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세계 공용어 된 BTS·오징어 게임…대한민국 노하우 전하겠다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40호(2023.03.15)
박 진(법학74-78)
외교부 장관
전쟁 폐허에서 기적 일군 70년
외국과 공유해 인류번영 꾀할 것
“외국인들 만나면 저더러 ‘재벌집 막내아들’ 봤어요?, ‘모범택시2’ 봤어요? 묻습니다. 이분들과 대화하기 위해 제가 한국 드라마를 챙겨 봐야 할 정도죠. ‘BTS’는 말할 것도 없고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은 아예 세계 공용어가 됐어요. 전 세계가 한국 문화에 푹 빠져 있습니다. 전쟁의 폐허에서 기적을 일군 대한민국의 경험과 노하우를 어려움에 처한 다른 나라와 공유함으로써 인류 번영에 공헌하는 것, 그것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입니다.”
박 진 외교부 장관이 3월 9일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본회 조찬포럼 연단에 섰다. ‘세계 8강 글로벌 중추 국가, 대한민국의 외교 전략’을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 본회 김종섭 회장과 이희범 명예회장, 모교 유홍림 총장과 오세정 전 총장 등 동문 140여 명이 참석했다. 외교 현장에서 직접 겪은, 우리 국력과 위상을 실감케 하는 다양한 일화를 들려줘, 강연 중간 수차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원자로를 만들어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를 포함해 여섯 나라밖에 안 됩니다. 최근 UAE의 사막에 원자로 3개를 지었고 지금 1개를 짓고 있어요. 현지 정치 지도자들이 얼마나 한국을 고마워하는지 국빈 방문을 하면서 몸소 느꼈죠. 윤석열 대통령이 탄 공군 1호기가 UAE의 영공으로 들어가는 순간 UAE 전투기들이 양옆에 2대씩 4대가 붙어 아부다비 공항까지 호위하더군요. 착륙 후 왕궁으로 갈 땐 그 전투기가 공중에서 태극 마크를 만드는 에어쇼를 펼쳤고요. 길 양옆으론 낙타 100마리, 말 80마리가 쫙 도열하는데, 참으로 장관이었습니다.”
원자력발전엔 수백만 개의 부품이 정교하게 들어맞아야 한다. 가히 현대 과학기술의 결정체라 할 정도. 박 장관은 “핵무기를 만드는 것보다 원전을 만드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핵을 이용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과 인류 번영을 돕는 한국을 대비하면서 “어느 쪽이 우위인지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원전 수출이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의 경계를 받기도 한다”면서 “한정된 세계 원자력발전 시장을 주도하려면 우리의 힘만으론 좀 부족해 미국과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과 응용 기술을 가진 한국이 협력하면 가장 빠르고 저렴하면서 안전한 원전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 한 사람이자 외교부 수장으로서 박 장관의 자부심은 끝이 없었다. 경제력을 비롯해 무역, 백신, 방산, 반도체, 자동차, 우주 기술 등 여러 지표를 제시하며 “한국은 엄연히 세계 8강 안에 드는 중추 국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전쟁 직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았던 우리나라가 2018년부턴 유엔 산하 세계식량기구를 통해 연 5만 톤의 쌀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됐을 뿐 아니라 아홉 번째로 많은 유엔 분담금을 내고 있죠. 1인당 GDP가 1953년 67달러에서 2022년 기준 3만5000달러로 500배 넘게 증가했고요. 세계에 이런 나라가 없습니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국민이 잘 살 수 있는지, 어떤 노력을 하면 나라가 발전하는지 잘 알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경험을 나누자는 뜻에서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추진하고 있어요. 한국전쟁 당시 끝까지 함락되지 않았던 도시, 부산은 한국 경제의 기적의 스토리를 응축한 곳이라 할 수 있죠. 동문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홍보 부탁드립니다.”
박 장관은 미·중 간 패권 경쟁, 코로나19 팬데믹, 북한의 안보 위협, 우크라이나 전쟁, 튀르키예 대지진, 미얀마 군부 쿠데타 등 여러 난관이 한꺼번에 터지는 ‘글로벌 복합 위기’ 상황 속에서 외교부의 다양한 활약을 소개했다.
우크라이나에 약 2억3000만 달러의 구호금을 보냈고, ‘세계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미국과 공동개최해 민주주의의 위기와 극복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며,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 긴급 구조단을 급파, 생존자 8명을 구하고 수많은 희생자 시신을 수습했다고.
“전통적 안보 위기와 새로운 안보 위기가 융복합적으로 닥쳐오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 시장 경제 등 우리가 믿는 가치를 지키는 것입니다.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쟁취한 것입니다. 전쟁 때 공산화될 뻔한 위기에서 여러 나라의 지원에 힘입어 쟁취했습니다. 때문에 다른 나라도 이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철학입니다. 우리만 잘 살자는 게 아니고 세계가 다 같이 잘 살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 정부의 글로벌 중추 국가 정신이 곧 홍익인간 정신 아니겠습니까.”
박 장관은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물론 껄끄러운 화제에 대해서도 성실히 설명했다.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피해자에게 제3자 변제를 결정한 이유를 밝힌 것. 박 장관은 “높아진 대한민국의 국격을 감안, 그에 걸맞은 해법을 모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과와 반성을 받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이전에 했던 사과에 따라 이미 약속한 것을 일관성 있게, 충실하게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일본이 이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본회는 이날 참석 동문 전원에게 ‘전략적 경쟁 시대 한반도 안보 정세 분석 및 전망(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발간)’을 증정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