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7(토)
-.아내가 오늘 김장을 하자고 한다. 김장하는 순서를 물으니, 먼저 농협 하나로클럽에서 해남 배추를 사고, 소래에서 생새우를 사서 집에서 김장을 하면 된다고 한다.
목동 농협으로 배추를 사러 갔다. 해남산 배추는 미리 염장을 한 배추로 물만 빼 양념을 하면 된다. 농협 개장 시간은 10시였으나 9시 30분에 도착하여 줄을 섰다. 선착순 100포기 한정 할인판매를 하기 때문에 개장전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이른 시간임에도 우리 앞에 20명 정도 줄을 서 있었다. 1인당 4~5박스를 산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살 수 있을 듯하였다. 개장 시간이 되어 농협에 입장하는 순간 우리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렸다. 줄을 서지 않고 입장하는 몇몇 아줌마들을 경계하는 소리였다.
배추 5박스를 샀다. 1박스에 4~5포기가 들어 있다고 하니, 22포기 정도의 김장을 하게 된다. 배추 외에 무우 2꾸러미(한 꾸러미 당 5개), 김장 육수를 만드는데 사용될 느타리 버섯, 찹쌀 가루 등을 샀다. 소래포구까지 갈 필요없이 농협에서 생새우를 사자고 하니 아내가 소래포구가 훨씬 가격이 저렴하다면서 소래포구에서 새우를 사면 기름값은 빠진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경인고속도로를 달려 소래포구로 갔다. 원석이 등하교 길에 경인고속도로를 자주 달린 아내는 경인고속도로에서 외곽순환고속도로로 빠지는 길을 잘 안다. 경인고속도로가 밀리면 외곽고속도로도 이용했다고 한다.
오랫만에 온 소래포구, 갯벌 위로 갈매기가 날고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난다. 생새우 2kg을 사고, 그 외의 것을 사려 시장 안으로 갔다. 시장에 올 때마다 느끼지만 장사하는 시장 아줌마들의 활기가 놀랍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시장 아줌마들의 활기에 매력을 느낀다.
생선회(광어 1, 우럭 1)을 샀다. 집에서 먹으려고 했으나, 생선회 가게 뒤에 양념 횟집이 있었고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횟집에서 먹고 가기로 하였다.
생선회 가게에서 생선회를 장만하여 양념 횟집으로 가져 왔다. 바닷가에서 먹는다는 생각이어인지 생선회가 싱싱하다. 우럭과 광어를 먹으면서 두 생선회 사이에 맛 차이를 느껴 보았다.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하자 아내는 차이를 알겠다고 한다. 돈 만원 내기 맛 구별하기 게임을 하였다. 아내는 눈을 감았고, 나는 먼저 우럭을 주었다. 아내는 우럭을 맞추었고, 나는 진위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은 채 광어를 주었다. 광어까지 맞추었다.
다음은 내 순서가 되어, 나는 우럭을 먹으면서 광어라고 하였고, 광어를 먹으면서 그 때서야 앞에 먹은 것이 우럭인지 알고 정정하였으나 게임은 진 셈이 되었다. 만원을 잃었다.
생선횟집에서 나와 갈치, 굴을 샀다. 꼬막, 홍합 등도 사려고 했으나, 점심을 먹고 나니 사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집으로 오는 길에서 아내는 걱정을 한다. 앞으로 할 일이 마늘을 까서 갈아야 하고, 생새우도 갈아야 하고, 육수를 우려내 찹쌀 풀물 끓여 김장 양념을 만들어야 하는데 오늘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다.
혼자서 하면 1시간 걸릴 일이 둘이서 하면 숫자상 반시간이 걸려야 하지만, 실제로는 1/3인 20분이면 일을 다 할 수 있다며 오늘 중으로 김장을 다 할 수 있다고 위로를 겸한 주장을 하였다.
집에 도착하니 2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먼저, 배추를 꺼내어 플라스틱 소쿠리 위에 올려 물을 뺐다. 나는 마늘을 까고, 아내는 육수를 끓이면서 김장 속에 넣을 무우채를 썰었다.
T.V. 채널을 K리그 전북:포항 게임에 맞추고 소파에 기대어 물에 불은 마늘을 깠다. 집안 일은 다른 곳보다 허리에 무리를 준다. 같은 자세로 마늘까기에 허리가 아파 스트레칭을 한번 한후, 자세를 바꾸어 소파 위에 앉아서 마지막에는 식탁에 앉아 마늘을 깠다.
한 접이 넘는 마늘을 다 깠다. 마늘을 물에 씻어 물을 뺄 수 있는 소쿠리에 담았다. 다음은 무우채를 썰고 있는 아내의 작업을 이어 받아 무우채를 썰었다.
아내는 생새우를 씻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했으나, 나는 새우를 씻으면 맛이 달아날 듯하였고 소래포구에서 파는 아줌마도 씻을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며 그냥 새우에 있는 멸치 등을 가려내는 정도로 하여 새우를 갈자고 하였다.
아내는 찜찜해 하면서 나의 생각에 따랐고, 새우에 있는 멸치 등은 가려 내었다. 새우를 카터기에 갈았다. 간 새우의 색깔이 보라색으로 곱게 나온다. 다음은 물을 뺀 마늘을 갈았다. 6시 반이다.
아내가 준비한 육수에 끓인 찹쌀풀, 무우채, 생새우 간 것, 마늘 간 것, 고추가루, 멸치젓, 새우젓 약간 등을 넣고 양념을 만들었다. 아내는 김장 양념을 젓는 것이 혼자서 김장을 할 때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주걱으로 양념을 고루 섞는 것이 남자인 나 역시 쉽진 않았다.
양념이 완성되었다. 완성된 양념으로 한포기만 양념하여 저녁을 먹었다. 굴을 얹고, 통깨를 듬뿍 뿌린 금년 김장 시식을 해 보니 맛이 그럴 듯하다. 손으로 찢은 김장 김치를 숟가락에 얹어 둘이서 경쟁하듯이 저녁을 먹었다.
7시 반이다. 벽에 기대어 최대한 편한 자세를 잡고 김장을 무쳤다. 배추 버무리는 작업이 나는 가장 어렵고 힘들다. 내가 양념을 묻힌 것은 아내의 재검을 거쳐야만 하였다.
10시를 넘겨 김치통 5통을 채운 올해의 김장이 끝났다. 정리 정돈은 나의 몫이다. 양념 묻은 김장 용기들을 씻고, 주방 등의 청소, 마지막으로 김장 쓰레기를 버리고 나니 11시가 된다.
아내는 오늘 내로 김장을 못할 줄 알았는데... 하며 의외로 빨리 마친 김장에 놀란다. 그러면서, 하루가 엄청 길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거실과 주방을 한번 더 닦았다. 아무리 닦아도 새우 등에서 묻어 온 꼬롬한 바다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내 몸에도 김장 냄새, 특히 멸치젓 냄새가 난다. 제법 긴 샤워을 하였다.
11/18(일)
-.5시 반에 눈을 떴으나 일어나지지가 않는다. 어제 김장을 해서인지 허리가 좋지 않다.
집안 일을 해 보면 작은 동작이 이어지는 일이지만, 반복적이고 긴 시간을 해야 하므로 신체 특정 부위에 무리가 많이 간다. 주부병이 이런 집안일의 특성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어머니도 허리가 좋지 않고, 그 외의 주부들도 손가락 류마티즘, 고질적인 손목, 어깨 통증 등을 안고 사는 것을 많이 본다.
9시에 내 방에 온 아내는 늦게 까지 누워 있는 나의 모습에 환호를 한다. 고맙다는 것이다. 늦잠을 즐기는 아내는 나 때문에 좋아하는 아침 잠을 즐기지 못한다고 불만이 많았는데, 오늘은 늦게 까지 누워 있는 내 덕분에 잘 잤다고 한다. 늦게 일어난다고 칭찬을 들으니 이상하다.
어제 소래포구에서 산 갈치를 굽고, 김장 김치와 아침을 먹었다. 아직도 김장 냄새가 나, 집 청소를 하였다. 이 집에 와서 청소하는 법은 밀대로 먼지만 미는 것이였는데, 김장 냄새를 제거를 위해 걸레를 들었다.
청소를 하는 중에 원석이 방에 오랫동안 부서진 채 방치되어 있은 침대 밑 서랍이 보였다.
원석이가 없는 관계로 원석이 방에 자주 들어오지 않지만, 부서진 서랍에 몹시 거슬렸고 한번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청소가 가구 수리로 일 꼬리를 문다. 전에는 서랍을 테이프로 붙이는 정도의 응급조치를 했었는데, 이 조치는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오늘은 근본적인 수리를 하기로 하였고, 우선 서랍을 해체하였다.
아내는 공사의 판이 커지자 걱정을 한다. 아내의 걱정을 뒤로 하고, 해체 후 재조립하는 수순을 밟으며 못질을 하였다. 원석이 침대는 초교 시절에 산 것인데, 오래 되다 보니 침대가 틀어져 침대 밑에 있는 서랍 문이 떨어진 경우였다. 서랍은 튼튼하게 수리했으나 침대가 약간 틀어져 있으니 서랍 꼭 맞지 않고 틈이 생겼다.
틀어진 침대를 고려하면서 수리를 했으면 완벽한 수리가 될 수 있었을 것인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아무튼 숙원사업을 또 하나 해결하였다.
대청소를 마치고 나니, 집 공기가 달라진다. 이젠 김장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금년도 FA 선수 두명 김주찬, 홍성흔을 잡지 못해 롯데의 전력 누출이 심하게 되었다. 김주찬은 기아로 갔는데, 4년 계약에 금액이 50억원이라고 한다.
근 10년 열심히 운동했으니 50억원이라는 잭팟을 터트릴 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프로야구 FA 판이 너무 커지는 듯하다.
야구선수들이 제 9구단, 제 10구단을 외치는 이유가 금년도 FA 판을 보니 알 듯하다. 초과 수요가 생기니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운동 유망주들의 야구 쏠림 현상이 당분간 생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