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아주머니가 묻는다 몇 층 가냐고, 밥을 직접 지어서 오냐고....밥을 지어주시는 분들이 따로 있고 우리는 심부름만 한다고 했더니 그래도 대단한 일을 한다고 연신 치사를 한다
대단한 일? 봉사를 두고 쉽게 할 수있는 일반적인 느낌을 말하는 것 같은데, 이런 소리를 들을 때의 내 민망함을 이 아주머니는 모를 것이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우선 복지관 안에서만 봐도, 별 시설이랄 것도 없는 주방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먹을 음식을 계절 맞춰 마련해 주시는 분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출입과 운동 등을 도맡아 도와 주시는 분들, 누가 하는지도 모르게 늘 땀과 물에 젖어있는 목욕봉사자들, 각 대상자 가정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청소와 빨래 등 다른 여러 아쉬운 것들을 해결해 드리는 분들, 요소요소 또 다른 곳에서 묵묵히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수없이 많다는 걸 알고있다
외부에는 잘 드러나지도않게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 늘 웃는 얼굴로 없는 듯이 있는 사람들.
그들은 결코 부유하거나 모든 것을 갖춘 편한 사람들만이 아니다 더러는 힘든 환경을 살면서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먼저 발견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먼저 깨달은 사람들이며 행동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된다
" 너는 내가 배고플 때 음식을 대접하였고 목마를 때 마실 것을 주었다 또 헐벗었을 때 입을 것을 주었고 옥에 갇혔을 때 찾아보았고 병 들었을 때 돌보아 주었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다"
그들은 예수님의 이 음성을 늘 들으면서 사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배달된 도시락을 드시는 95세 되신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말씀 한 번 들어본 적 없지만 갓난 아기가 점점 사람을 알아보는 과정과도같이 죽은 듯이 고요하기만 하던 할머니께서 어느 날 살짝 웃어 주시더니 또 어느 날 차려드린 밥을 넌지시 가리키면서 같이 먹자는 시늉을 하실 때 ' 어이쿠 이렇게 감사할 수가.....' 내가 해드린게 뭐가 있다고 이렇게 특별한 대접을 해 주시는지 무지무지 감동을 시키셨다 돌아가실 날이 가까이 와 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여겼던 할머니의 뜻밖의 사랑표현이 나에게 가장 근원적인 사랑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일깨워 주시는 것 같았다
(이 분은 우리가 도시락을 드리기 시작한지 일 년 조금 넘어 작년 가을에 돌아가셨다)
현관문을 열어놓고 도시락 배달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아주시며 춥겠다 덥겠다 염려도 해 주시며 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소박하고 따뜻한 정을 나눠 주시는 다른 모든 어르신들, 단순히 한 끼의 도시락을 받아 드시는 무력한 한 분 노인이시기 전에 이 분들은 우리에게 누구실까?
한마디라도 더 말을 나누고 싶어하시는 분들께 충분한 시간을 내어 못하는 송구함도 있다 다음 분에게 드릴 밥이 식을까봐 금방 돌아서 버리는 바람에 정작 레지오 단원으로서 해야 할 몫이 항상 뒷전이 되고만다
따로 찾아뵐 수도 있겠지만 복지관 프로그램이 따로 운영되고 있고 또 별도로 방문한다는 것이 생각대로 잘 되지를 않았다 아마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않은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탓이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그 분들 중 단 한 분도 신앙으로 이끌지 못한 죄책감이 이 사례문을 쓰는 것을 망설이게 했고 무척 민망스럽게 한다
몇 분께 하는님과의 친교를 설명하고 권유해 봤지만 내 노력이 미진했던지 거의 좀 특이한 반응으로 거절을 하셨다 복지관 관계자와 의는을 해 봤더니 좀 어려울거라고 하면서 웃기만 했다
이 일을 하는 동안 네 분의 어른이 돌아가셨다 동사무소에서 장례의 전반적인 것은 다 돌보겠지만 그 분들의 영혼 문제가 궁금하고 안타까울 때가 있다 다행히 누군가가 있어서 가시는 길을 하느님께로 잘 인도 해 드렸기를 바라곤 한다
이런 문제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파악하고 도움이 되어 드려야 하는 것이 레지오 단원의 몫에 기여하는 것임을 소홀히 했던 것이다
당신께서 추구하시는 이웃사랑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체험 시키려고 그리스도께서는 나 까지도 이 작은 일에 불러 주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사할 일은 이렇게 작은 순간 작은 일들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게해 준 분들을 위해 또한 하는 일은 보잘것 없으면서 여러분으로부터 받는 것이 너무 많아서 이를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 일을 오래오래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manzi839@hanmail.net> 님이 보낸 메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