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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21
합성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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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진봉기
다이아몬드는 눈부신 광택을 갖고 있고 천연 광물 중 가장 단단해 오래전부터 귀한 보석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세계에서 다이아몬드를 가장 많이 채굴해 판매하는 기업 '드비어스'에서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했을 정도죠.
이런 다이아몬드는 인기에 비해 자연에서 캘 수 있는 양이 매우 적어서 굉장히 비싸기도 해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인공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왔어요. 인공 다이아몬드를 '합성 다이아몬드'라고 부릅니다. 합성 다이아몬드는 실험실에서 길러졌다는 뜻으로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Laboratory Grown Diamond)'라고 불리기도 해요. 특히 합성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윤리적 노동 등의 논란에서 자유로워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이 합성 다이아몬드를 쉽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땅속 고압력으로 생성되는 천연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들이 결합된 천연 광물이에요. 지표 약 120~200km 아래에서 섭씨 1300~1800도에 달하는 높은 열과 6만~7만 기압의 압력을 받아 생성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연에서 생성된 천연 다이아몬드는 주변 환경에 따라 금방 다른 탄소 구조체인 흑연이나 이산화탄소 등으로 변해요. 다이아몬드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려면 빠르게 지표면 근처로 이동해야 해요. 그러려면 화산 분출 등 지각 변동이 일어나야 하죠. 이 때문에 지상에서 다이아몬드를 채굴할 수 있는 장소는 극히 일부 지역에 불과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킴벌리 광산, 러시아 우다치니 광산 등이 유명해요.
천연 다이아몬드가 워낙 구하기 어렵고 비싸다 보니 사람들은 다이아몬드를 인공으로 만들고 싶어 했어요. 과학자들은 다이아몬드가 채굴되는 지역의 특징을 관찰한 끝에 다이아몬드를 인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고압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1930년대에 본격적으로 초고압 실험 장치가 개발되면서 땅속이 아닌 지상에서도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는 고압력을 구현할 수 있게 됐고, 이때부터 '다이아몬드 합성'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합성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두 가지 방법
이후 1954년 미국 기업 제너럴일렉트릭에서 공업용 합성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어요. 이것이 인간이 만든 첫 합성 다이아몬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 7만5000기압과 섭씨 1600도 이상의 환경에 흑연과 금속 촉매를 가둬 합성했죠. 이를 고압고온(HPHT) 기법이라고 해요.
한편 1952년 미국 화학 기업 유니언카바이드는 '시드(씨앗)'로 불리는 아주 작은 다이아몬드를 탄소 증기를 이용해 크게 만드는 화학증기증착법(CVD)을 발견했습니다. 화학물질을 증기로 바꿔 얇은 박막을 만드는 기술이죠. CVD를 통해 다이아몬드 시드에 탄소막을 겹겹이 쌓아 더 큰 결정으로 만들어내는 거랍니다. 하지만 당시 기술의 한계로 두껍게 만들지 못했어요. 또 만들어진 합성 다이아몬드가 넓적한 판 형태여서 주로 팔면체 형태를 띠고 있는 다이아몬드와 달라, 이를 다이아몬드로 볼 수 있는지 논란이 컸다고 해요.
CVD는 본래 반도체를 만들 때 사용되는 기술이에요. 반도체가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CVD도 점차 발전했어요. 그 덕분에 CVD를 이용해 합성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기술도 발전하게 됐답니다.
한동안 실험실에서 만든 합성 다이아몬드를 다이아몬드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어요. 그런데 지난 2018년 미국 연방통상위원회(FTC)가 "실험실에서 성장했든, 땅에서 나왔든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라고 결론 내리면서 상품화가 가속화됐어요. 이후 기술 발달에 힘입어 합성 다이아몬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1기압에서 만들어진 합성 다이아몬드
최근 국내 연구진은 6만~7만 기압에 이르는 고압력도, 다이아몬드 시드도 없이 합성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새로 발견했어요. 섭씨 1025도의 온도와 평소 인간이 받고 있는 공기의 무게인 대기압(1기압)만으로 합성 다이아몬드를 만들어냈답니다.
우선 연구진은 온도와 압력을 빠르게 조절해 액체 금속 합금을 만드는 장치(RSR-S)를 제작했어요. 이 장치로 다이아몬드를 합성할 수 있는 최적의 온도와 압력, 액체 금속 합금의 비율을 연구했죠.
그 결과 연구진은 갈륨 77.75%, 니켈 11%, 철 11%, 실리콘 0.25%로 구성된 액체 금속 합금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메탄 기체 등을 주입했어요. 이 과정은 섭씨 1025도와 1기압에서 진행됐고, 연구진은 이 액체 금속 합금에서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답니다. 연구가 아직은 기초 단계에 있긴 하지만, 세계 최초로 대기압인 1기압에서 합성 다이아몬드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2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게재됐어요.
이 다이아몬드 합성법은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응용될 전망이에요. 연구진이 새롭게 만들어낸 합성 다이아몬드는 탄소 결정 사이에 실리콘이 끼어 있는 구조인데요. 이 같은 구조는 양자 현상과 관련 있어 양자컴퓨터 등에 응용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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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희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오주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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