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비비케이(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을 인터뷰한 것을 두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의 한 측근이 문화방송 쪽에 “집권하면 민영화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문화방송 노동조합은 23일 성명을 내어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방송된 직후인 22일 오전 이명박 후보 캠프의 한 측근이 ‘엠비시(MBC)를 좌시하지 않겠다. 집권하면 민영화시키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하는 언론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협박과 탄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2일 이명박 후보의 방송연설 녹화 때 동행한 한 측근이 문화방송 간부에게 ‘엠비시를 좌시하지 않겠다. 집권하면 민영화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그런 내용의 발언 여부를 떠나, 민영화는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그러나 “<시선집중>이 허위사실을 공표해 대선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방조한 데 대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심재철 원내수석대표 등 의원 13명은 이날 문화방송을 항의 방문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또 이 후보가 전날 저녁 <100분 토론>에 불참해 방송이 취소된 데 대해서도 “혹시 이 후보가 지지율의 장막에 숨어 모든 검증을 거부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성명을 내어 “합동 토론회를 번번히 무산시키는 것은 결국 권력의 원천인 국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우리 헌법 정신을 짓밟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겨레시문사와 문화방송사를 잇달아 항의방문한 것을 두고 성명을 발표해 “소송도 모자라 언론사 앞에서 시위를 벌여 업무를 방해하는가 하면, 국회의원들이 몰려다니며 압력을 넣고 있다”며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언론의 검증과 검찰의 수사에 당당히 임하라”고 촉구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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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 성명… “한나라당 입맛대로 ‘언론자유’ 외치나”
‘BBK 금융사기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행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지난 8월 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김경준씨를 인터뷰해 보도한 한겨레를 상대로 50억원의 소송을 제기하더니 지난 16일 꾸준한 탐사보도로 이 후보의 연루 의혹을 파헤쳐 보도하고 있고 한겨레를 상대로 10억원의 소송을 추가했다. 또 문화방송에도 ‘법적조치’ 운운하며 협박을 일삼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이 같은 작태가 ‘신종 언론탄압’이라고 본다. 한겨레와 문화방송 등의 보도는 대통령이 되고자하는, 그리고 현재의 지지율을 보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상당한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이다. 이는 언론의 기본적인 의무이자 사명이다. 유권자들은 이 후보의 연루 여부를 자세히 알 권리가 있다. 그런데 이 후보는 이런 검증 절차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모자라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소송도 모자라 이들 언론사 앞에서 시위를 벌여 업무를 방해하는가 하면, 국회의원들이 몰려다니며 압력을 넣고 있다. 이런 시답지 않은 압력에 무릎을 꿇을 언론사라면 아예 보도를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자신을 검증하는 보도가 싫으면 후보를 사퇴하면 된다. 언론이 시민 이명박에 대해 엄정한 보도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언론의 검증에, 검찰의 수사에 당당히 임하라.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대해 입만 열면 언론탄압 운운했던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행태를 돌아보고 자숙하길 바란다.
2007년 11월23일 한국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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