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충주 발치봉(550m)
충주땅 발치에 솟은 눈부신 조망의 산
발치봉은 충주시 직동과 살미면 경계에 자리한 해발 550m의 산이다. 소백산을 지나 월악산국립공원에 당도한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하늘재를 넘어 마패봉(927m, 일명 마역봉)을 눈앞에 둔 756m봉에서 북서쪽으로 곁가지를 뻗어내린다. 계명지맥으로 불리는 이 산줄기는 지름재~북바위산~꼬부랑재~대미산(681m)을 지나 발치재 능선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이은 산줄기는 발치재를 지나 남산(636m)과 계명산(775m)에 이르고, 서쪽으로 이어간 산줄기는 오늘 소개하는 발치봉과 대림산(489m)을 오르내려 달천에 가라앉는다.
국립지리원 지도에 발치봉이란 이름은 없다. 그러나 서쪽으로 능선을 이은 보다 낮은 489m봉은 대림산이란 이름이 뚜렷하며, 이 산 중턱에 자리한 대림산성은 고려를 침공한 몽고군의 남직을 막은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대림산~발치봉 종주산행은 달천변에 자리한 창동 입구. 이곳이 산성임을 알리는 안내판의 내용을 소리내어 읽어본다.
'대림산성. 충청북도 기념물 제110호. 소재지 충청북도 충주시 살미면 향산리. 대림산성은 해발 487.5m인 충주시의 진산으로 금봉산(636m), 계명산(755m) 등과 함께 충주분지의 남쪽과 동쪽을 호위하고 있는 산이다. 이 산의 정상부와 서쪽 계곡을 둘러싸고 대림산성이 축조되었는데 토석혼축으로 나말려 초에 쌓인 것으로 보인다. 성곽의 길이는 4,106m, 높이 4~5m, 폭 4~5m로서, 급한 경사면과 암벽을 이용하여 성을 쌓았는데, 자연스럽게 치와 옹성의 구조를 갖추어 천연의 요새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이 산성은 고려 고종 40년(1253) 제5차 대몽항전시 70일간의 항전으로 몽고군의 남진을 봉쇄한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 성내에는 다수의 우물터, 건물지 및 문지 등이 남아 있으며, 정상에는 봉화터가 남아 있다. 이 산의 북서쪽 끝부분에는 조선시대 임경업(1594~1646) 장군이 무술연마차 올랐다는 탄월대(일명 三超臺)가 있으며, 삼국시대에 건립되었다고 전해지는 월은사터에는 현재 정심사라는 작은 절이 있다'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성벽길을 오른다. 깎아지른 듯 아슬아슬한 벼랑을 이룬 성벽길을 왼쪽으로 흘러오던 달천이 직각으로 꺾여 서쪽으로 흘러간다. 충주시 서쪽에 남한강에 합류할 달천은 길이가 무려 123로어지간한 강에 버금가는 길이와 유역면적을 가진 유장한 흐름이다.
다소 가파르긴 하여도 굽어보는 달천의 흐름이 아름다워 연신 사진을 찍어가며 느긋이 산길을 이어간다. 오늘 산행에는 이 산을 필자에게 소개한 최진무 우정산악회 회장과 안종만(국민생활체육 전국등산연합회 전임회장), 강영숙 시인이 함께 하였다. 너럭바위에 앉아 목을 축이고, 전망대바위에서 기념사진도 남기고, 서쪽으로 성안도 굽어보는 느긋한 산행은 화기애애를 넘어 화기애매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대림산 정수리에 이른다. 2기의 묵묘가 자리하는 드넓은 정수리도 특이하거니와 장승을 닮은 정상목도 이채롭다. 흘러오는 달천이며, 흘러가는 달천이며, 한눈에 들어오는 충주시 너른 시가지며, 멀리 동남쪽으로 월악산의 신비스런 정수리까지 펼쳐 보인 대림산 정수리의 조망은 말 그대로 백문불여일견이었다.
남쪽으로 성벽길을 이어 삼거리에 이른다. 오른쪽(남녘) 큰길은 산성의 서문을 이어 들머리로 내리는 짧은 산행길이다. 취재진은 동쪽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따른다. 솔숲이 우거지고 솔가리를 밟는 솔향 그득한 산길이다. 이윽고 대림산과 발치봉의 경계를 이룬 내냉이재(?)에 내려선다. 살미면 향산리와 충주시 직동을 연결하는 고갯마루에는 아름드리 오동나무가 모초럼 만나는 산꾼들을 반긴다.
다시 오르는 능선길의 오른쪽은 벌목지대다. 발치봉이 성큼 다가들고, 대향산마을의 긴긴 계곡길이 펼쳐진다. 해발 400m 지점부터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된다. 북사면에다 낙엽이 수북한 오름길은 가뿐 숨을 내쉬어야 하는 만만찮은 산길이다. 드디어 발치봉 정수리에 올라선다. 새하얀 바위(규석)가 여기저기 널브러진 정수리는 신비롭다.
'발치봉 549m. 충청북도 충주시. 향산리 입구(3.9km), 좌수동(4.3km)'이라 표시된 정상석 옆에는 몹시 낡은 삼각점이 자리한다. 정북녘으로 남산과 계명산이 일직선을 이룬 이곳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시야에 들어오는 충북의 청산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발치봉에서의 하산길은 정상석에 표시된대로 두 코스가 있다. 향산리 방면은 코스가 짧고 산길도 단순하고 쉬운 편이다. 좌수동 하산길은 코스가 길고 약간의 독도가 필요한 만만찮은 길이지만 자랑봉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있다. 하산길 선택은 산꾼들 개개인의 능력에 따를 일이지만 취재진은 좌수동 산길을 이었다.
발치봉 출발 30분이면 당도하는 자랑봉은 절경의 조망을 자랑한다. 두 그루 소나무 사이에 놓인 정상석의 위치도 빼어나지만 조망 또한 자랑봉이란 이름답게 아름답다. 왼쪽으로는 진초록 충주호가, 오른쪽으로는 월악산의 신비로운 정수리 영봉이 환상인 듯 조망된다. 남족으로, 다시 남서쪽으로 능선길을 오르내리면 해발 340m 지점에서 세성리로 내려가는 비탈길을 이어 세성1리-세터교-세성정류장에 내려선다.
참으로 다행한 것은 5분 거리에 자리한 깔끔한 식당 자연가든에서 알뜰한 뒤풀이를 즐기며 버스를 기다리거나 택시를 부를 수 있는 행운까지 따라준다는 것이다.
*산행길잡이
산성 입구-(1시간20분)-대림산 정수리-(18분)-동문 삼거리-(12분)-옛길 고갯마루-(1시간)-발치봉-(30분)-자랑봉-(1시간30분)-세성 버스정류소
대림산~발치봉 종주산행의 들머리는 대림산성 안내판이 자리하는 창동 입구. 오른쪽에 등산로 계단이 자리한 이곳에서 맞은편(왼쪽)의 리본을 따라가면 달천을 굽어보는 성벽길이 이어진다. 능선을 이은 성벽길을 이어가면 몇 개의 전망대를 지나 해발 약 300m 지점에서 건국대 후문에서 올라오는 삼거리에 이른다. 해발 420m 지점에서 다시 건국대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를 만나고, 송전탑을 2개 지나면 다시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능선을 오르면 대림산 정수리에 올라선다.
대림산에서 뚜렷한 성벽길을 이어내리면 산성 동문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이른다(계속 남쪽 성벽길을 따라가면 산행들머리에 내려선다). 이곳에서 리본이 몇 개 달린 왼쪽(동쪽)의 좁은 산길을 따라가면 충주시 직동과 살미면을 걸어넘던 옛 고갯마루에 내려선다. 다시 동쪽으로 능선길을 이어가면 벌목지대를 지나 마지막으로 가파른 오름을 숨가쁘게 올라가면 정상석이 자리한 발치봉 정수리에 올라선다. 정상석에 표시된 '향산리 입구 3.9km, 좌수동 4.3km' 대로 하산길은 두 코스가 있다.
향산리 코스는 정서녘 능선길을 따라가면 대향산마을과 광산길을 이어 등산안내도가 자리한 옛 3번 국도에 내려선다. 좌수동 하산길은 30분이면 절경을 조망을 펼친 자랑봉(해발 528m, 정상석이 자리함)에 이른다. 이곳에서 능선을 이어가면 490m봉 직전의 삼거리를 지나 490m봉에 올라선다. 다시 내림능선을 이어가면 해발 340m 지점에서 동쪽의 골짜기로 내려가는 낙엽길을 이어가면 세성1리 농가를 지나 살미교회, 세터교를 지나 세성버스정류장에 도달한다. 대림산~발치봉 종주산행은 상당한 시간과 체력, 독도력이 요구되니 (1)노약자는 대림산 원점회귀 코스, (2)중급 실력자는 향산리 하산 코스, (3)산행에 자신이 있는 산꾼은 좌수동 코스를 추천한다.
*교통
동서울버스터미널(1일 53회)과 강남터미널(1일 33회)에서 운행하는 고속버스로 충주에 가서 택시를 이용해 소향산 대림산성 입구 하차(요금 약 13,000원). 충주터미널 경유 살미행 시내버스 1일 6회 운행하나 이용이 불편하다.
*잘 데와 먹을 데
날머리 세성정류장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자연가든(043-851-8431)에서 단체 식사도 가능. 들머리나 날머리에 숙박시설이 없으니 충주시의 숙박시설 이용.
글쓴이:김은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