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안에 들어서면 시골 식당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걸걸한 목소리의 아저씨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식사를 하고 한쪽에서는 가족 단위 손님이 방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음식을 먹고 있다.
해물잡탕을 시켜놓고 기다리니 주인아주머니가 그 자리서 바로 구운 파래전을 내놓는다. 배가 고픈 터라 게눈 감추 듯 먹어치운다. 쫀득하니 맛도 좋다. 밑반찬들은 유명 한정식집처럼 정갈하지는 않다. 그래도 갓김치 오이소박이 나물무침 구운 생선을 정성스레 한상 내어준다. 주메뉴인 해물잡탕 등장. 앗, 이런 음식은 난생 처음 본다. 걸쭉한 붉은색 국물에 주꾸미 게 새우 소라 오징어 등 해물이 가득하다. 조개 소라는 껍데기를 다 빼고 알맹이만 넣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국물에 전분을 넣었다고. 깔끔한 맛은 아니지만 알싸하게 맵고 버섯향까지 배어 감칠맛이 난다. 버섯은 새송이 느타리 표고 등 서너 종류가 들어간다. 버섯이 쫄깃하게 씹혀 해물과 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명예해물잡탕 이명예 사장이 주방에서 해물잡탕에 들어갈 재료를 볶고 있다. | |
해물잡탕엔 고추기름 굴소스 등이 들어있어 유산슬 느낌도 난다. 중국식과 한식 중간 사이의 독특한 퓨전 음식이다. 육수는 참다랑어와 버섯 멸치로 진하게 냈다. 남은 국물에 신김치 김 참기름을 넣고 밥을 볶아먹어도 좋은데 손님이 많으면 일손이 모자라 볶아주기가 힘들다고.
명예해물잡탕 이명예 사장에게 음식을 개발하게 된 동기를 물어보니 '아무 이유 없다'고 말한다. 그저 이렇게도 만들고 저렇게도 만들어보다 자연스레 완성된 요리가 바로 해물잡탕이라고. 전분을 넣어 국물을 걸쭉하게 만든 것도 역시 하다보니 그렇게 됐단다. 해물은 시장에서 신선한 것이 보이면 종류 가리지 않고 사와서 듬뿍듬뿍 넣는다. 또 이 집 음식에는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육수는 주로 버섯을 이용해 낸다. 그래선가 음식마다 은근하면 담백한 맛이 살아있다.
이 사장은 "무허가 건물이라 언제 식당이 헐릴 지 모른다"며 "어서 돈벌어서 좀 더 깨끗한 곳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현금 영수증이나 카드도 사용할 수 없어 가격을 낮추고 음식 양을 푸짐하게 해서 손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대신한다고.
"우리 집 지저분한 거 다 안다"고 웃는 이 사장은은 고생 끝에 가게를 시작한 사람답게 성심성의껏 손님들을 대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도 쥐어주고, 오이를 쓱쓱 썰어 디저트로 내놓는 모습은 꼭 친어머니 같다.
해물잡탕은 술 마신 뒷날 해장국으로도 그만이다. 걸쭉한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에겐 '비추'다. 매 월 셋째주 일요일은 쉰다. 1인분 6000원. (051)205-9314
◇ 찾아 가는 길
감천 사거리에서 감천항 방향으로 100m 정도 가면 좌측에 보임. 주차 가능.
◇ '부산 맛집 기행' 회원들의 20자 평
#우리 가족 모두 해물잡탕 마니아 됐어요.
#이 집 된장찌개도 별미. 해물전골은 별로.
#약간 느끼해요. 임신 초기 분들은 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