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의 경계
최 병 창
구십까지 셈을 하고도
이년을 더 건너서
이른 봄처럼 마감을 앞둔
풀잎 같은 이파리는
최후를 예감으로 황홀하셨다
거기까지는
희 노 애 락이
전부라 해도 좋았지만
구십 다음엔 백 인가 싶더니
소수점 두 자리만 더하고
그 이상은 채우지 못하셨다
빈 여백도 숨차는 나이
보낼 수 있는
이유도 거기까지였다
어딘가에서
나를
찾고 있을 선명한 노을 하나
무너지는 장벽이
그렇게 물들고 있었는데
그리고 또 어머니.
< 2021. 03. >
<습작노트>
어머니는 2015년 양력 3월 12일 세상을 떠나셨다.
향년 92세, 아버지를 먼저 여의시고 참 모진 세월
을 고독과 외로움으로 견디시면서 아름다운 생애
를 곱게 맞이하셨다. 지금도 어디선가 낭랑한 목
소리로 나를 부르실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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