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한바퀴를 꿈꾸며

[바들뫼]

종심에 들어 베낭여행을 꿈꾸며-

새벽에 일어나 명상하며 펼쳐 든 페북에서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일,
지속해서 사랑하는 일
어딘가로 갑자기 떠나버리는 일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일
오래 간직하고 있던 물건을 버리는 일"
그리고 "서로 마음이 통하는 '지음(知音)'의 친구를 얻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지인의 글을 읽습니다.
그렇지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며칠 전부터 훌쩍 혼자 떠날 여행을 준비하는 중에 보는 글이라 더 공감합니다.
"어딘가로 갑자기 떠나는 일,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일"
이제는 나이 탓에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해보려 합니다.

처음엔 음악과 동기들과 오스트리아 빈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가자고 했었습니다. 근데 막상 가자고 나서니 여럿이던 사람이 하나둘 빠져나갔습니다. 집안 어른 때문에, 남편과 아내 때문에, 손자 손녀 때문에, 혹은 아직도 개인 시간을 낼 수 없어서 등등……. 여러 사정이었습니다.
이렇게 나이 먹은 티를 냈습니다. (이런 제 동기들은 적게는 5년, 많게는 10년씩이나 더 젊은 친구들입니다. ㅎ)
심지어는 반려견이 아파서 예약한 항공권도 포기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이래서 결국 혼자만 남게 되었습니다. 내친김에 다른 친구들이 가든 말든 “나는 간다!” 하고 일정을 잡았습니다.
일정을 잡고 나니 어릴 때부터 꾸던 꿈이 되살아났습니다.
버킷리스트에 올라 있는 10번째 마지막 꿈, 세계 일주, 지구를 한 바퀴 하는 꿈입니다.
저 꿈의 원래는 시간 장소 정한 바 없이 여기저기 유랑하다 "세상 구경 다 했네!"하고 돌아오는 일주입니다. 지금 이렇게 하기에는 아무래도……. ᄏ
그래서 급 수정하여 어떤 식이든 지구 한 바퀴는 돌아보자고 작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빈 가는 김에 해볼 참으로 항공티켓을 편도만 예약했습니다. 이미 석 달 전이고 이제 길 나서기 사흘 전입니다.
하고 보니 주변에서 난리입니다.
특히 제 아이들은 절대 불가랍니다.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로 엄마와 같이 편하게 여행하고 오랍니다. 해서 저 꿈을 접고 아이들 권유에 따라 이것저것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가까운 주변 친구들도 혼자서는 위험하다고 말립니다. 너무 무모하다고도 합니다. 그래도 혼자 배낭 메고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 결정에는 반려인 아내의 배려와 지지 덕이 큽니다. ㅎ

이제 길을 나서면 빈 외엔 어디를 언제 어떻게 유람할지 정하지 않아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무작정입니다. 대충은 주머니와 몸이 허락하는 대로 동서유럽을 유람하다가 미국 동부를 거쳐 서부에서 태평양을 건너는 비행기를 타면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것일 수 있겠다는 정도입니다. 이 길중에 유럽과 북미에 흩어져 사는 동기와 지인들도 만나보고 싶습니다.
걱정 하나는 집에 홀로 남겨질 아내입니다만 이웃들이 있으니 이 걱정도 놓고 나섭니다.

이렇게 '길따라' 나서기를 준비하면서 신영복 선생의 '더불어 숲'을 다시 펼쳐 봅니다.
선생은 "떠남에 대한 기대와 새로운 만남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 했습니다. 마음에 새기자니 열정의 시기는 지나간 지 이미 오래라 무뎌진 가슴과 굳어진 팔다리만 인식될 뿐 저 기대와 환상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를 않습니다. 생각하니 서글퍼집니다.
"만남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하여 겸손한 자세로 다가가는 것"이라 했으니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더해서 오래도록 버리지 못한 마음의 욕들을 길에서 버리고 겸허해질 수 있기를 원합니다.
이렇게 비워지는 마음에 지음(知音)의 친구를 얻어 앉힐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응원을 부탁합니다^^

"나그네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은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돌아와 맞을 반가움과 안온함을 마음에 담아 신나고 즐겁게 길을 따라나섭니다.

2024/05/19 아침
빈손 바들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