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직원 감축 등 ‘몸집 줄이기’ 가속화 계속 될 듯”
(머니파워=강민욱 기자)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지급한 퇴직금 규모가 1조 3000억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의 디지털·비대면 전환으로 은행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섰고, 퇴직자에게 파격적인 위로금을 제공하면서 퇴직금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11일 은행연합회 은행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판매·관리비 중 퇴직급여 규모는 1조 33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종전 최고였던 2019년(1조 2178억 원)보다 1159억 원(10%) 더 늘면서 1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은행의 퇴직금 규모는 금융권의 디지털·비대면 전환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2015년 1조 원을 넘어선 뒤 매년 증가 폭을 키우며 늘어나는(1조 1321억 원→1조 1444억 원→1조 1674억 원→1조 2178억 원→1조 3338억 원) 모습이다.
은행별로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씨티 등 시중은행이 지난해 지급한 퇴직금이 7274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특수은행(농협·수협·기업은행·산업은행 등) 4729억 원, 지방은행 1250억 원, 인터넷전문은행 83억 원 순이었다.
시중은행은 2015년 4311곳에 달하던 영업점포를 5년간 통폐합 작업을 통해 3546곳까지 줄였다. 지난 한 해에만 238곳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 발달로 고객이 영업점을 직접 찾는 경우가 급감하면서 많은 점포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급성장하면서 점포 축소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은행 점포 수가 줄면서 일자리도 눈에 띄게 줄었다. 시중은행의 총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만 7561명으로, 2019년 말(6만 9131명) 대비 1570명 감소했다. 불과 1년 만에 157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직원 수 감소 폭은 전년(507명)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늘었다.
하나은행에선 지난해 말까지 총 500여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했고, NH농협은행에선 490여명의 직원이 짐을 쌌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도 최근 각각 460여명, 220여명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희망퇴직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파격적인 보상을 제공하면서 희망퇴직 인원이 늘고, 퇴직금 규모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만 40세 이상, 15년 이상 경력 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을 받았다. 신청자에겐 평균 36개월치 임금과 자녀 학자금(1인당 최대 2000만 원), 의료비, 재취업·전직 지원금을 제공했다. 지난해 기본급의 24~27개월치 정도를 퇴직금으로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보상이 늘었다.
농협은행은 기본급 지급 개월 수를 기존 20개월에서 나이, 연차에 따라 최대 39개월로 늘리고 1인당 최대 2800만 원 규모의 학자금과 건강검진권, 재취업 지원금 등을 지급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권의 비대면 거래가 자리를 잡으면서 은행에 필요한 인력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은행들도 해마다 더 좋은 퇴직 조건을 제시하거나 대상 인원을 확대하면서 퇴직급여 규모는 당분간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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