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경찰도, 검사도, 정치도 신뢰하지 못해 불안만 가중된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제도적 공백과 국민 불신의 구조—
전국통합뉴스 임명락 기자 칼럼
1. 문제 제기
2026년 8월, 법무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대통령이 이를 수리하였다. 건강 문제와 “검찰 개혁 주요 입법이 마무리됐다”는 이유가 공식 설명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보완수사권(補完搜査權) 전면 폐지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10월 시행을 앞둔 현시점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감정은 안도가 아니라 불안이다. 경찰의 수사 종결권이 강화되고,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 권한이 사라지며, 정치권은 이를 ‘개혁의 완성’이라고 자평한다. 그런데 사건 현장과 피해자의 입장, 일상의 민생 범죄에서 느끼는 정서는 신뢰의 결여와 불안의 가중으로 나타난다. 경찰도, 검사도, 정치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본고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국민 불안을 구체적으로 어떠한 구조로 만들어내는지를 분석하고, 현재 추진 중인 감시 기구의 한계와 제도적 공백을 검토한 뒤, 피해자 중심의 실효적 보완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개혁의 배경과 갈등의 핵심
이재명 정부 들어 검찰청 폐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 검사 직접수사권 제거가 추진되었다. 2026년 7월 말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그 최종 단계로 평가된다. 검사는 경찰 등 수사기관에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을 뿐, 직접 피의자·피해자를 소환하거나 증거를 추가로 수집하는 행위는 불가능해진다. 요구 이행 기한은 원칙적으로 1개월(연장 가능)로 정해졌다.
수사와 기소(起訴)를 분리하여 권력 집중을 막고 견제 장치를 강화한다는 명분은 분명하다. 과거 검찰이 과도한 수사·기소권을 바탕으로 정치적 수사나 선택적 수사를 했다는 비판은 오랜 기간 축적되어 왔다. 중수청·공소청 분리, 피해자 이의신청·재조사 장치, 일부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한 전건송치 논의 등은 그 취지를 반영한 장치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제도 설계의 미비와 실행 과정의 정치적 성격이 겹치면서 양면성이 뚜렷해졌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해 “억울한 1% 피해자가 없도록” 일부 존치나 전건송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당과 이견을 보였다. 검찰총장 직무대행도 개정안 통과 직후 사의를 냈다. 법무·검찰 지휘부 공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제주 실종 사건 허위 종결 등 경찰 기강해이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대통령은 경찰 개혁 기구 신설을 지시했지만,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여론조사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절반 수준에 달하고, ‘유지’ 의견이 50~60%대로 ‘폐지’(20~40%)를 앞서는 결과가 다수 나왔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유지 의견이 상당했다. 권력 분산이라는 민주적 가치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섞여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이다.
3. 국민 불안의 구체적 원천
국민이 불안을 느끼는 핵심은 추상적인 ‘권력 재배치’가 아니라, 실제 사건에서 억울함이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구체적 위험에 있다. 그 불안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나타난다.
첫째, 피해자·유족의 구제 기회 축소와 지연이다.
경찰이 부실·축소 수사하거나 불송치(不送致)로 종결한 경우, 검사가 직접 사실을 확인할 수단이 사라진다. 과거 보완수사로 진범을 밝혀내거나 죄명을 강화한 사례들처럼 교차 검증이 어려워진다. 피해자가 이의신청·재조사 요청을 해도 같은 수사기관에 다시 맡기는 구조가 되어, 결론이 쉽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성범죄, 스토킹, 가정폭력, 장애인·아동·노인 학대 등 약자 대상 범죄에서 이 문제는 가중된다.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모으거나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법률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여성단체들이 “부실수사 하자를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다퉈야 하는 구조”라고 비판한 것은, 제도 변화가 약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완수사 요구가 오가면 ‘사건 핑퐁’이 발생하여 수사가 수개월 이상 지연될 위험도 있다. 이미 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사건 평균 처리 기간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더 악화될 가능성이 지적된다.
둘째, 수사 품질과 완결성의 저하 위험이다.
상반기 기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사건만 약 6만6천 건에 달했다. 직접 보완수사가 사라지면 경찰이 감당해야 할 재수사·보완 사건이 연간 수십만 건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추산이 있다. 경찰 1인당 사건 수가 이미 증가 추세인 상황에서 인력 부족으로 형식적 보완에 그칠 위험이 크다. 경찰이 자체 판단으로 불송치하거나 축소한 사건을 검사가 기록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 구조는, 조직 내부 유착이나 은폐가 의심되는 경우에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최근 제주·광주 경찰 사건들이 이 우려를 현실화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대한 검사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지도·조언만 가능해지는 점도 문제다. 전국 약 2만 명의 특사경이 다루는 주가조작, 산업재해, 환경 등 전문 분야에서 법적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 품질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셋째, 기소·공판 유지의 취약화와 피의자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다.
검사가 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해 “차트만 보고 진단하라”는 비유가 나온다. 재판에서 피고인 측 주장에 대응하거나 적정 형량을 구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영장 청구 실무에서도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려면 경찰의 신청이 필요하고, 보완이 필요할 때도 직접 하지 못해 시간 지연과 증거 인멸·도주 위험이 제기된다. 피의자 측에서도 수사 장기화로 고통을 겪을 수 있고, 긴급체포·영장 관련 통제가 약화되면 인신구속 남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넷째, 통계와 여론이 보여주는 현실 인식의 괴리이다.
과거 일부 지검에서는 송치 사건의 40~60% 가량에서 검찰 보완수사가 이뤄졌다. 보완수사 요구 사건 중 상당수가 3개월을 넘겨 처리되는 등 이미 지연이 존재했다. 여론조사에서 보완수사권 ‘유지’ 의견이 우세한 것은, 국민이 제도 변화의 이론적 명분보다 실제 구제 가능성을 더 중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불안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제도 설계상의 공백이 약자와 일반 민생 사건에서 먼저 피해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구조적 위험에서 비롯된다.
4. 감시 기구의 현황과 한계
보완수사권 폐지와 경찰 수사권 확대 상황에서 외부 통제 필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기구가 논의되고 있다.
기존의 경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는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도입된 시민 참여 기구로, 대학교수·변호사·수사 전문가 등 민간 중심으로 구성된다. 고소인 등이 수사 결과나 절차에 불복하여 심의를 신청하면 재수사·보완수사 지시, 담당 수사관 교체·교육 등을 권고한다. 서울경찰청 등은 위원을 크게 확대하여 89명 규모로 운영하며, 신청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권고 성격이 강해 강제력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지적된다. 인용률도 일부에서 10%대 수준에 머문다.
최근 추진되는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는 더 강한 외부 감시를 목표로 한다. 행정안전부 소속 국가경찰위원회 산하에 차관급 ‘경찰 수사 인권·감찰관’이 지휘하고, 민간 전문가 중심 조사관 약 100명 규모로 권역별 출장소를 두는 구상이다. 수사권 남용·인권침해, 부당한 수사 지휘·비위, 부실·불공정 수사,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미조치 등을 조사 대상으로 삼는다. 국가경찰위원회를 단순 자문기구에서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격상하고, 조치 결과 보고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된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경찰 개혁 기구’ 신설을 지시하고, 여당이 당 대표 직속 경찰개혁추진단을 출범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수처는 중수청·경찰 고위직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여 ‘셀프 수사’를 견제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나 기구의 존재만으로 불안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독립성(인사·예산), 조사 권한의 실효성, 경찰 내부 반발 최소화 등이 관건이다. 시민감찰위원회처럼 과거 비위 심의 기구가 유명무실화된 전례도 있다. 제도가 미비한 채 권력 구조만 바꾸면, 장기적으로 특정 정권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헌법소원도 제기된 상태다. 영장 청구 절차, 수사 개시 권한 등에서 헌법상 적법절차·권력분립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위 법령과 해석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 양면성 진단과 제도적 과제
수사·기소 분리라는 원칙 자체는 권력 분산과 견제라는 민주적 가치에 부합할 수 있다. 그러나 보완수사권까지 전면 폐지하면서 실효적 사법 통제가 약화되고, 경찰의 불송치·사건 종결 권한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피해자 구제 공백과 수사 품질 저하 위험이 커졌다. 지휘부 공백, 하위 법령 미비, 중수청·경찰 간 권한 배분 미정 등 실행 단계의 혼란도 우려된다. 제도 공백이 생기면 피해는 주로 일반 국민과 약자에게 돌아간다. 정치적 승리를 넘어 실제 사건에서 억울함이 줄어드는지가 최종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6. 국민·약자 보호를 위한 보완 방안
개혁 방향(수사·기소 분리)을 유지하되, 피해자 보호와 수사 품질 확보를 중심에 둔 보완이 필요하다.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경찰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지연하지 못하도록 이행 의무와 시한을 명확히 하고, 불이행 시 중수청 이첩이나 검사 직접 보완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안전장치를 둘 것.
피해자·고소인의 이의신청권을 실질화하고, 중대 범죄·약자 대상·증거 미진 등 일정 기준 충족 시 자동 재조사나 타 기관 이첩을 의무화할 것.
성범죄·가정폭력·스토킹·아동·장애인·노인 학대 등에 대해 전건송치를 강화하고, 피해자 국선변호사·진술 조력인 제도를 확대하며, 2차 피해 방지 규정을 형소법에 명시할 것.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독립적 수사 감찰·인권 조사기구의 실효성 확보, 사건 처리 통계·종결 사유 공개 법제화, 공수처 수사 대상 확대 등이 필요하다.
10월 시행 후 1~2년 시범·평가 기간을 두고 사건 처리 지연·피해자 불만·불송치율 등 지표를 공개 모니터링한 뒤 필요 시 신속 개정할 수 있는 조항을 넣을 것.
중수청·공소청 인력·예산·교육 체계를 충분히 확보하고, 지휘부 공백을 최소화할 것.
국회에서 초당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피해자 단체·법조계·학계 의견을 반영한 후속 입법을 추진할 것.
7. 결어
현재의 개혁이 순수하게 국민만을 위한 완벽한 개혁이라고 보기 어렵다. 권력 견제라는 정당한 목표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섞여 있다. 제도 설계가 미비한 채 권력 구조를 바꾸면, 장기적으로 특정 정권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관점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 부담의 전가는 결국 국민과 약자에게로 돌아간다.
국민은 지금 불안하다. 경찰이 사건을 암장하거나 왜곡하지 않을까, 검사가 기록만 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다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까, 정치가 제도를 권력 재배치의 도구로만 쓰지 않을까. 이 불안이 가중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도 변화의 최종 평가 기준이 ‘정치적 승리’가 아니라 ‘실제 사건에서 억울함이 줄어드는지’여야 하는데, 그 기준이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시행을 앞두고, 그리고 그 이후에도, 피해자 중심의 실질적 개선이 이뤄지는지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개혁은 권력 재배치에 그치고, 국민 신뢰와 약자 보호라는 본래 목표는 달성되지 못할 것이다. 정치도, 경찰도, 검사도 결국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 원칙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