채의식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존재와 생각을 존중하고 힘든 일에 솔선수범한다면 진짜 인생 로또에 당첨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