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장 건설문제로 시끄러운 전남 부안읍,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들판에 작은 무덤 하나 있습니다.
그 무덤에는 조선 중기 기생 이매창(李梅窓)이 그가 아끼던 거문고와 함께 잠들고 있습니다.
매창은 황진이, 김부용과 함께 조선의 3대 명기로 유명하고, 허난설헌에 필적하는 조선의 대표적인 여류시인이기도 합니다.
매창은 38세로 요절하였지만 20세 때에 만나 2년여를 함께 산 대문장가 유희경(당시 48세)과의 애뜻한 사랑, 그리고 헤어진 후에 지킨 정절은 매창의 고결한 성품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홍길동을 지은 허균이 부안에서 묵을 때 일입니다. 하루종일 매창과 술을 마시며 매창의 거문고 연주와 춤을 감상하고, 서로 시를 읊고 화답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매창은 그자리에 조카딸을 들였다고 합니다. 허균은 후에 이 일을 두고 '서로 곤란한 일을 피하기 위해서 그랬나 보다'고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매창의 정절을 알게하는 대목입니다.
다음은 매창의 대표적인 시인데 서울로 가 소식이 없는 유희경을 생각하며 쓴 절창입니다.
이화우(梨花雨) 흩뿌릴제 울며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난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노매
내일, 1월 31일 토요일 하루,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이화우 흩뿌릴제'라는 무용극 공연이 있습니다. '조남규.송정은 무용단'이 매창의 일생을 극화하여 안무한 작품인데 문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꼭 보고싶은 공연인데 저는 내일 부안으로 출행계획이 있어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전주에 거주하시는 정희수 시인께서 한국녹색시인협회 문학기행 행사를 스폰서하면서 변산반도 모항에 모임장소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여건이 허락하면 매창뜸(매창묘가 있는 곳)을 들러볼까 합니다. 2000년 4월에 지금은 작고하신 부안문화원장 김민성 시인의 안내로 처음 찾았을때는 지는 해에 쓸쓸한 바람이 불어 황량하기 그지없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