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인간은 꿈을 꾸고 꿈을 먹으며 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눈을 뜨거나 감거나 우리
모두는 비몽사몽간에 살아간다
태초에 원시인들은 꿈을 '신의 계시'로 보기도 했고 '영혼의 외출', '사자의
부름'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꿈은 "인간이 자고 있는 동안의 영혼의 활동"이라고 했거니와
하프어의 말대로 "꿈은 생시의 연속인 것으로 얼마 전에 의식 속에 존재했던 표상과
연결되어 있어서 자세히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의 꿈이 전날의 체험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조선조의 실학자 이익의 "몽감론"은 이기철학에 근거한 것으로 하프너의
이론과 유사하다
곧, 꿈이란 꿈 꾼 사람의 정신이 감촉되어 생각이 이어짐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으로
북치는 소리를 듣고 잠을 자면 꿈에 군공에 관한 일이 나타나고, 글읽는 소리를 들으면
꿈에 예림의 일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거북, 자라 등이 꿈에 나타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원억한 기운이 극에 달하여 잠자는 사람의 정신에 감촉되는 까닭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꿈의 해석은 그리 간단치 만은 아니하다 전날이나 얼마전에 의식 속에
존재했던 표상만 떠오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을 뜨고 대낮에 삶을 영위하고 있으면서도 무의식의 저편에 존재하고 있는
또 다른 자아의 세계를 망각하고 있다 이같은 무의식의 세계는 일시적으로 흐려진
생각이거나, 인상이거나 또는 잊혀진 것이지만 우리들의 의식의 한 모퉁이에 자리하면서
항시 마음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무의식은 어느 계기에 우연한 자극과 기억으로 말미암아 불현듯 재생되어 되살아 나기도 한다
카알 G 융은 인간에게는 본인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여도 기억된 '순수기억(genuine
recollection)'이란 것이 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어렸을 때 농부의 민요를 많이 들은
음악가는 그가 작곡하는 악장 테마에 농부의 민요를 원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꿈을 병리적인 현상으로 보아 '오장육부의 피로', 곧 잠이 방해 당하기 때문에 생긴다는
이론도 있다 그리하여 꿈의 분류를 외적(객관적) 감각과 자극에 의한 꿈, 내적(주관적) 감각
자극에 의한 꿈, 내적(기관적) 신체 자극에 의한 꿈, 순수한 심적 자극원에 의한 꿈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생리학적 이론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점이 꿈 속에 있다 일반적으로
꿈에서의 심리적 작용을 낮게 평가하는 생리학적 이론가들도 심리적 활동의 어떤
잔재가 꿈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꿈을 병리현상으로만 보는 꿈의 해석은
더더욱 위험하다 주지의 사실대로 이 정신 장애 자체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형편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꿈은 '소망충족'의 수단이 되고 있다 J H 피히테는 현실을 상징화하는 꿈을
'보충몽'이라고 명명하면서 이 보충몽은 정신의 자기 치료적 성질의 은밀한 혜택의
하나라고까지 꿈을 해석하고 있다
실제 필자는 논문을 쓰다가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꿈 속에서 푼 적이 두어 번 있다
이처럼 꿈 속에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얻을 경우는 역사상 흔한 일이다
영국의 작가 로버트 스티븐순은 "인간이 이중성격을 가졌다는 강한 느낌에서 상통하는
이야기를 찾으려고 여러 해를 애쓰다가 갑자기 꿈 속에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야기 줄거리를 발견하였고, 재봉틀 기계를 발명한 엘리스 호웨도 끝부분에 구멍뚫인
창을 들고 다니는 야만족에게 사로잡히는 꿈을 꾸고 바늘의 끝부분에 실을 꿰는 현재와
같은 재봉기 양식을 발견하였고, 수학자 포앙 카레나 화학자 켘쿨레는 그들 스스로가
인정한대로 자기들의 과학적 발견은 별안간 무의식에서 솟아난 회화적 '계시'의
덕택이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이 밖에도 많은 훌륭한 예술가 철학자들이 최상의 생각(idea)을 무의식에서 솟구쳐
나온 인스피레이션(영감)에서 얻고 있다
꿈은 상징적 표상으로 연결된다 많은 미개인들이 자기는 자신의 영혼과 "숲의
영혼(bush soul)"을 동시에 가졌다고 생각한다 만약 숲의 영혼이 동물의 영혼이라면
동물은 인간과 형제간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악어와 형제간의 사람은 또 악어가 득실거리는
강에서 헤엄을 쳐도 안전하도 생각한다 만약 숲의 영혼이 나무라면 나무는 사람에
대하여 부모와도 같은 권위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든 숲의 영혼을
해치는 것은 그곳에 소속된 인간을 해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여기서 토테미즘(totomism)의
논리적인 맵핑(mapping)이 생기게 된다
캥거루--캥거루 부족
곰--곰 부족
호랑이--호랑이 부족
번개--번개 부족
토테미즘에는 두 개의 집단, 즉 동물 집단과 부족집단이 있고, 이 두 집단간에 맵핑을
이룬다 이와 같이 관계지어진 동물을 토템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창조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왕왕 새로운 개념을 개발한다 이들 각 부족은 자기
부족을 상징하는 동물에 대한 의례를 갖는 게 보통이다 이에 성스러운 꿈을 꾸게 되는데
캥거루족은 캥거루 춤을, 곰족은 곰 춤을 추며, 번개족은 쾅하는 소리를 내면서 번개를
흉내내는 춤을 춘다
그러므로, 그 사회의 상징이라는 것과 그 사회자체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다
동서를 불문하고 많은 나라에서 부모들은 아이들의 심리학적 안정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왼손잡이 아들을 오른손잡이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심한 경우 왼손을
잘라버려야 복이 온다고 해서 잘라 버리는 수도 있다 그 만큼 강한 정도로 가고자하는
심상이 때로 꿈 속에서 거꾸로 보일 때도 있다 정신적 지향점이 강한 민족이다
스테켈에 의하면 꿈 속에서의 오른쪽과 왼쪽은 도덕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오른쪽의 길은 언제나 정의의 길이며 왼쪽 길은 죄의 길이라고 하였다 또한 오른쪽
길은 고결한 뜻을 갖고 있으나 왼쪽 길은 동성애, 근친상간, 성도착 등의 뜻을 갖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성으로서는 파악 할 수 없는 정신적 영상이 바로 꿈인지라 때로 병악하거나
심상이 어지러울 때 보이는 필름이 거꾸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상징은 대립과 상관(association)의 맥락으로부터 규정되어 의미를 갖게 된다 우리민족이
선호하는 흰색은 생명과 결백, 행복, 유쾌감을 나타내는 반면 대립되는 흑색은 죽음과
죄, 불행, 비탄 등을 나타낸다 이렇게 상징이란 한 대상이 나타내는 직접적인 뜻 이외에
추상적으로 다가오는 강한 암시작용이다 흰색은 그것과 가장 거리가 먼 색과 대조,
대립시킴으로써 더 두드러지게 그 색의 의미를 부여받는다 즉, 흰색이라고 할 때 동시에
많은 의미를 말하는 것은 전형적(paradigmatic)이라 한다 다시 말해 흰색이라는 속성은
생명, 결백, 행복, 유쾌감이라는 많은 의미가 전형적 법칙에 의해 상호연결,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중재란 상징적 의미를 창출하는 세번째 방법이다 이것은 어떤 개념을 두개의 다른
개념 사이에 우치시키는 것을 말한다 잘 알려진 중재의 예를 종교에서 찾을 수 있다
석가모니나 예수 그리스도는 '신과 사랑'이라는 두개의 대립 범주를 중재하고 있다
만일 그들이 아니었다면 이들 두 범주는 순수한 대립만 남게 된다 예수는 신의 아들이기도
하고 사람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는 성직자로서 지상에 살았으며 십자가에 못 박힌 후
하늘로 올라 간다 따라서 그의 삶이 상징하는 바는 신과 사람 사이의 대립을 중재하는 데
있었다
꿈은 양극의 극단적 해석으로만 풀어 나갈 때 무리가 따른다 중재적 사고방식은
믿음체계를 결합시켜주고 안정시켜주는 매개체로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상징의 본체를 해석해 보았고 꿈은 상징의 이해가 기초임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상징 이외에 프로이드의 말대로 꿈을 꾼 본인들의 자유연상에 결정적인 의미가
더 있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프로이드가 제시한 꿈에 대한 상징 해석만은 독자들의
꿈 풀이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왕후(왕과 여왕)은 대체로 꿈을 꾼 본인의 양친의 상징이다
황태자와 공주는 꿈 꾼 본인들 자신이다
위대한 인물(괴에테 등)은 아버지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길게 뻗친 물건, 지팡이대, 양산 등이나 길고 뽀족한 모든 무기는 남자 생식기를 나타낸다
작은 상자, 두꺼운 상자, 큰 상자, 서랍, 난로, 배 용기류 일체는 여자의 신체를 상징한다
꿈속의 방은 대체로 여자이고 출입문까지 나타나면 더욱 그러하다
줄지어 있는 방앞을 지나가는 꿈은 유곽이나 규방의 꿈이다
처음에 하나이던 방이 두 방으로 나뉘어지는 꿈은 유아의 성욕 탐구심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제단, 사다리, 특히 그런 것에 오르락 내리락하는 행위는 성교행위를 상징한다
부인들의 모자나 외투는 대체로 남자의 생식기를 상징한다
남성의 꿈에 나타나는 넥타이는 음경의 상징이다
꿈에 나오는 아이는 대체로 생식기이다
생선, 달팽이, 고양이, 쥐는 남자의 생식기를 상징한다
벌레들이 몸에 득실거리는 상태는 임신을 나타낸다
모두어 말하면 우리 민족은 꿈이 많은 민족이었다 그 꿈은 이상의 세계로 줄달음치는
꿈이기도 하다 그 꿈을 예사로 보지않고 일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민족심상의
소리라고 여겨진다
이 책을 통하여 작게는 개인의 꿈이 크게는 민족의 꿈이 해석되고 풀이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던져보는 바이다
끝으로 이종문 사장님과 박영자 차장 그리고 편집부 담당자 여러분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전하며 머리말에 대신하는 바이다
@ff
머리말
꿈풀이(해몽)란 미래에 대한 예지 능력과 판단력의 문제다 꿈을 꾸고, 마치 밤에 보는
드라마와 같이 보고도 그냥 지나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꿈은 그 사람에게만 직접 전해지는
암시다
소홀히 해서 큰 봉변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길흉의 판단을 해야 한다
단, 꿈은 꿈과 같은 것이라고 일컬어지듯이 실제로 일어나는 그대로의 상황을 꾼다고는
할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일, 생각할 수 없는 일을 꾸는 경우도 있고 같은 꿈이라도 꾸는
사람의 입장이나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진다
꿈은 흔히 피곤해 있을 때에 꾼다고 하지만 지쳐서 푹 자고 있을 때에는 꿈을 꾸어도 잊어
버리거나 해서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선잠을 잘 때나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어서 잠을 이룰 수 없을 때에 꾼다 눈을
감았을 때 일시적으로 꾸는 경우도 있지만 긴 이야기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하룻밤의 꿈에 몇 건의 암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몇가지의 꿈이 반복해서 하나의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둠의 세계에 살고 있다 내일 이후의 일을 알면 그것이
나쁜 소식일지라도 방침이나 대책을 세울 수 있고 그 날 당장 일어나는 문제일지라도 각오
정도는 할 수 있다
또, 좋은 꿈이면 자신을 가지고 일에 부딪치면 된다
옛날은 신의 계시라든가 사자의 부름이라고 전해져 왔지만 나는, 자고 있는 동안도 잊을 수
없을 만한 문제를 안고 있을 때에 꿈을 꾸고 누구로부터의 계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아갈
길을 지도해 주고 있는 것 같이 생각한다
어떤 때는 험한 길임을 알려 주고 어떤 때는 곤란에 부딪치고 사람과 다투는 일도 알려
주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의 각오를 하고 오늘날까지 큰 실수 없이 지내 왔다
하긴 꿈은 누구나 꾸고 있지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생각도 하지 않고 나중에 그 때의
꿈은 이것을 의미하고 있었구나 깨닫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체험들이 반복되어 저 꿈은 좋다든가, 이 꿈은 나쁘나고 하는 규칙과 기호가 생겨서
오늘날에 전해진 것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옛부터 일컬어지고 있는 통례적인 것 이외의 꿈을 꾸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다 무엇보다도 그 꿈을 꾸었을 때의 인상이 중요하다
옛부터 꿈 판단의 자료가 유래에서 오고 있다고 하는 것도 심리적 요소가 있어 평소에 본 적이
있는 재수 좋은 그림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도 꿈을 판단해서 내일부터 남보다 한 걸음 먼저 나가는 생활 방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이 한 권의 책이 당신의 과거를 진무하고 다가오는 미래에 보다 나은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작은 밀알이라도 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