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눈부시는 스위트홈

[석류]

패브릭 디자이너 칼레이도 이선영의 32평 아파트.

햇살이 따스한 이곳엔 검박한 실용과 과하지 않은 미학이 편안하게 조화를 이룬다.

 

 

1 베란다를 확장한 후 벽체를 세워 직사각형의 긴 목창을 만든 거실. 벽면엔 이케아의 4단 책장 네 개를 연결해 놓았고 직접 디자인 제작한 테이블을 놓아 다이닝 룸 역할을 겸한다. 벽면은 아이보리 톤의 종이 벽지로 마감했는데 보송보송한 느낌이 따뜻한 이 공간과 잘 어울린다. 벽지는 스웨덴 비 보라스 태피터(B Boras Tapeter) 제품으로 새생활장식에서 구입했다. 광택이 전혀 없는 내추럴한 느낌의 나무 바닥재는 독일의 하로(Haro) 제품.
2 아담한 크기의 핸드메이드 수납장. 일본 디자이너가 만든 가구로 못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마이컨트리(www.maricountry.com)에서 구입했다.
3 거실에서 바라다본 복도. 길게 이어지는 복도는 오른쪽에 벽체를 세움으로써 생겼다. 정면의 여닫이 문은 현관을 옆으로 확장해서 달 수 있었는데 한쪽 문에 투명 유리를 달아 답답한 느낌을 없앴다.

집은 자고로 따뜻하고 편안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일 터. 아무리 트렌드에 충실한 공간이라도 집이 갖는 특유의 온기가 없다면 그 집은 살아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칼레이도 이선영의 32평 아파트는 언제라도 가고픈, 엄마 품 같은 공간이다.

두 딸아이가 유학을 가고 다섯 살짜리 아들 영준이와 두 부부만이 살게 된 이선영 실장. 덩그러니 큰 집을 줄여 아담한 이곳으로 이사를 온 그녀는 방 세 개가 있던 전형적인 30평대 아파트 구조를 자신의 가족 구성원과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과감하게 바꾸었다.

 

1,2,3 복도 한쪽에는 좁고 긴 테이블을 놓아 그릇과 기타 소품 등을 수납한다. 벽면에는 긴 옷걸이를 달아 부엌 용품과 인테리어 소품을 걸어놓았다.
4 방을 개조해 만든 부엌. 벽면을 둘러 짜 넣은 부엌 가구가 수납의 효과를 높인다. ㄷ자 부엌을 만들기엔 동선이 좀 불편한 감이 있었지만 이선영 실장은 가구의 폭을 25cm내외로 짜 넣어 충분히 가능했다. 통상적으로 디자인하는 40cm깊이의 수납장은 오히려 그릇을 넣고 꺼내기에 불편함을 주기 때문. 좁고 긴 수납장은 공간을 확장돼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다. 전면의 상부장을 없애고 오픈형 선반을 달아놓은 것도 이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여서 그런지 방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두 방이 두 평 내외로 너무 작았습니다. 어떤 용도로도 사용하기 힘들었죠. 부엌과 다이닝 룸도 너무 협소했구요. 그래서 방 하나를 아예 부엌으로 바꿨지요. 원래 부엌과 다이닝 룸 그리고 작은 방이 딸려 있던 공간은 모두 터 영준이 방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녀의 리노베이션 계획은 매우 과감했다. 방 하나를 아예 없앴고, 부엌의 위치를 완전히 반대편으로 옮겼으니 말이다. 보통 오픈 부엌을 선호하는 한국인으로서는 방 안에 갇혀 있는 부엌이 좀 답답하다 싶겠지만 오히려 실용 공간을 따로 분리하니 집 전체가 정리된 느낌이다. 방의 개수도 두 개로 줄었지만 널찍널찍한 규모가 오히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1 방문 옆에 마련된 영준이의 책상. 수납장 위에 상판을 얹어 꾸민 공간으로 영준이의 그림이나 낙서를 붙일 수 있는 코르크판, 마키에서 구입한 지도 등을 붙여 아이만의 공간으로 완성했다.
2, 3 부엌과 다이닝 룸, 작은 방을 터서 만든 영준이 방은 침실과 공부방, 놀이방의 기능을 겸한다. 이케아의 수납장과 책장, 마리컨트리의 수납장 등을 배치한 이곳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모든 가구들이 낮게 배치되어 안정적이다. 영준이가 ‘해님’이라 부르며 좋아하는 철제 조명은 좌우로 이동 가능해 방 전체를 효과적으로 비춘다. 철제 조명은 와츠에서 구입.

생활하기 편리하게 구조를 바꾼 후 두 번째로 신경 쓴 부분은 바로 벽체를 많이 세운 점이다. 현관에서 길게 이어지는 복도가 바로 그 성공적인 결과물이다. “벽체가 많으면 그만큼 수납 공간도 늘죠. 벽에 가구를 놓을 수도 있고 선반이나 옷걸이 등을 달 수도 있으니까요. ”. 그 일련의 과정 중에는 베란다 창문도 포함된다. 베란다를 확장해 통창으로 만드는 대신 벽체를 세워 가로로 긴 직사각형의 창문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곳엔 시스템 창호 대신 목창을 짜 넣어 아늑함을 강조했다.

언뜻 보면 평범하고 소박한 아파트 같기만 한 공간. 하지만 이 집은 흔히 리노베이션을 계획할 때 중점을 두는, 확장에 확장을 거듭해 공간을 넓게 보이려고 하는 고정관념을 확실하게 깨준다. 겉치장을 중요시하기보다는 자투리 공간에 수납 아이디어를 더했고 어떻게 하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그래서 살림을 하는 주부들에겐 더없이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가 곳곳에 숨어 있다.

 

1, 2, 3 침대 프레임 없이 투매트리스를 놓고 사용하는 침실. 이곳 역시 베란다를 확장한 공간에 벽체를 세워 긴 목창을 만들었다. 커튼은 창문 프레임에 맞게 리넨으로 제작. 카키 톤으로 바이어스 처리한 디자인이 이 공간과 잘 어울린다. 오래 전 까사미아에서 구입해 손잡이만 바꿔 단 서랍장 위로 이강화 작품이 걸려 있다.

 

1, 2 흰색 모자이크 타일로 전면을 마감한 욕실. 변기 위에 수납장을 짜 넣는 대신 문 뒤쪽의 자투리 공간에 붙박이 선반을 만들어 수납 공간으로 활용했다.
3 나무 옷걸이에 수납한 욕실 용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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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영]

밝은톤으로 환하게 보여서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