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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멕시코의 세인바움 대통령은 개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지지했다. 유대인 출신임에도 좌파의 면모를 명확히 드러낸다. 동시에 어제 또 눈에 띄는 정책을 발표했다.
"식량 주권" “식량 주권, 그게 무슨 뜻일까요?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헌법상 식량권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춘다는 뜻입니다. 이는 더 건강한 식량을 생산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농부, 어부, 농어촌 노동자 등 식량을 생산하는 사람들의 복지를 향상시킨다는 뜻입니다. 또 토양을 관리하고, 물을 관리하며, 농약 사용을 줄이며, 농식품 생산을 위한 멕시코의 과학 기술을 강화한다는 뜻입니다."
기업농이 아니라 소농에 대한 지원, 친환경 농법 장려, 식량 가격 안정, 식량 자급률 향상, 그리고 필수 식량의 공공성 강화.
1980년 이전 멕시코는 옥수수와 토르티야 등 필수 식량을 국영 매장을 통해 값싸게 보급했었다. 이게 깨진 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때문이다. 당시 멕시코는 옥수수의 나라였고 토르티야는 국민 음식이었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며 멕시코의 농업 보조 시스템이 파괴되고, 값싼 미국산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에 농촌이 거의 파괴되다시피하며 수백만 농부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렇게 고향에서 뿌리 뽑혀진 농부들이 북미수출지대로 건너가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했다. 인클로저가 발생한 것이다.
전 정부에 이어 클라우디아 정부가 또다시 식량주권에 방점을 찍는 이유는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기조와 세계화에 포섭된 식량 체계를 다시 재구조화하기 위해서다. 자급, 그리고 공공성. 어제 클라우디아의 식량주권 선언에 미국의 보수 매체들이 일제히 80년대로 거꾸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쏟아내는 것에는 바로 이러한 사정이 반영돼 있다.
클라우디아는 기후 과학자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농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누누히 주장해왔고, "식량주권" 정책 역시 그러한 배경 하에서 나온 것이다. 가급적 식량을 자급하고, 공공성을 강화해 배 곯는 사람들을 줄이고, 친환경 소농들을 지원하고, 도시인들에게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토양과 물을 착취하지 않고 지속가능하도록 보살피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멕시코 정치가 상당히 복잡하고 변수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정치가 바뀌면 풍경이 바뀔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예시하는 장면일 것이다. 잘 됐으면 좋겠네.
이송희일
첫댓글 멕시코가 지혜롭고 용기있는 지도자를 선택했군요. 성경 창세기 이집트에서 발생한 7년 풍년 7년 흉년에 대처한 요셉 이야기를 보면서 식량파동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이해했습니다. 식량주권이 국가와 민족의 주권임을 . "핸드폰과 자동차 팔아서 먹고 살면 된다"는 어리석은 지도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장 눈 앞에 싼 외국산 물건 구입도 무서운 현실을 초래한다는 것도. 부디 지혜로운 지도자에게 지혜로운 국민의 분별과 선택이 화합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