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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대학평가, 함께 거부하고 행동하겠습니다.
- 언론사 대학평가 거부, 4개 대학 대표자 선언 -
지난 1월, 삼성의 총장추천 채용 제도에 대해 “마음만 받겠다”던 고려대 총학생회가 이젠 “마음도 받지 않겠다”며 나섰습니다. 지난 22일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중앙일보 대학종합평가가 대학의 서열화, 기업화를 조장해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며 평가를 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시민들과 대학생들의 많은 격려와 응원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지성인답다.”, “대학생들이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감동이다”라는 긍정적인 반응들이 이어집니다. 이것은 단지 잇달라 터졌던 우리 사회의 적폐와 추태 소식을 잠시나마 잊게 만들어주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언론사의 무분별한 ‘줄 세우기’식 평가야말로 지금 전국의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각 대학들이 언론사의 대학평가지표를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해오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입니다. 대학들은 특성과 현황에 따라 고유한 발전전략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에서 높은 점수를 쳐주는 분야만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게 늘어난 외국인 유학생(특히 중국인 유학생)의 수, 실속은 따지지도 않고 개설된 영어강의, 취업과 스펙관리에 열을 올리는 대학행정의 실태 등은 모두 대학평가가 낳은 비정상의 단면입니다. 단기적인 지표성장, 순위상승에 목숨을 건 대학들의 ‘줄’서기에 결국 학생들이 그 피해를 감당해야합니다. 이것이 많은 대학생들이 고려대 총학생회의 대학평가 거부선언에 공감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일부에선 소위 ‘SKY’로 불리는 한국사회의 학벌카르텔을 깨뜨리는 데에 언론사 대학평가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느냐며 반문합니다. 하지만, 20년이 넘게 진행된 중앙일보 대학종합평가가 지금 보여주듯이, 학벌카르텔은 깨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두텁게 그 지위와 위상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조선시대 왕 이름을 외우듯이, 서열화 된 대학의 명단이 주문처럼 회자됩니다. 그 대학의 특화된 전공이나 분야는 사라지고, 오로지 ‘간판’만 남았습니다. 4년 동안 뼈 빠지게 벌어서 낸 대학 등록금 수 천 만원이 오직 ‘간판’하나 얻기 위해 필요한 사회가 과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까? 4년 동안 배우고 익히는 교육에 대한 보람보다는 오직 ‘간판’하나로 대학의 서열을 나눠버리는 이 사회가 진정으로 통합과 번영을 꿈꿀 수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때문에 저희 4개 대학 총학생회 대표자들은 ‘대학의 본질’을 지키겠다고 나선 고려대 총학생회의 선언을 지지합니다. 더불어 그것이 ‘대학평가 거부’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대학서열화’에 균열을 낼 수 있도록 함께 나서기를 제안 드립니다. 이번 기자회견에 나선 저희 4개 대학은 다음 주부터 학우들을 직접 만날 것입니다. 대학을 ‘줄’세우는 언론, 그리고 맹목적으로 ‘줄’서는데 급급한 대학, 그리고 뿌리 깊은 학벌지상주의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듣겠습니다. 다음주 캠페인 활동, 이어서 대학생들의 교육포럼을 통해 대학평가와 서열화로 인해 피해를 겪고 있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겠습니다. 학생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구조에 맞서는 일이야말로 학생회 본연의 일일 것입니다. 더 많은 대학의 학생회와 학우들의 관심과 격려를 기대합니다.
2014. 9. 26. 금
경희대학교 총학생회, 동국대학교 총학생회, 성공회대학교 총학생회,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원본보기 : http://www.usline.kr/n/news_view.html?c=n_photo&seq=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