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교육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 시장만의 이색 직업군이 뜨고 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자, 학습관리 상담사, 사이버 담임선생님 등 온라인 교육만의 특수 서비스를 위해 구성된 이색 직업들은 경기 불황으로 확대된 온라인교육 시장에 색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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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영어 전문기업 YBM시사닷컴(www.ybmsisa.com)에서는 미술 관련 학과를 졸업한 세 명의 전문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한 편씩 영어 회화용 클레이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어낸다. 전문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사내에 마련돼 있는 자체 스튜디오에서 클레이 애니메이션부터 더빙, 자막 등 프로그램 제작의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코믹한 캐릭터 애니메이션 제작
이들은 모두 별도의 작품전을 가질 정도로 클레이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이다. 이들의 손을 거치면 부시 미국 대통령,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고이즈미 일본 총리, 마이클 조던, 앨비스 프레슬리 등 유명 인사들이 재미있는 클레이 인형으로 깜짝 변신한다. 여기에 시사적인 주제를 더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양념으로 덧붙이면 코믹한 캐릭터 애니메이션 작품이 완성된다.
이들이 만든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패러디 잉글리시’라는 이름으로 무선 인터넷 서비스인 SKT 준, KTF 핌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또 지하철 3호선의 엠튜브를 통해서도 방송되고 있다.
수원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현재 YBM시사닷컴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홍석화(28) 씨는 “다양한 미술 관련 경험을 바탕으로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팔리는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별도 외주 제작 없이 영상을 만들어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하나의 차별화된 수익모델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교육 사이트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 강사들의 강좌를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동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동영상 화질이나 콘텐츠는 온라인교육 사이트들의 생명이다. 최근 온라인교육 사이트 시장이 커짐과 동시에 동영상 제작 PD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특목고 전문 중등교육 사이트인 메가스터디 엠베스트(www.mbest.co.kr)의 성제욱(29) 동영상 제작 PD는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통해 학생들이 공부하고 성적이 향상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며 동영상 PD의 매력을 설명한다.
현재 성 PD는 엠베스트에 개설되어 있는 각종 강의 스케줄, 기획, 촬영, 편집, 인코딩 등록까지 동영상 콘텐츠를 생성하는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온라인교육 사이트 시장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올해 3년차에 접어드는 성씨는 업계에서 베테랑으로 통한다.
동영상 제작 PD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IT와 관련된 동영상 제작 쪽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기술이나 촬영장비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콘텐츠를 생성하기 위한 전 과정을 1인이 진행하기 때문에 그만큼 업무 강도가 높다.
성 PD는 “IT 업종 중에서도 요즘 가장 부각되고 있는 테마가 교육이며, 우리나라의 특성상 교육 관련 산업은 경기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 업종이기 때문에 앞으로 동영상 PD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라인 동영상 강의 시장이 확대되면서 온라인교육 사이트들은 나름의 차별화 전략으로 학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수능 전문 온라인교육 사이트인 하이브레인(www.hib rain.com)은 최근 선생님들이 인사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학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현존하는 온라인교육 동영상 중 가장 재미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학생들에게 보내는 인사 메시지에 그래픽 화면과 배경음악, 효과음까지 더해지면 마치 뮤직비디오 같은 동영상이 만들어진다.
이 모든 것은 하이브레인의 한병일(28)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 “일반적인 인사 동영상은 단순히 소개 위주지만, 선생님들과 학생이 친해질 수 있도록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제작해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한다.
홍익대 광고 멀티미디어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한씨는 방송에서 흔히 쓰이는 모션 그래픽을 공부하는 도중 하이브레인을 만나 교육영상물 제작에서 그 기량을 펼치고 있다.
현재 인사 동영상 외에 기획물 작업, 동영상 강의 편집까지 영상물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혼자 담당하므로 업무 강도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미있고 유익한 영상물을 만들어내는 직업인 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으로 학생 관리
최근에는 일하기를 원하는 주부들 사이에서 전공과 경험을 살려 할 수 있는 사이처(Cycher)란 새로운 직업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인터넷 화상 선생님’이라 불리는 사이처는 사이버 티처(Cyber Teacher)의 줄임말이다.
사이처는 과목별 학습 전문가뿐만 아니라 학습지 교사나 학원 강사 경력이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들이 재택 담임교사로 채용돼 학생들의 학습 문제, 시간 관리, 친구 고민 등 인성교육과 학습부진 회원에 대한 각종 정보제공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와이즈캠프의 사이처는 상담교사와 지도교사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지도교사는 회원 모집을 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가 모집해 배정해 준 회원들을 온라인을 통해 차질 없이 관리하면 된다. 따라서 필요한 도구도 컴퓨터와 전용선만 있으면 된다. 사이처는 1대1 담임교사제로 운영돼 학부모들의 인식도 좋다는 게 와이즈캠프측 설명이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 필요한 콘텐츠와 지도방법은 와이즈캠프에서 모두 지원하는 형식이다. 매주 목요일 오전 본사 사이트에 접속해 교육지도 담당이 강의하는 화상교육을 받고 와이즈캠프 사이트의 교사 전용공간인 ‘선생님 캠프’를 통해 어려운 점이나 의문점을 상의할 수 있다. 현재 와이즈캠프에서는 이 같은 사이처가 3백명 가량 활동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동영상 과학실험만 전담하는 과학교육 전문가도 있다. 온라인 중등교육 전문 사이트인 메가스터디 엠베스트의 최은정 과학강사다. 그는 직접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엘리베이터의 상승과 하강시 중력(몸무게)의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에게 ‘생활 속의 과학’을 통한 학습을 유도하는 강사로 유명하다.
어려운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동영상 실험강의를 통해 가르친다는 최씨는 “과산화수소의 분해실험을 위해 보여줄 생간(生肝)을 사기 위해 10여 군데 이상 정육점을 돌아다닌 적도 있다”고 했다.
과학교육은 1백 번 말하는 것보다 1번 보여주는 실험이 학생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고 가장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40㎏에 달하는 많은 실험기구를 단번에 옮겨 나르고, 또 한 번의 동영상 강의 촬영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언제나 즐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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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위클리 2004년 01월 19일 187호 / 2004.01.28 13:35 입력 / 2004.01.28 13:36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