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 대중교통을 고민하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
이용 제한보다 더 많은 공공교통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한 에너지 위기 대응의 차원에서 대중교통 활성화 방안으로 혼잡시간 내 비목적 통행의 제한을 언급했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에너지 위기의 대응 방안으로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상식적인 길을 언급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부터 지난 정부까지 에너지 위기는 곧 유류세 인하였던 것에 비춰보면 진일보한 것이라는 점에서 반갑다. 한국이 효과도 알 수 없는 유류세 인하를 반복할 때, 독일 정부는 9유로로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발행했고, 뉴욕시는 장거리 이용 버스 노선에 대한 무상노선화를 시행했다. 뒷걸음치던 한국의 교통정책 시계가 이제야 기후위기 시대의 시간대가 얼추 맞아가는 느낌이다.
다만, 그 방법으로 출퇴근 등의 목적 통행이 몰리는 첨두 시간대에 비목적 통행을 제한하는 방식을 언급했다는 것은 우려스럽다. 특히 비목적 통행 중에서도 무상교통 대상인 노인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유감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와 같은 대통령의 언급이 노인무상교통이 마치 대중교통기관의 적자 원흉으로 간주했던 세간의 잘못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판단한다. 하지만 공공교통네트워크가 반복해 지적했듯이 공공성이 강한 대중교통 서비스에 대한 재정투자를 불필요한 비용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교통정책의 왜곡을 가져온다. 주요 국가의 공공교통은 50% 정도의 재정투자를 통해서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노인에 대한 무상교통과 같은 청소년, 청년, 실업자, 빈곤층 등에 대한 다양한 요금 보조와 더불어 시민들이 더 저렴한 요금으로 대중교통을 탈 수 있도록 하는 ‘수요 촉진’을 위한 정책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이, 기존 대중교통 이용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가용 이용자들의 수단 전환을 고려한 것이라면 (1) 자가용 이용자들의 교통수단 동기에 대한 오인, (2) 실제 무상교통 대상 노인들의 이용 패턴을 고려할 때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2024년 그린피스가 수도권 시민 3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자가용 이용자는 ‘이동의 편안함’보다 ‘이동의 편리성’을 더욱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특히 어떤 경우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출퇴근 등 혼잡시간대 지하철, 버스의 차량 증차’를 언급함으로써 현행 대중교통서비스의 확대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2023년 서울교통공사의 연령대별 이용현황을 보면, 노인층의 상당수는 비첨두 시간의 이용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고 첨두 시간에 대한 이동은 전체 이동의 1/5도 되지 않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이는 오히려 해당 시간의 노인들이 일자리 등 목적 통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 무상교통 대상이라는 이유로 제한대상으로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차량 5부제’ 조차도 벌벌 떨면서 시행하지 못하는 자가용 수요관리 정책을 돌아보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연간 자동차 유지비용은 외국과 비교할 때 절반도 되지 않을 정도다. 즉 자가용을 이용하기 좋은 환경을 그대로 두고 대중교통 이용만 늘린다는 발상은 비현실적이고 공상적인 인식이다. 그런 점에서 한 편으로는 대통령도 언급한 바 있는 비상식적인 노선 면허제도에 묶여 있는 버스시스템을 전면적으로 혁신해서, 노선의 경제적 타당성이 아니라 노선의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추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도로 체계 역시 대중교통 중심의 신호 체계를 골자로 하는 개편이 필요하며 그에 따라 버스전용차로의 확대를 통한 급행 버스의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여전히 문턱이 높은 ‘모두의 카드’ 등 기존 K-패스 정책에 대한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 자가용 이용자의 전환은 한 번에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가용과 대중교통을 복합적으로 이용하면서 전환되는 경로가 일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모두의 카드’ 기준이 지금보다 절반 정도는 더 낮아져서 현행 40회 이용이 아니라 20회 이용부터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보행과 자전거를 근거리 교통수단으로서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실제로 교통데이터에 따르면 상당수의 시민들은 절반 이상의 이동이 생활권 내 이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생활권 환경은 걷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되고 있다. 적어도 시민들이 어떤 교통수단이라도 중립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사회의 위기 부담을 개인에게 전가함으로써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내면화했고 자연스럽게 불평등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인식해왔다. 안타깝게도 이재명 대통령의 무상교통 노인의 탑승 제한 언급은 정부의 역할을 국민들의 책임으로 전가해온 기존의 인식을 은연중에 드러낸 셈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내용적으로는 아쉬운 이번 발언이 오히려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인프라를 기존의 민간사업자 지원 방식이 아니라 정부가 공적으로 공급하는 새로운 교통 모델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기존의 뻔한 관료들이나 전문가들에 둘러싸여 이야기를 듣기보단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진 전문가들을 만나고 무엇보다 대중교통 이용자들과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만나길 바란다. 낡은 거버넌스에서는 낡은 대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란 전쟁으로 인한 교통정책이 유류세 인하를 반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대중교통 인프라의 확대를 통해서 ‘누구나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교통,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공공교통’이라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끝]
2026년 3월 25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