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글 쓰기에 앞서
대회 가기전에 응원과 격려의 말씀해 주신,
그리고 대회 끝나고 나서 칭찬과 축하해 주신
모든 목포마라톤 클럽 선배님들, 동생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덕분에 좋은 기록으로 마무리 할수 있어
24년은 저에게 더 뜻깊은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후기 시작해 보겠습니다.
23년 수현 형님의 차를 타고 7명이서 대회를 참가한게 엊그제 같은데...ㅎㅎ
쪼그려서 국밥을 먹던게 얼마 전 같은데...ㅎㅎ
작년 23년에 3시간 01분을 하고
"내년에 꼭 복수하러 오리라" 마음먹고
신청했지만.....
참가자가 봉희랑 저랑 둘 뿐이었네요^^;
하지만 혼자서 라도 복수하러 갈려고 생각했던 터라
상관 없었습니다.
늘 하던대로 대회 전에는 코스분석을 하죠.
"저 높은 꼭지 2개를 무사히 잘 넘어야겠군~"
대회 10일 전 배번표 도착..
몸은 가벼운 운동으로 회복을,
마음은 서브3를 위한 정신무장을 시작합니다.
대회날
여유있게 1시간 30분 전 도착.
출발지가 200m 옮겨졌네요.
이제 진짜 하는구나~
봉희랑 함께 출발 전에 사진 한장 찍고,
화이팅을 하며 준비를 합니다.
이날 기온이 너무 낮아서 많이 걱정했습니다.
도착하니 영하3도
복장에 대해서 많이 걱정했죠.
기온은 낮았지만 다행스럽게도
바람이 불지 않고, 햇빛이 쨍해서
많이 춥진 않았습니다만,
발이 시려웠네요...
10시 이후로 시작될 바람이 살짝 마음에 걸렸습니다.
풀코스는 매번 뛸때마다 200~300m 길었어요.
그래서 42.4km 로 예상하고
페이스 계획을 미리 세워놨는데.....
제 계획은
서브3 보다 1분30초 빼놓자 였어요.
그래야 퍼져도 1분 30초의 여유를 가질수 있을 것 같아서,
2:58:30 이 목표였고,
평페는 4분13초 였죠.
5km마다 랩타임을 찍으려고 했고,
5km 마다 21분 03초에 통과해야 했죠.
늘 하던대로
그걸 테이프에 써놓고 팔에 붙이고 뜁니다.
참, 제가 서브3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그 동안 많이 실패해서 이제는 꼭 하고 싶다!!
계속 실패하면 자신감도 떨어질 것 같다."였고
그 다음 이유는
아들, 딸의 응원 때문이었는데, 대회 전에 "딸이 써준 편지들 때문"이었습니다.
대회장 가면서 보라고 박스에 편지를 담아줬는데,,,
(아빠 서브3 잘하고 끝나면 회,초밥 사먹어)
춘천마라톤, 순천남승룡마라톤, 진주마라톤 준비하면서
체중도 1.5~2kg 빼면서 음식도 편하게 못먹고
맥주도 시원하게 못 마시고 ㅠㅠ
그러면서...
어느날 갑자기 제가 딸한테 "아빠, 서브3하고 오면 초밥이랑 회에 술먹고 싶다."
그랬는데, 그걸 기억하고...
서브3 하고 와서 초밥 사먹으라고 용돈을 챙겨줬습니다^^ㅎㅎㅎ
(아빠 서브3 잘하고와.
돈이 조금밖에 없어서 있는돈 조금밖에 못줬어 미안해)
(아빠의 흐믓한 광경)
초등학교 2학년만 할수 있는 감성이죠?ㅎㅎ
아무튼 가족의 응원을 생각하며,
이제 레이스가 시작됩니다.
초반 10km 까지는
추운 날씨 때문에 발이 꽁꽁 얼어서 힘들었습니다.
다리가 얼어서 둔해진터라, 계속 이런 상태라면 힘들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예상 평페 4분 13초보다 더 앞선 상태로 5km 10km 통과했습니다.
2km 지점에서 서브3 페이스 메이커와 그룹들을 만났지만,
제 몸상태가 그들보다 더 좋았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페이스 메이커와 그룹들을 제 뒤에 두고, 그들의 발소리를 들으며
5km 평페 4:10
10km 평페 4:06
로 통과합니다.
그리고 10km가 지나니까
기온이 살짝 올랐는지 얼었던 발은 다 녹았고,
12~13 큰 언덕도 무리없이 넘어갔습니다.
15km 이후 맞바람이 부는데,
센바람은 아니었지만,
그 바람을 이겨내면서 뛰다가는 30km 이후에 무리가 올까봐서
서브3 그룹 뒤로 숨어서 바람을 피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20km 부근에서 만난 서브3 그룹 한부대.
처음에 그룹이 10~15명 이었는데,
한 그룹이 더 왔습니다.
서브3그룹이 약 30~40명이 됩니다.
그룹에 사람이 너무 많다보니.... 갑자기
'여기서 함께 가면 편하게 갈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들 가운데 정도에 함께 가기 시작합니다.
30km 지점까지 약 10km 정도 그룹에서 함께 무난하게 달려갑니다.
저는 중간에 호흡이 너무 편했는데 옆사람들은 호흡이 거칠어지는 것을 느꼈죠.
그래서 '오늘 내 몸상태가 좋은가 보다~' 라는 자신감을 얻고
묵묵히 뛰어갑니다.
하지만, 걱정은 늘 깔려있었죠.
제 걱정은 32~38km 구간에서 늘 쥐가 났었다는 것!
하지만 한편으로는..
계획상 30km 구간을 2시간 6분에 통과해야 하는데,
2시간 4분에 통과했으니, 약 2분 빨리 통과했으니
그럼 여유시간 1분30초 + 빨리 와서 2분 = 3분 30초 더 빨리 들어올수도 있겠다고
기분 좋~~~은 상상을 한것도 잠시....
33km에 결국 올것이 옵니다.
쥐가 난건 아니고.... 쥐가 나려고 움찔움찔 신호를 줍니다.... ㅠㅠ
20초 간격으로
왼발에 한번 으악!
오른발에 한번 으악!
으악! 으악! 으악! 으악!
쥐가 나려고 계속 신호를 보내는데,,,,
이때부터 팔치기로 몸을 쳐가며 달려나갑니다.
팔치기, 어깨치기로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고통이 시작되었죠.
앞으로 10km 남았는데, 이렇게 계속해 나갈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어떻게 잘 버텨서 표지판에 보인글씨는
남은거리 5km
'이제 5km 남았다.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꼭한다!'
'나에게 2~3분의 여유가 있다'
라는 생각으로 뛰어가지만,
남은 5km는 지옥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멈추고 싶었습니다.
"작년에는 멈췄지만, 이번에는 절대 멈추면 안돼!" 라는 생각으로
진짜진짜 버텼습니다.
2km 남음 ㅡ 표지판을 봤을때 시계는
2:48:XX
(그 이후로 마음이 조급해져서 시계를 아예 못봤습니다.)
마지막에 오르막이 있는것을 알기 때문에,
퍼지면, 자칫 잘못하면 서브3를 못한다는 계산이
머릿속에서 이뤄지면서, '절대 퍼지면 안된다' 는 생각을 하게 되죠.
남은거리 5km 보다 더 지옥같은건
이제 남은거리 2km,
더 지옥같은건 남은거리 1km 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할만큼 맵고 뜨거운 지옥이었습니다.
진짜 너무 많이 힘들어서 퍼졌겠구나 생각했는데,
페이스를 이제보니 별로 안 퍼졌네요...
그래도 4분 18초,28초,11초 네요...
그 속도로 퍼지지 않고 버텨내는 고통이 너무 힘들었나 봅니다...
마지막에 그 힘겨운 2km를 버텨낸건,
이 생각이 가장 컸어요.
"3시간 00분 10초 하면, 내년에 복수하러 또와야되고,
얼마나 아쉬울까?"
3시간 00분이 너무 하기 싫었어요.
제가 골인하던 시간이 2:58:37
그리고
하루 전날 딸이 써줬던 편지도 2시간 58분
딸이 미리 알고 있었나 봅니다^^ㅎㅎㅎㅎ
(이건 작년 사진인데,)
올해도 역시 골인하고 이렇게 2분 정도는 쓰러져 있었던것 같아요.
1분 정도는 정신이 없어서 아무생각이 없었고, 1분은 뜨거운 눈물이 났던거 같습니다.
눈물이 난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생한 자신을 위로해 주고,
해낸 자신을 칭찬해 주는 마음의 눈물이 아니었나 싶네요..
쥐가 나려고 움찔움찔 했던게
끝나니까 쥐가 나네요...
하지만 끝났으니까, 해냈으니까 뭐든 괜찮습니다ㅎㅎㅎ
이렇게 힘든데,
왜 또 내일 뛰러 나가는지 모르겠지만,
달리기는 묘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해내고 나니까 행복하지만,
마지막 5km가 너무 지옥 같아서 이런 말이 떠올랐습니다.
- 찰리 채플린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나의 서브3는 남이 보면 희극, 내가 보면 비극'
왜냐? 난 죽을만큼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기록은 영원하다~~~~~~~~~~"
"난 이제 서브3 주자다~~~~~~~"
그리고 저의 바램대로 딸이 준 돈으로^^;
어제는 청호시장에서 회를 사서
오늘은 이마트에서 초밥을 사서
복분자와 함께 이틀째 파티를 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이제 서브3 했으니까
다음 목표는 255 해야겠습니다.
다행입니다. 다음 목표가 있으니까^^;
런닝머신만 뛰던 제가 이만큼 할수 있었던 건
친구 서주완이를 만나서 로드러닝을 시작하고,
목마 선배님들을 만나서 하프, 풀코스를 뛰며
조언을 듣고 배우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목마에서 좋은시간, 즐거운 러닝 함께 하고 싶습니다.
건강한 달리기 오~~~~래 하고 싶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며 마치겠습니다.
끝~~~~^^
첫댓글 영원히 잊지 못할 Sub3의 깊은 맛
😇
하준이~~ 멋지군~~ 축하해~^^
스스로 얼마나 자랑스러울지 상상이 가네!!!
계속 멋지고 아름다운 달림이가 되기를 빌겠네.
고생했어~~^^
위대한 서브3 마라토너 존경합니다. 긴 여정속에 내 이름 하나 남길 수 있다는 것에 만족 하고 가까이에서 누구보다 노력해온 것을 아니깐 더욱 감동의 물결,,다른 대회는 체크포인트가 5k마다 있어서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는데 진주는 망할, 출발 하프 피니쉬 단 3개뿐,, 하프이후 계속 12시25분 부터 무한 새로고침,,
결국 믿었던 만큼 성공이 되어서 참 기쁩니다. 앞으로는 내가 315할 수 있도록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렴..
대단하고 축하드립니다.
우와~ 훈부님~진짜 멋찐 써브쓰리 주자의 감동 스토리 입니다...복수하기위해?..많은 연습 그리고 유혹의 술도 참고 거기에 다이어트까지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든든한 공주의 응원까지 멋쪄요그다음 목표 255 금방 이루어지리라
믿어의심치 않으네요~ 화이팅 입니다 ^^
하준씨.. 후기 잘 읽었어요.. 감동이군요.. 역시 노력하니까 서브쓰리를 달성하게 되군요.. 축하드립니다.
크…정말 울컥합니다..아침에 눈뜨자마자 후기보는데 감동이네요. 뜨거운 가족애~그리고 하준씨의 피나는 노력. 진심으로 축하하고. 많은걸 느낀 아침입니다~^^ 시절도 하 수상한데…딸의 응원에서 느껴지는 가족애가 목마의 가족애를 만나면 그 어렵다는 써브3도 해낸다는걸 보여준 하준씨! 정말 기쁘고 대단하고 존경스럽네요~~화이팅!!!
하준아 진짜 축하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절제하고 훈련하고 그 얼마나 고생을 했을꼬...
그 마음가짐만 갖고 임하면 세상일 못할것이 없을것이다~
다음 목표도 빠른시일내에 달성할거라 믿는다^^
아빠한테 당근인 용돈주고, 골인시간도 정확히 예상한 시하가 일등공신이네그려, 앞으로 잘 키워라.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달리기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