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연습 당번 후 술 후유증 달래려 산에 가야 하지만
영화도 보고 싶다.
며칠 전 막내한테 아부?하느라 본 미이라3은 영 맛이 없어
광주극장 생각이 간절하다.
수첩의 월간 일정표에 제목과 시각을 써 두니
더 가고 싶어진다.
마을에 부는 바람, 학교가는 길, 카운터 페이퍼, 레몬 트리, 선탠하는 사람들
내일이면 새로운 영화들이 걸리는지라
하루 종일 볼까도 생각해 본다.
결국 1시 40분 레몬 트리를 본다.
10년 전 남편을 여의고 자식 셋을 낳았지만, 이웃 노인과 레몬밭을 일구며 사는
아랍 여성이 주인공이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이사 오고, 정보요원과 군인들이 경계를 서는데
레몬나무가 되어 방해된다고 베려는데
이 여인은 거부하고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된다.
거기에 개입하는 국방장관의 부인과 변호사, 그리고 기자
그리고 군인과 정보요원, 아랍족의 마을 어른 노릇하는 이까지
하나하나 인간으로서의 존재(정체성)가 잘 그려진 듯하다.
변호사의 여성 선택이나, 마을 어른?의 처세도 잘 그려졌지만
국방장관 부인의 의지도 주인공만큼이나 곱다.
결국 나무는 30cm 등껄만 남기고 베어지고
나무를 못 보게 집을 가린 철망은 올라가지만
더 큰 장벽 앞에 혼자 남은 국방장관이 참 안됐다.
평화롭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밖에 나가 무등산을 세 시간 걷다가 국밥으로 저녁을 먹고 '선탠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영화는 내내 시끄럽다.
끊임없이 사랑을 찾고 욕망하지만 결국 아무 것도 찾지 못하는 건 아닐까?
관광객이 더 많이 배울까? 원주민이 더 많이 배울까?
땀내에 술내가 날까봐 3층 뒤에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