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복용 시 주의해야 하는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신이]

사람 사이에는 흔히 ‘궁합’이 있다고 한다. 사이 좋게 지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불편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모든 잘 맞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궁합은 약과 음식 사이에도 존재한다. 건강해지기 위해 복용하는 약이지만, 잘못 복용할 시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약 복용 시 주의해야 하는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전문가와 함께 약 복용 시 주의해야 하는 음식들을 알아봤다.

약

1. 해열진통제 + 알코올

숙취로 머리가 아파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한다면 간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알코올을 하루에 3잔 이상, 주 3회 이상 정기적으로 마시는 사람은 간 손상 위험이 더욱 크다. 하이닥 복약상담 김도원 약사는 하이닥 Q&A를 통해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할 시 음주를 피하라고 권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안전한 대사체로 바꿔주는 글루타치온 등의 물질이 고갈되어 독성 대사체로의 전환 비율이 커지기 때문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복용법을 지키지 않을 경우 간 독성의 대표적인 물질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2. 항생제 + 우유

항생제는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 유제품과 함께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유제품이 항생제와 결합하여 혈류에서 약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 레보플록사신(Levofloxacin), 목시플록사신(Moxifloxacin) 등 항생제를 복용할 때는 유제품을 피해야 한다. 하이닥 상담의사 이주환 원장은 “일부 항생제는 유제품과 같이 복용할 경우 흡수율이 감소하기 때문에 2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3. 칼슘 채널 차단제 + 자몽

펠로디핀(felodipine), 니페디핀(Nifedipine) 등의 칼슘차단제는 자몽과 상호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자몽주스는 칼슘 채널 차단 작용을 증가시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 약 복용 전후로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하이닥 영양상담 박지성 영양사는 “자몽의 쓴맛을 내는 나린진이라는 성분이 약효를 강하게 하여 혈압 또는 심혈관계질환약을 장기 복용하는 경우 저혈압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혈압 약 성분 중에는 칼슘 채널을 저해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어 자몽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4. 항우울제 + 숙성 치즈, 알코올

우울증 치료제인 모노아민 산화효소 억제제(monoamine oxidase inhibitors, MAOI)를 복용하고 있다면 식단에서 티라민(Tyramine) 성분에 주의해야 한다. 티라민은 분해효소를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약과 함께 복용할 시 혈압 상승에 관여할 수 있다. 티라민 성분은 주로 소시지, 치즈, 요구르트, 소금에 절인 식품 등에 함유되어 있다.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 복용 시 음주를 금해야 한다. 하이닥 복약상담 이영준 약사는 “항우울제는 구조적으로 세로토닌에 마치 레고 블록처럼 붙어서 기능이 향상되는 역할을 하는 반면 알코올은 심박수를 증가시키고, 기초 체온을 올리기 때문에 세로토닌의 흐름이 빨라지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5. 와파린 + 녹색 채소

와파린은 혈액의 응고 작용을 지연시키는 항응고제이다. 체내에 혈전이 생길 경우, 혈관을 막아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혈전 발생 위험이 큰 사람은 와파린 복용을 통해 혈전을 방지한다. 비타민 K는 이러한 와파린 작용을 방해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와파린과 함께 비타민 K를 섭취할 시 혈전이나 출혈 등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하이닥 상담의사 홍인표 원장은 “와파린은 음식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와파린을 복용하는 환자는 식사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와파린 복용환자는 비타민 K를 피해야 하며, 비타민 K가 함유된 식품으로는 시금치, 상추, 양배추, 브로콜리 등의 녹색 채소, 콩 등을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