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첫사랑 나영과 해성의 이야기입니다. 나영이 12살에 이민을 가게 되어 헤어진 둘은 12년 후 SNS를 통해 다시 연락하게 되는데요.
뉴욕과 서울이라는 물리적인 거리와 십 년이 넘게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의 현재는 너무나 멀었습니다. 미래 역시 불확실했기에 이어질 듯 말 듯 한 관계가 지속되는데요.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재회합니다.
이 영화는 초등학생 때 해외로 이민을 간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이자 다른 국가와 문화권에서 자란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첫사랑 영화지만 뻔하지 않고 다음 이야기를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요.
영화는 미화된 첫사랑의 추억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처럼 몽글몽글해 매력적인 분위기입니다. 감성적인 영상도 돋보이는데요. 나영과 해성의 이야기와 현실적인 장벽에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인연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스토리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인지 사랑인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인지를 담아내는데요.
영화 후반부 두 사람이 서로 바라보고 서 있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복잡 미묘한 두 사람의 심리를 절제해서 잘 보여주었는데요.
로맨스 영화보다는 멜로 영화에 가까워 보였고 그보다는 지나간 시간과 추억에 대해 말하는 작품 같았습니다. 한국인으로의 지난 정체성도 첫사랑과 동일화된 듯했는데요.
잔잔한 전개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 아님에도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법 흥미로웠는데요. 아쉬운 점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주연 배우인 그레타 리와 유태오 배우의 한국어 대사는 어색했습니다.
게다가 둘의 대화가 구어체보다는 문어체에 가까워 AI들의 대화를 보는 것 같아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미국 영화라 외국인들은 이런 점을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극중 대부분이 한국어 대사라서 한국어가 더 능숙한 배우들이 연기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12살의 어느 날, '해성'의 인생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첫 사랑, '나영'. 12년 후, '나영'은 뉴욕에서 작가의 꿈을 안고 살아가다 SNS를 통해 우연히 어린시절 첫 사랑 '해성'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 한 번의 12년 후, 인연의 끈을 붙잡기 위해 용기 내어 뉴욕을 찾은 '해성'. 수많은 "만약"의 순간들이 스쳐가며, 끊어질 듯 이어져온 감정들이 다시 교차하게 되는데... 우리는 서로에게 기억일까? 인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