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수주의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9일 외환규제조치에 이어 외국인 지분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투자 관련법 개정을 태국 정부가 승인하자 외국인투자자들 사이에 불만과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일부 외국기업들은 아예 태국을 떠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태국 증시는 9일 이후 이틀째 약세를 보이며 외국인 투자규제 조치의 후폭풍에 휘말렸다.
◆ 기간산업 외국지분 50% 제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 등 주요 신문은 태국 정부가 9일 주례 각료회의를 통해 키르크 크라이 지라파엣 상업부 장관이 제안한 '외국기업 법안' 개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승인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외국기업 법안' 개정안의 골자는 태국 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자의 소유 지분과 주주총회 의결권을 50% 이내로 제한한다는 것. 소유 지분과 의결권 50% 제한 규정은 통신 전력 등 국가안보나 천연자원, 태국 문화와 관련된 기업에만 적용된다.
키르크 크라이 지라파엣 상무부 장관은 이날 "투자법이 개정되면 외국회사에 적어도 1년간 유예기간이 주어질 것"이라며 향후 1년 안에 의결권을 태국 자본에 넘겨야 한다고 못박았다.
프리디야손 데바쿨라 부총리 겸 재무장관도 "개정안이 시행되면 태국 내 기업 소유 지분이 50%를 넘는 외국인투자자는 향후 1년 안에 주식을 매각해 소유 지분을 50% 이내로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프리디야손 장관은 또 "주주총회 의결권이 50%를 넘는 외국인투자자도 개정안 시행 시점으로부터 2년 안에 의결권을 50%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각료회의를 거친 '외국기업 법안' 개정안은 국정 최고자문기관이며 쿠데타 주역들로 이뤄진 '국가안보평의회(CNS)' 최종 승인을 거쳐야 법률적 효력을 지니게 된다.
◆ 유통ㆍ건설ㆍ자동차 등은 예외= 태국에서 영업중인 싱가포르 국영 투자은행 테마섹을 비롯해 노르웨이 텔레너 ASA 등은 개정안이 입법화되기 전에 초과 지분을 매각해야 할 처지다.
태국 정부는 그러나 유통과 건설, 자동차 등 소비자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업종은 이번 외환규제 조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테스코와 까르푸 등 영국과 프랑스 유통업체는 물론 포드와 도요타 등 자동차 제조업체는 이번 지분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 태국경제 기반 잠식 비난= 이처럼 규제가 강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를 차단하고 결국 태국 경제의 기반을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피터 반 하렌 주태국 외국기업 상공회의소 회장은 "외국인 투자 관련법 개정이 정치적 동기에 의해 추진중이며 태국 정부의 이번 조치로 수천 개에 달하는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태국 정부는 정치에서 기업을 분리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앗킨손증권 애널리스트 몬콜 푸앙파트라는 "지난해 12월 31일 발생한 폭탄테러로 태국 증시는 이미 병든 상태"라며 "이번 외국기업 관련법 개정은 이미 병든 증시를 수술대에 올려 놓는 격"이라고 말했다.
태국 정부는 탁신 치나왓 전 총리 일가가 지난해 1월 통신회사 친코퍼레이션 지분 49.6%를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인 테마섹홀딩스에 매각한 뒤 탁신이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고 기반산업을 외국에 넘겼다며 국민 감정이 악화되자 이 같은 투자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태국의 외국인투자법은 소유 지분만 따져 회사 국적을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집권한 태국 군부는 개정안에서 실제 주총 의결권까지 살펴 외국인이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외국회사로 규정하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