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화재로 가옥 2채 손실, 700가구 정전, 소방관 999명 투입
예년보다 온화하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산불 시즌도 조기에 시작돼 소방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당초 연방과학연구소(CSIRO)와 기상청(Bureau of Meteorology)은 올해 산불 시즌이 조기에 시작되고 늦게 끝날 것이라고 예보한 바 있다. 산불 시즌 기간이 늘어난 데에는 기후 변화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기후 패턴이 지속되는 한 앞으로 산불 위험도 훨씬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주 산불합동연구소(Bushfire Cooperative Research Centre)는 NSW 동부, ACT, 빅토리아 서부 지역의 산불 위험이 평균 이상(above average)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경고를 입증하듯 지난 주 시드니 근교에서는 크고 작은 화재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기온이 30도가 넘어가면서 자연 발화된 산불은 북서풍을 타고 급속히 번졌다. NSW지방소방서비스(Rural Fire Service)에 의하면 올해 들어 NSW 지역에는 총 63건의 화재 또는 인공 방화(화재 예방을 위해 산불 위험이 있는 곳을 미리 태우는 것-편집자 주)가 있었다. 이 중 소방당국의 관리 없이 자연적으로 일어난 화재는 무려 31건에 달했다. 특히 지난 10일 발생한 4건의 화재는 비상사태에 해당할 정도의 큰 화재로 번져 가옥 및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블루마운틴 지역의 윈말리(Winmalee)와 블랙타운 지역의 마스든파크(Marsden Park)에서 각각 가옥 1채씩 화재로 손실됐고, 캐슬러리, 펜리스, 윈저 등지에서도 비교적 큰 규모의 화재가 연이어 발생했다. 진압에 나선 소방관 중 2명은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며 5명은 가스 질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흉통으로 입원한 소방관도 1명 있었다.
잇따른 화재에 배리 오파렐 NSW 주총리는 화재로 인한 교통 혼잡과 전기 차단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차분히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오파렐 주총리는 10일 하루에만 무려 999명의 소방관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인데버 에너지(Endeavour Energy)에 의하면 이번 화재로 전기가 끈긴 주택은 약 730여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데버 에너지는 런던데리와 크랜브룩 지역에 있는 500가구는 10일 밤 바로 전기를 복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윈말리 지역 230가구의 경우 바로 복구되지 않아 전기 없이 어두운 밤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드지 지역은 지난 10일 오후 1시도 되기 전에 이미 31.6도를 돌파한 바 있다. 이는 지난 3월 이래로 가장 높은 온도였다. 같은 날 펜리스 지역에서는 오후 1시 30분을 갓 넘긴 후 시속 70킬로미터, 아침에는 시드니 하버 지역에서 무려 시속 78킬로미터가 넘는 강풍이 불었다. 이처럼 높은 기온으로 산불 위험이 급속히 높아진데다, 설상가상으로 강풍까지 불어 산에서 발생한 화재가 인근 인가로 급속히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NSW 보건부는 심장과 폐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호주 동아일보] 서기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