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_일상
#독서_모임
2020년 11월 3일에 첫 모임으로 시작된 독서 모임이 올해 12월로 만 2년을 넘겼다. 약 1년 6개월에 걸쳐 팀 켈러의 다양한 저서를 읽고 발제하면서 그가 강조하는 복음과 도시, 운동에 대한 관점들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다양한 저작들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몇 권의 책을 주마간산으로 본 후 비판의 날을 세우거나, 그 반대로 아무런 의식도 없이 무비판적이고, 무조건적인 수용의 단순함을 피하기 위해 나름 골몰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C.S 루이스 전작 독서를 한다. C.S 루이스의 생애와 사상을 살펴볼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혼자 집중해서 읽는다면 조금 더 빠른 시간에 독파할 수 있겠지만 독서 모임이 주는 유익은 내가 볼 수 없는 다양한 관점을 모임의 구성원을 통해 보고, 조금 더 폭넓게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순전한 기독교’를 읽고 나누었다. 이미 십수년 전에 3~4회 읽었던 책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탓인지, 무언가 바뀐 탓인지는 몰라도 그때 읽었던 책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당시에 보지 못했던 관점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목회자가 단순하게 책만 읽을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비워 책과 씨름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이미 다변화되었고, 단순히 하나의 관점만 가지고는 다양한 현상들을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두해 전부터 현시대의 사상적 흐름과 사회에 관련된 제법 두꺼운 책들을 몇 권 구입해 짬짬이 읽고 있다. 게으른 품성 탓에 결론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나름 생각 할 여지가 있어 도움이 된다.
독서 모임이 조금 확대되면서 새로운 분들이 더 들어오셨다. 만남은 언제나 긴장과 정겨움이 공존한다. 오늘 눈이 제법 왔다. 멀리서 오시는 분들은 눈길로 인해 쉽지 않은 행보를 했다. 목회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통일된 모임 시간을 갖기 힘들다. 급박한 심방과 장례, 교회의 행사, 연말이라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서 매번 100% 참석은 되지 못한다. 그래도 날씨와 거리, 바쁜 일정의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모임의 절반은 참석했다. 책을 나눌 뿐 아니라 목회의 현장과 삶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다. 많지 않은 인원이라 충실감이 있어 더 좋았다.
다음 주부터 함께 나눌 책은 루이스의 ‘예기치 못한 기쁨’이다. 이 책은 ‘회심’ 이전의 유년기와 청년기 시절, 영적 위기에 봉착한 루이스를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자신의 회심에 대한 이야기일 뿐 자전적은 아니며, 아우구스티누스나 루소의 ‘고백록’ 같은 종류는 더더욱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 자신이 머리말에서 이런 사설을 풀고 있으니 더 궁금해진다. 읽고 나누면서 얻는 유익이 새롭게 다가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