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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마을공동체를 가다
여민동락(與民同樂)공동체 공경과 나눔을 실천하는 농촌복지공동체 최근 경쟁보다는 사람의 가치와 협동을 우선시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마을공동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드라망에서는 2012년 ‘마을공동체를 가다’라는 특집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시행착오 속에서는 함께 어울리는 삶을 찾는 마을공동체를 소개합니다. -소식지 편집팀 전라남도 영광군 묘량면 장동마을. 앳된 사회복지사 백선희 선생님이 우렁찬 목소리와 반가운 포옹으로 경로당에 들어서자 어르신들의 얼굴에 함박꽃이 피었다. 넙죽 큰절을 하며 정식으로 문안 인사를 올리고 소소한 안부를 나눈 후 백선희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서 건강체조가 시작되었다. 어르신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기본 동작부터 섬세한 손가락운동까지 다양한 체조가 선보였다. 먼저 백선희 선생님이 동작을 이야기 하듯 구수하게 풀어내면 어르신들이 흥겹게 추임새를 넣으신다. 장단 맞추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흡사 판소리 한마당이 열리고 있는 듯 하다. “소화가 안 돼서 꽉 막힌 곳도 여기, 자식이 속상하게 해서 아픈 곳도 여기, 이 명치를 살살 문질러 주세요.” “시집도 안 갔으면서 잘도 아네.” 백선희 선생님과 어르신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통에 몸보다도 입이 더 바쁘다. 다리를 문지를 때는 “아이고 예쁜 내 다리, 일하느라 고생했다. 건강하게 잘 살자. 씩씩하게 걸어 다녀라. 내 다리, 사랑한다. 아프지 말아라.”하고 백선희 선생님이 먼저 운을 떼자, “무릎이 안 아플거라고 얘기했어.” 하며 할머니 한 분이 답하신다. 마지막으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합니다.”를 외치고 서로 안아주며 즐거운 건강체조 시간이 마무리 되자 다들 활력이 넘치는 모습이다. 유치원 아이들보다 더 신이 난 어르신들이 계신 장동마을 경로당에서는 여민동락공동체와 마을주민, 지자체 사회사업가, 즉 민관이 함께하는 감은절 품앗이 학교가 올해 3월부터 운영 중이다. 품앗이로 운영되는 마을학교 감은절은 장동마을의 옛 이름. 묘량면의 신천리에는 잿등품앗이 학교가 하나 더 있다. 품앗이 학교는 일반 복지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마을의 고령 독고 어르신들을 상대로 노인생활지도사와 사회복지가가 파견되어 물리치료, 기초건강체크, 건강체조, 한글·민요·미술교실 등 여러 프로그램을 주중 매일 오전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하는 마을 복지 프로그램이다. 십시일반 들고 오시는 재료로 공동체 밥상을 차려서 함께 둘러앉아 점심식사도 한다. 마을의 어르신들을 다 함께 돌본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품앗이학교는 마을 어르신 두 분이 대표로 관리를 하고, 그 외 지역주민이 재능기부의 형태로 수업 진행에 참여한다. 어르신들은 다들 무료했던 경로당에 활기가 생겼다며 싱글벙글 하셨다. 품앗이학교는 마을 주민, 민간 복지시설, 지자체가 함께 어우러져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이끌어 내고 있었다. 자립형 농촌노인복지센터 시작 굴비와 소금, 원자력 발전소로 유명한 영광에서 다소 낙후되었던 묘량면이 바뀌고 있다. 이 중심에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운영되는 자립형 비영리민간단체인 여민동락공동체가 있다. 전 한총련 의장을 역임한 강위원 원장을 필두로 2007년 세 부부가 묘량면으로 귀촌했다. 묘량면은 강위원 원장의 고향이기도 하다. 여민동락공동체는 여럿이 함께 만드는 즐거운 세상이라는 뜻으로 지역주민과 함께 행복을 나누는 ‘복지 너머의 복지’를 지향한다. 강위원 원장과 함께 뜻을 같이 하여 내려온 권혁범, 이영훈님은 귀촌하기 전 사회복지에 대하여 공부하며 농촌 복원의 꿈을 다져왔다. 하지만 막상 귀촌을 하자 생각했던 것과 달리 많은 현실적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도시에서 온 젊은 사람들이 사회복지시설을 만들어서 얼마나 오래 가는지 보자는 회의적인 눈초리에서부터, 마을에 하나 남은 점빵(구멍가게의 사투리)을 인수하러 왔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주민들의 경계심으로 초반 마을에 정착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먼저,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 전 마을을 구석구석을 다니며 어르신들에게 인사도 드리고, 마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 지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마을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데 구슬땀을 흘렸다. 이 결과 국가보조를 받지 않고 지역사회의 지지와 신뢰로 운영되는 자립형 농촌노인복지센터가 탄생했다. 거동이 어렵고 혼자 지내기 어려운 중증 질환의 무의탁 고령층을 무료로 돌봐드리는 주간보호센터, 여민동락 노인복지센터가 문을 연 것이다. 또한 허술한 방역소독사업에 대한 어르신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여민동락공동체에서 이를 맡아 어르신들의 집안 곳곳까지 꼼꼼하게 방역을 해나갔다. 어르신들의 불신이 점차 걷히고 신뢰가 높아져나갈 즈음, 여민동락공동체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 각지에서 후원의 손길이 전해졌다. 할매손 모싯잎 송편공장의 탄생 영광군 묘량면은 50대에서 60대 초반의 장년층이 주도적으로 농업에 종사하고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경제활동에서 소외되어 있는 상태였다. 여민동락공동체는 건강한 어르신들에게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2009년 할매손 모싯잎 송편공장을 설립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착수했다. 첫 마을기업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송편의 모양과 맛이 들쑥날쑥해 고객들의 항의도 많았다. 하지만 상품 표준화에 초점을 맞추어 어르신들 교육도 하고 떡 전문인력과 친환경 모싯잎 및 콩을 재배하는 농사 전문인력을 따로 배치하는 분업을 통해 자리를 잡아갔다. 할매손 모싯잎 송편은 입소문을 통해 꾸준히 매출도 상승하고 있다. 전국 최초, 이동식 점빵 운영 2010년 5월 마을의 마지막 점빵이 문을 닫자 주민들은 읍내까지 나가서 생필품을 사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일명 구매난민의 처지가 된 것이다. 이때 여민동락공동체에서 생각한 방안이 탑차를 이용한 이동 5일장이었다. 이 아이디어가 구체화 된 것이 행정안전부 공식 공모사업으로 채택된 마을기업, 동락점빵이다. 당시 받은 지원금으로 초기 사업자금을 마련했고,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광주에서 사와서 이문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판매하는 착한 마을기업을 표방했다. 동락점빵은 트럭에 물건을 싣고 매주 토요일마다 마을을 돌며 이동장터를 연다. “왔어요, 왔어요, 동락점빵 차량이 왔어요. 오늘은 콩나물이 OOO원이고, 명태도 새로 왔고......” 장터가 열리면 어르신들이 우르르 나와서 물건을 구입한다. 유통마진 없이 판매하여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2년간 받을 수 있는 행정안전부의 지원이 1년 후 끊긴 상태이지만 향후 수익 창출을 위해 도농직거래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시범적으로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우렁이 농법의 친환경 쌀, 잡곡, 콩, 고춧가루를 여민동락공동체 회원, 할매손 모싯잎 송편 구매자들을 상대로 홍보하여 판매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본격적으로 도농직거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생산자 모임을 결성 중에 있고 협동조합의 형태로 발전시켜 자립형 농촌공동체로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역 내에서 소비가 가능한 두부나 콩나물 등은 공장을 만들어 자체 생산 및 소비를 하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
교육·문화 등으로 주민복지 확대 또한 차와 함께 하는 작은 책방 ‘동락’을 개설하여 주민사랑방으로 개방하고 있다. 찻값과 이용료는 무료이고 대신 호박1개, 오이2개, 고구마 서너 개 등을 자발적으로 놓고 가는 식으로 운영된다. 입구에 있는 10원짜리 커피자판기는 기증받은 것으로 시골마을의 명물이 되었다. 또한 외부 강사들을 초청하여 다양한 인문·교양 강좌를 갖기도 하고, ‘여민동락 문화마당’, ‘김장축제’, ‘지역주민 송년한마당’, ‘행복문화 나눔 프로그램’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지역주민의 모임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폐교 위기에 처한 묘량중앙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서 작은학교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학부모가 중심이 된 방과 후 온종일 돌봄 교실을 마련하고 학생들을 위한 수영교육, 스키캠프, 천체관측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이 결과 학생 수가 34명까지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었다. 여민동락공동체의 현재와 미래 여민동락공동체는 후원과 노동과 생산을 통해 운영된다. 현재 500여명의 회원을 1004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이다. 마을기업을 점차 늘려가서 수익사업에도 전념할 예정이다. 현재 12명의 직원이 활동하고 있는 여민동락공동체는 초기의 생활공동체에서 개개인의 자율을 보장하는 일터공동체의 형식으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 통합적 농촌복지공동체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업에서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여민동락공동체의 구체적인 전략은 각 마을 단위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주민을 발굴하여 사업을 함께 구상하고 궁극적으로 주민들이 직접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여민동락공동체는 지역 주민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나가기 전까지 사업의 기획, 조직의 구성, 마케팅, 유통 등에서 일종의 인큐베이팅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사업이 많아 바쁠 것 같다며 행복한 꿈에 부풀어 있는 권혁범 센터장님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여민동락공동체의 10년 후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품앗이 학교에서 마을 어르신들의 막내딸로 인기 만점인 백선희 사회복지사가 “여기에서 일하는 게 정말 행복합니다”라며 함박웃음을 짓던 모습이 내내 잊히지 않는다. 나의 행복이 아닌 우리의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는 곳은 언제나 그렇듯 아름답다. 글.사진 / 권명심 28기 불교귀농학교를 수료하고 농사지으며 자급자족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http://indrama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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