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비속, 수밭골 계곡에 안기다>
- 2006. 7. 5. 수. 신형호-
장마와 함께 시작된 7월의 첫 주는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험기간이란다.
요즘 대구의 장마소식은
국지성 호우가 왔다 갔다 해서
변화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단다.
마치 한치 앞의 미래를
누구도 짐작할 수 없이
우리나라가 가고 있는
이 시대의 현실과도 비슷하구나.
온 세상을 잡아먹을 듯이
세차게 땅바닥을 후리 치다가
조금 후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보슬보슬 플라타너스 잎새를 부드럽게
간질이는 빗방울들의 향연
어제는
비바람의 연주에 취해보려고
앞산 보훈병원 골짜기인
수밭골이라는 곳으로
비바람을 뚫고 산책을 갔었다.
마침 직장의 바둑동호회에서
월례회를 하는 곳이라서
풍취도 감상할 겸
저녁 나들이를 해 보았단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아주 깊은 골짜기였다마는
지금은 보훈병원 앞에
도원지(수박못)라는 큰 못도 생겼고
저녁 마다 음악에 맞춰 연주되는
분수쇼도 볼만한 거리로 자리 잡았단다.
주말마다 정기연주회도 열리는
월광 수변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대구의 명소로 알려진 곳이지.
내리붓는 비안개 따라
숲이 중생대 공룡이 걸어 다니듯
바람과 함께 계곡의 허리를
연신 넘실거리는 모습을 완상하며
어슬렁거리는 길은
정말 신선이 된 기분이더라.
늦은 밤 월광수변공원의 산책도
바람과 비의 협주곡에
옷은 몽땅 젖었지만
운치는 어찌 말로 다 나타내겠느냐.
비정상이 정상을 누르는 세상이니
그렇게 살아보는 것도
나름의 개성이랄까
산다는 것이
그만큼 허허해서 그럴까?
때로는
몰골은 좀 엉망이지만
빗속을 더듬고 헤매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 주더라.
또 비가 오려고 하네.
내일은 청도의 문복산으로
등산을 계획 중이다.
비가 아무리 오더라도
새로운 세계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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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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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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