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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tjet air.
후배 하나랑 여름 휴가를 맞춰 가기로 하고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인천-하노이 왕복 표가 2x만원대에 판매되는걸 보고 일단 끊었습니다. 8월초 성수기에, 그렇게까지 날짜가 여유가 있는것도 아닌데 2x만원 동남아 왕복 비행기표는 구하기가 쉬운게 아니거든요. 게다가 오가는 시간도 나쁘지가 않았고요.
일단 끊고나서 알아보니 여러가지 원성이 많은 여행사더군요. 아예 환불-교환 불가라는 이야기도 많고, 연착-결항이 매우 잦은편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타보니깐 나름 저가항공사에 익숙한 저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비행기가 낡았더군요. 그래도 나름 비행기인데 좌석이 80년대 시외버스 좌석 느낌이 물씬 나는건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특이한게, 비행기가 빨리 도착하는건 전 처음 봤습니다. 가는 비행기가 원래 도착 예정시간보다 한 40분 빨리 도착하더라고요. 늦는거야 다반사라지만 빠른건 듣도보도 못해서 좀 어리둥절 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실수인데. 표가 싼만큼 7kg 수하물 제한이 있었는데, 캐리어도 아니고 어차피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가는 저로서는 별 문제가 안될꺼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냥 수하물이 아니고 기내수하물 7kg 제한이더군요. 수하물로 보낼 경우에는 1kg당 2만원이라는 괴랄한 금액이 추가되고요. 덕분에 평상시에 세면가방을 통채로 공항에서 집으로 보낼수 밖에 없었습니다. 티켓팅 해주던 공항직원이 윗사람한테 무게는 5kg정도 밖에 안되는데 기내수화물로는 보낼수 없는 물품이 포함되어있으니 그냥 수화물 보내주면 안되냐고 물어봐주던데, 팀장이라는 분이 단칼에 자르더군요. "당연히, 안되지"
조금 딴 얘긴데 인천공항 검색대 대단하더군요. 제가 세면백을 빼면서 얼마 안남은 폼클렌저 하나는 괜찮을것 같아서 넣어놨었는데, 그게 110g 용량에 1/10도 안남은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그걸 엑스레이로 잡아내선 기어코 버리게 만들더군요. 규정상이야 당연히 안되는게 맞고 그거 버린다고 아깝진 않았는데 뭐 그걸 또 그렇게까지 잡아내나... 싶었습니다.
갈때는 칼같던 수화물 규정이 돌아올때는 수하물 무게 체크를 아예 안하더군요. 사실 이게 좀 헛점이 있어서 티켓팅할때 짐 좀 빼놓고 무게 잰다음에 티켓팅 끝나고 그 짐 다시 가방에 넣기만 하면 걸릴 일이 없거든요. 비행기 탈때 다시 무게 측정 할것도 아니고.. 아뭏든 그래서 꼼수 쓰는 사람들도 꽤 있겠다 싶었는데 정작 무게 체크 자체를 안해버리니 좀 당황스럽더군요.
아뭏든 티켓팅해서 기다리고 있으니 비행기를 공항에 도킹까지 해놓고 연착이 50분 정도 되더군요. 올때 빨리 왔으니깐 연착도 됐겠다 좀 빨리 날아서 비슷하게 도착하려나 했더니 이번에는 또 예정시간 만큼 비행하더라고요. 더 빨리 갈수 있는게 아니라면 어떻게 올때는 더 빨리 온건지. 더 빨리 갈수 있다면 연착까지 했으면 좀 더 빨리 올것이지. 어찌 생각해도 이해가 쉽게 가진 않더군요.
여러모로 좀 특이한 여행사였던거 같습니다.
* 하노이.
여행 준비를 하면서도 느낀건데 하노이는 그다지 보고-놀고 할게 없는 도시인것 같습니다. 하노이 여행자라면 대부분 거치게 될 호안끼엠 주변에서 많이 배회했었는데 뭐 그다지...
호안끼엠 호수 북쪽 여행사-호텔 등이 밀집되어 있는 거리를 보통 여행자 거리라고 부르는것 같던데, 약간 방콕의 카오산로드 삘이 납니다. 저녁 해가 지고 그쪽으로 가면 베트남 특유의 길거리 술집이 많이 펼쳐집니다. 가게 앞 길거리에 주저앉아야 되는 목욕탕 의자 깔아놓고 거기 앉아서 술마시는 난전(?) 같은게 많더라고요. 워낙에 현지인-관광객들이 뒤엉켜서 좁은 거리에 사람은 많고, 길거리를 반쯤 차지한 술자리들 때문에 굉장히 번잡해 지는게, 카오산로드 삘이 좀 나더라고요. 하지만 규모나 정신없고 인간군상의 다양함 등에서는 카오산로드만은 못하다는 느낌이 드는 찰나, 베트남만의 고유한 색깔로 화룡점정을 더하더군요.
거기 앉아서 맥주 한두병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베트남 경찰, 공안이 차 한대 끌고 들이닥치더군요. 그러자 주인이 달려들어 손님들을 모조리 의자에서 밀어서 억지로 일으켜세우더니 순식간에 술자리를 걷어차듯이 다 처박아 버립니다. 내 의자, 내 안주, 내 테이블은 순식간에 온데 간데 없고 저는 맥주 한병 들고는 길거리에 낙동강 오리알 비슷하게 오갈곳 찾지못하고 배회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손님들이 다 길거리에 내몰렸고, 주인들은 아무일도 없었던냥 어색한 미소 지으면서 공안 눈치 보기 바쁘니, 저희는 여긴 어디, 난 누구, 이런 어색한 표정과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볼 밖에요. 다행히 적극적인 단속은 아니였는지 잠깐 공포분위기만 조성하고 공안이 횡하고 가버리니 다시 순식간에 자리 셋팅해서 길거리 맥주판에 복귀할수 있었습니다만, 확실히 베트남이 아니면 겪어보기 쉽지않은 독특한 경험이더군요.
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호안끼엠 주변에는 짝퉁시장이 굉장히 성행합니다. 노스페이스가 제일 유명하고 신발-가방 쪽도 규모가 상당하더군요. 노스페이스 공장이 베트남에 많다보니 거기에서 나온 리퍼품이라는 얘기도 있고, 그냥 짝퉁이라는 얘기도 있고 한데 대부분 평이 a급 이상은 된다는것 같습니다. 대신 가격은 굉장히 싸고요. 우리나라에선 1~20만원대에 구매할수 있는 바람막이 종류가 제일 많던데 대부분 5만원 이하에 구입이 가능합니다. 저는 노스페이스 옷은 별 관심이 없어서 유심히 안봤고, 작은 보조백 하나 구매 했는데 처음에 350,000동을 부르던데 250,000동 그러니깐 우리나라 돈으로 13,000원 정도에 샀네요. 관광객 상대로는 바가지가 워낙 심하니 일단 절반 깍고 시작하라는데 흥정기술이 없는터라, 이정도에 만족하고 그냥 샀습니다. 같이 간 후배는 배낭 레인커버 하나 샀는데 우리나라 돈 5,000원 정도에 샀다고 하고요. 아디다스 신발은 사고 싶었던건 아니고, 진품인가 싶어서 살짝 봤는데 신발은 가품 티가 많이 나는것 같았습니다.
* 하롱베이
굉장히 유명한 여행지죠. 하노이를 가는 사람은 대부분 하롱베이를 거칠겁니다. 대부분 현지 여행사를 끼고 투어로 다녀올껀데, 크루즈 1박 2일, 깟바섬 2박 3일, 당일투어 등 종류는 다양합니다. 등급도 여러가지가 있고요. 저희는 당일은 너무 힘들것 같고 1박2일 크루즈로 투어를 잡았습니다. 등급은 뭐 별 차이 나겠나.. 싶어서 제일 싼걸로 45달러 정도 줬습니다.
이게 사실 고민이 좀 되긴 하더라고요, 45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5만원 돈으로 왕복 차비, 크루즈 여행비, 카약, 동굴투어, 4식 제공이 가능한건가 싶긴 하더라고요. 그래봤자 1박 2일인데 좀 힘들어도 견디지.. 라며 최대한 싼걸로 예약을 하긴 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러지 마세요. 돈 몇만원 더 쓰고 편하게 다녀오는걸 추천드립니다.
대부분의 현지 출발 투어가 그렇듯 아침에 여행사 차가 돌면서 투어 인원들을 각 호텔에서 픽업 합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인사하게 된 이탈리아 아저씨 한분이 말씀하시길, 자기는 한 7~8년 전에 이 투어를 다녀온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도로 사정이 너무 안 좋아서 하롱베이 가는데 무려 5~6시간 이나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그렇기야 하겠냐 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저희 가는데 7시간 걸렸습니다.
다리 펼곳은 커녕 구겨 넣지 않으면 다리가 들어가지 않는 좁은 레그룸의 낡은 차에, 잠깐 5분이라도 졸았다가 눈 뜨면 온몸이 땀에 절어있는 냉방 인듯 냉방 아닌 냉방 같은 에어컨, 과속방지턱도 아니면서 아무리 속도를 줄여도 미친듯이 튀는 도로 사정을 겪으면서 하롱베이로 가는 7시간은 그야말로 생지옥이였습니다.
제가 최근에 배낭여행을 여기저기 제법 다니면서 여러종류의 지옥을 제법 겪어봤다면 겪어본 축인데, 여행중에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난생 처음 해본것 같습니다. 그 생지옥을 어떻게든 견뎌내고 나면 드는 생각이라곤, 하롱베이고 나발이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절경이 펼쳐져도 그냥 찬물에 샤워하고 에어컨 아래서 쉬고 싶은 마음만이 간절합니다.
게다가 워낙 싼 투어로 해놔서 그런지, 밥도 겨우 먹을수 있는 수준, 바꿔말하자면 살기위해서 어떻게든 입에 우겨넣는 수준 밖에 안됐고, 배정된 방에는 에어컨은 설치되어있는데 절대 틀어주지 않았고, 냄새나는 화장실에서 애기오줌처럼 나오는 샤워기 아래서 대충 씻을수 밖에 없었고, 에어컨을 틀수가 없으니 문까지 다 열어놓고 자고 나니 바닷가 특유의 끈적임이 다음날 저를 더 미치게 하더군요.
그나마 다행인건 돌아오는 길은 5시간 밖에(?) 안걸렸고, 갈때 보다는 좀 더 좋은 차를 배정받아서 나름 쾌적하게 복귀할수 있었다는거 뿐 이였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하롱베이 자체는 굉장히 훌륭한 여행지 인것 같습니다. 소도들이 제법 멋지게, 때로는 웅장하게 늘어서 있어서 풍광이 제법 멋지죠. 그런데 위에도 이야기 했듯 7시간 생지옥을 겪고 나면 그런 풍광을 즐길 여유가 사라져 버려요. 그러니깐 혹시나 하롱베이 가실 일이 있으시면 돈 좀 더주고, 좀 괜찮은 크루즈를 신청하세요. 도로사정이야 어떻게 극복이 안되겠지만 적어도 제대로 된 에어컨이 나오는 차가 배정이 될꺼고, 잠이라도 푹 잘수 있게 뽀송한 이불이 깔린 에어컨이 나오는 방이 주어지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노이-하롱베이 거리는 크게 멀지가 않아요. 대충 느낌으로는 150km 정도? 200km는 죽어도 안될것 같은 거리인데,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 거리라면 대전-서울 정도 되겠죠? 그럼 2시간, 넉넉잡아도 3시간이면 가야 됩니다. 그런데 그 거리를 7시간이 걸렸어요. 이게 베트남 도로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될듯 합니다. 중간중간에 공사 구간도 많고, 아예 흙길도 있고, 베트남 전역 어디든 그렇듯 오토바이는 사방에서 출몰하고요. 꼭 하노이-하롱베이 구간 뿐만 아니라, 제가 다닌 대부분의 베트남 길은 그랬습니다.
* 지갑 분실.
저만 힘들었던게 아니라 저랑 같이 갔던 후배도 하롱베이 투어를 굉장히 힘들어 했습니다. 첫날부터, 찬물에 샤워 + 에어컨을 간절히 바랬었고 돌아오는 길에도 조금만 더 견디면 된다를 되뇌이며 참았습니다. 다행히 투어에서 돌아오는 날은 저희가 하노이에서 자는 마지막날이라고 제법 좋은 호텔을 예약해 놓은 상태였으니 더더욱 기대가 있었고요.
투어 차량에서 내려서, "우리 졸라 빡셌다. 고생했다 힘들었다. 이제 남은 여행 잘 해라" 뭐 이런 인사를 투어멤버들이랑 하고 있는데 후배가 안보입니다. 사람들이랑 다 헤어지고 어디갔는지 찾으니 파랗게 질린 얼굴로 다가옵니다. "행님, 지갑이 없는데여"
주머니, 가방 다시 싹 한번 더 뒤지고, 혹시나싶어서 제 가방 까지도 뒤져봤습니다. 없어요.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여행사로 가서 차에 두고 내린것 같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자 다행히도 여행사 사장님이 귀찮은 기색 없이 여기저기 막 전화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거기서 한참을 전화하는걸 지켜보고 있으니, 일단은 안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깐 자기도 더 연락해보고 찾아보겠는데 크게 기대는 하지마라. 까지 듣고 나설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와서 숙소 쪽으로 한참 가고 있는데 우리를 안내해줬던 가이드를 길거리에서 우연찮게 만났습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다시 한번 사정 설명을 하니, 알겠다고 자기를 따라와보랍니다. 가이드들이 모이는 까페 같은 곳이 있던데 거기 가서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전화도 또 돌려보고 한참 알아보더군요. 그러곤 와서, 여행사엔 이야기 했냐, 그럼 일단 자기도 전화 할수 있는데는 다 해놨고 여행사에도 얘기 해놨으면 할수 있는건 다 한거다. 나도 개인적으로도 버스 기사나 우리 점심 먹은곳 사장님이랑 통화도 해보고 혹시나 찾아지면 여행사에 맡겨 놓겠다. 라고 이야기 해주더군요.
일단, 여기 까지도 고마웠습니다. 여행사 사장님이나, 가이드가 귀찮아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찾아주려고 하는것 자체가 의외였고 고마운 일이였거든요. 그리고 그 안에 든 돈이,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자면 아주 큰 돈은 아니지만, 베트남 물가로 생각하면 금액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돌아올 확률도 거의 없는거라고 생각하는게 맞다고 생각을 했었고요. 그래서 거의 포기를 했습니다. 일단 제 돈으로 여행경비를 같이 쓰고 모자라면 돈 찾으면 되니, 너무 신경쓰고 마음졸이고 하지 말자 하곤 숙소 들어가서 쉬었습니다.
둘다 그렇게 까맣게 잊고 있다가, 다음날 구경할거 다 하고 저녁때 야시장 구경간다고 여행사 근처에 갔는데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야 그래도 왔는김에 혹시 모르니 한번 가보자 하면서 여행사에 갔는데, 사장님이 지갑을 찾아놨더라고요. 안에 든 현금, 카드 고스란히 다 들어있는 채로요.
베트남에서 겪은 일중에 가장 놀라운 일이였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우리나라라 할지라도 현금 2~30만원이 들어있는 지갑은 안돌아올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베트남 물가로 생각해보면 만만치 않은 금액이고 생활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편인만큼 돌아올 확률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게 맞을것 같았거든요. 게다가 저희가 찾아주길 부탁한 사람은 여행사 직원. 자기 나라 사람이라면 모를까, 지금 돌아서면 평생 다시 안볼 확률이 높은 외국인 여행자의 지갑을 찾아줄거라고 기대하기는 쉽지가 않은 일이였어요. 그런데 완벽한 상태로 그대로 돌아온 지갑을 보고 둘 다 한동안 말을 잇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감사비(이건 사장님이 달라고 하기도 하셨지만 기쁜 마음으로)도 드리고, 나가서 맥주랑 음료수랑 좀 사서 가져다 드리고, 정말로 고맙다고, 덕분에 베트남에 대해서 인상이 좋아졌다고 이야기도 하고 즐겁게 나왔습니다. 당연히 우리 돈인데 웬지 공돈 생긴 기분도 들고 해서 마지막에 아주 즐겁게 베트남을 즐길수 있었던것 같네요.
* 하노이 최고의 명소.
다시 지갑을 잃어버린 순간으로 돌아와서. 저 뿐만 아니라 후배도 많이 지쳐있는 상황에서 지갑 때문에 저녁도 못 먹고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우리가 한마음 한뜻으로 꿈꾸고 기다려왔던 호텔 입성이 3시간 가량 늦춰져 버린거죠. 원래 계획은 호텔가서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하노이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뷔페가서 맛난거 신나게 먹고, 호텔 수영장가서 수영이나 하다가 잘 생각이였는데 싸그리 다 날아가버린거죠.
지갑은 잃어버렸고, 계획은 틀어지고 해서 둘다 지친 마음으로 겨우겨우 호텔에 입성했는데, 우왕ㅋ 호텔 짱 좋음ㅋ
저희가 묵은곳이 익스피디아인가 보다가 와 행님 여기 좋아보이는데여, 하길래 보니깐 좀 좋아보이고 생각보단 안 비싸서 예약 한거였는데, 저희 생각보다 더 좋은 호텔인것 같더군요. intercontinental westlake hotel인가 뭐 대충 그런 이름. 물론 하롱베이 1박2일 투어를 하면서 거지 같은 환경에서 쓰레기 처럼 구겨져 있다가 갑자기 문명의 혜택을 과하게 받아서 그런걸수도 있겠지만, 클래스가 있는 호텔이더군요.
아뭏든 너무 기뻤어요. 에어컨 온도를 우리가 조절할수 있고, 18도 까지 낮출수도 있고, 해바라기 샤워기가 있어서 찬물을 몸이 시리도록 맞을수가 있고, 침대시트와 이불이 뽀송뽀송하다는게 너무 행복했어요. 찬물에 샤워하고 에어컨 바람 맞으면서 머리맡에 휴대폰 충전하면서 폰을 뒤적거린다는게 이렇게 행복한 일인지 저는 몰랐어요.
그렇게 행복에 겨워 잠이 들었고, 다음날 조식 부페를 먹으러 갔습니다. 괜찮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음식들이 다 맛있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빵을 거의 안 먹는 사람인데, 종업원이 갓 구워낸 빵을 들고 돌면서 테이블마다 하나씩 권하길래 하나 받아 먹었는데, 제가 태어나서 먹어본 빵 중에 가장 맛있더라고요. 페스트리라는 빵 종류가 원래 그런거라는걸 처음 알았어요. 제가 먹어본 페스트리는 샤니에서 나온 설탕에 절어있어서 조금 질긴, 그것보다 급이 높다고 해봤자 빠리바게뜨 같은데서 파는 그런 빵이였거든요. 갓 구워낸 페스트리는 겉은 손만대도 다 부셔져 내릴정도로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이라는걸 전 처음 알았어요. 아 또 먹고 싶네. 그래서 저는 베트남에서 먹어본 음식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이 페스트리 입니다. 아 분짜고 나발이고 쌀국수 몰라, 페스트리 짱ㅋㅋㅋㅋㅋ
그렇게 조식을 실컷 먹어대곤 어제 못간 호텔수영장에 가서 수영 좀 하다, 베드에서 뒹굴다가, 지나가는 아가씨들 훔쳐보다가, 한참 그러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이게 진짜 휴가구나.
애초에 여름 휴가에 쉬어본적이 없어요. 최근에는 대부분 해외나 제주도나 가서 배낭메고 하루에 9시간씩 미친듯이 걸어다녔고, 그 이전에는 어디 펜션이나 계곡 같은데가서 빡세게 놀고 죽어라고 술퍼먹은 기억 밖에 없어요. 뭐 어떤 휴가가 옳다는건 아니지만, 내가 해온것처럼 평상시에 하고 싶지만 못했던걸 다소 힘들더라도 누리는 휴가가 있고, 특별한 무언가가 없더라도 쉬면서 즐길수 있는 휴가가 있는데, 평생 저는 쉬면서 즐기는 휴가란건 해본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인지 호텔 수영장에서 뒹군 2~3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기분이 참 좋길래 후배한테 그랬어요.
"야 하노이에선 호텔이 제일 좋은거 같지 않냐?"
이거 레알 진심.
* 그 외.
- 물가는 쌉니다. 대충 길거리에서 접하는 체감 물가는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 담배는 한갑에 1300원 정도, 쌀국수는 한그릇에 2000원 정도, 500ml짜리 콜라는 하나 몇백원, 뭐 이정돕니다. 근데 롯데백화점 가보니깐 우리나라 물가랑 놀라울정도로 똑같은거 같더군요. 다 훑어본건 아니고 몇군데 가서 봤을때 우리나라 판매금액이랑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 사올만한건 참 없더군요. G7커피가 제일 유명하고, 꿀은 동남아 전역이 다 가격이나 품질이 괜찮고, 담배가 면세점보다 더 싸니깐 사올만 합니다. 그리고 제가 선물용으로 찾아낸건 베로카 라는 발포비타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는 제품인데 우리나라 가격의 절반정도에 살수 있더군요. 약사 친구에게 물어보니 쏘쏘한 물건이라니깐, 사와서 돌릴만 합니다.
- 소매치기도 많고 치안이 썩 좋은편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별반 돌아다니는데 무섭거나 불편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뭐 물론 애초에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갈일 자체가 없기도 했었지만, 크게 위험해 보이진 않더군요.
- 만약 하노이쪽으로 다시 갈일이 있다면, 하롱베이는 절대 안갈꺼고, 다낭이나 사파 쪽으로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아니면 차라리 호치민 쪽으로 가서 캄보디아쪽을 같이 보던가요. 위에도 적었듯이 애초에 하노이 자체는 볼곳이 많은 도시는 아닌것 같습니다.
- 교통이 굉장히 신기합니다. 일단 신호가 거의 없고요. 정말 큰 도로 몇군데 외에는 신호등이 없습니다. 아예. 오토바이가 미친듯이 많고, 다들 양보 보다는 크락션을 누르면서 차나 오토바이 머리 부터 밀어놓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들 어떻게 다니나 싶었는데 나름대로는 자기들끼리 무언의 약속 같은게 있는것 같더군요. 여행객이 이해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만.
- 야시장은, 호안끼엠 주변에 가봤는데 정말 볼것 없더군요. 제가 가본 야시장이, 대만, 방콕 정도인데 그 중에 제일 규모도 작았고 물건도 볼게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여성 옷이였고 제가 관심 갈만한 물건은 거의 없더군요. 굳이 찾아가셔서 구경하실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 마사지는 보통 우리나라에서 받는 태국마사지, 혹은 실제로 태국가서 받는 마사지에 비해 굉장히 심심합니다. 하는것 자체는 비슷한것 같은데 훨씬 부드럽게 하는 느낌이더군요. 전 개인적으로 태국식 마사지는 좀 아파하고 받을때마다 멍이 드는 편이라서 베트남식이 더 좋았습니다만, 옆에서 받던 제 후배는 더 강하게 해달라고 5번 넘게 외치더군요.
- 그리고 여름에 확실히 체감이 되는게 우리나라 처럼 에어컨이 대중화가 되어있질 않습니다. 밥집이던 술집이던 에어컨 돌리고 있는 곳은 그리 흔하지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길거리에 목욕탕 의자 같은데 앉아서 차 마시고 맥주 마시고 하는게 정말 흔한 풍경이 된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고보면 우리나라도 이렇게까지 어딜가든 에어컨이 있은지는 그리 오래 된것 같지는 않네요.
- 첫날은 16인 도미토리에서 잤는데 잠들기 전에 방을 둘러보니 그거 나름 장관이더군요. 그 시간에 누워있던 열몇명의 사람들이, 서양인이건 동양인이건 불문하고 모두 다, 누워서 뒹굴거리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장면은 나름 인상적이였습니다. 자기전에 스마트폰 뒤적거리는건 전세계 공통이구나.. 싶더군요.
- 베트남은 도미토리가 잘 없습니다. 게스트하우스 보다는 호텔이 훨씬 많아요. 근데 그 호텔들이 가격대비성능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만몇천원 정도면 적당한 우리나라 모텔 수준을 찾을수가 있더군요. 굳이 게스트 하우스를 찾으려고 애쓰기 보다는 호텔을 잡는게 더 편하고 쉬울듯 합니다.
- 서양인이 휴가보내러 많이 오는 동남아를 갈때마다 느끼는건데, 서양여성들은 브라는 옷의 한 종류, 가슴은 보통 반쯤 꺼내놓고 다니는거, 가끔은 다 꺼내놓고 다니는거로 생각하시는분이 상당히 많은것 같아요. 브라를 안 내놓은 여성이 더 보기가 힘들고, 대부분 반쯤은 까놓고 다니고, 노브라도 심심찮게 있습니다. 투어 일행 중에 캐나다인 하나가 노브라인 주제에 가슴이 훅 파인 헐렁한 티를 입고 다닐때는... 저의 상념과 미망들이 모조리 잊혀져 가더군요.
- 제 일정 첨부합니다. 늘 여행기 쓸때 마다 드리는 말씀이지만, 이대로 움직이지도 않았고, 이렇게 움직일거라고 기대도 안합니다. 그냥 참고만 하시면 됩니다.
첫댓글 너무나 감사합니다!
다음주에 같은 항공가로 하노이를 가거든요!!
방콕에서 갑자기 바꾸게 된거라 막막했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네요 ^^
엇 타이밍이 좋네요ㅋ 궁금한거 있으시면 여기 더 물어보셔도 됩니다. 제가 아는 한계내에선 답변해 드릴께요.
요세 여행을 갈까 생각중인데.. 그중에 베트남 쪽도 고민중이었는데 많은 참고가 되네요. 가장 고민인건 역시 비행기 가격인데. 정말 저렴한거 잘 찾으셨네요. 저도 왕복 비행기 때문에 계속 고민중인데
필력이 좋으시네요. 제가 다녀온것처럼 재미나게 읽었습니다..도대체 그런 캐나다인은 어디에 있는건지... 그리고 사장님이 먼저 감사비를 달라고 하시던가요? 흐뭇해하다가 좀 그렇네요. 어련히 감사한 마음으로 챙겨드릴까 싶어서요. 무탈하게 잘 다너오신것 같아 다행이네요. 고마워요.
그래도 투어중에 상념과 미망들을 날릴 수 있으셔서 다행였네요ㅎㅎ
theo님 글은 다 읽으면 많은 것 같은데, 막상 읽을 때는 빠져들어서 읽게 되네요~ㅎ 이번 글도 잘 읽었습니다.
매번 좋은글 감사합니다. 예전처럼 더 자주 부탁드립니다. 작년에 대만여행갔을때 쓰신글보고 게스트하우스를 같은곳으로 정했었습니다. 댓글로 감사글남깁니다.
베트남은 저한테는 별로 기억이 좋지 않은 나라라 예정보다 일찍 캄보디아로 이동했던 기억이 있네요. 불친절함이라기보단..뭔가 공격적인 느낌을 몇몇한테 받다보니 더 이상 머무르기 싫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테오님과 비슷하게 막 돌아다니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좀 쉬어봐야겠네요 저도...ㅎㅎ
전 연말에 베트남 생각하고 있는데 얘길 보니 하노이보단 호치민 가는게 낫나 생각이 됩니다.. ㅋㅋ
하노이 3년째 거주중입니다. 진짜 볼건 많이 없는 동네에요... 글쓴이님 말씀 대로 호텔이 가장 좋습니다. 5성급 호텔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묵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이네요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
저는 유학생활 때 사귄 친구들이 하노이,하롱베이,호이안, 호치민에 한명 이상씩 다 있어서 그냥 그 지역 갈때마다 애들이 다 나와서 가이드 해주고 호텔 잡아주고 먹을거 다 사주고 술 사주고 이래서 돈이 정말 거의 안 들었었어요;;;
저는 정말 재밌게 2주 잘 놀다 왔네요. 저한테는 정말 좋은 기억만 있습니다. 아침이 특히 겁나 맛있고 군것질 거리는 진짜 중국 이상,제가 가본 나라들 중 최고였고 클럽에서 마이클잭슨 춤 한번씩 다 춤추게 만들고 사람들 너무 좋았었어요.
또 가고 싶네요 진짜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