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범한 가정집 거실, 오른쪽에 현관이 있고 왼쪽과 중앙에 각각 방문이 있다.
막이 오르면 초인종 소리가 울리고 안방에서 어머니가 나온다.)
어머니: (큰소리로)경진이니?
경 진: (밖에서)예! 저예요.
어머니: 왜 이렇게 늦었어?
경 진: 예.. 오늘 청소당번이었어요.
어머니: 그래, 지난 주에 본 시험성적은 나왔어?
경 진: (짜증내며) 에이.. 엄마는 항상 성적만 물어보세요.
어머니: 이놈아! 학생이 성적이 중요하지 뭐가 중요해?
경 진: 그래도 엄마는 좀 과민하신 것 같애요.
어머니: (큰 소리로)뭐가 과민이니? 엄마로서 당연히 관심을 갖는 거지
경 진: 엄마는 매번 시험때마다 무슨과목은 몇점 맞았냐? 등수는 얼마냐?
왜 이번엔 떨어 졌냐? 어떻게 올라갔냐? 등등... 어휴 머리가 아플지경이예요.
어머니: 그건 너에 대한 관심이야. 네가 공부를 잘하니까 좋아서 그래! 그리고, 부모로서
그 정도 관심없는 사람이 어디 있니? 이건 자식의 성적에 대한 부모의 당연한 권리 라구!
경 진: (머리를 흔들며)어휴. 엄마는 그 관심이 공평하지 않으니까 문제죠.
어머니: (표정이 굳어지며) 또 네 동생이야기구나. 경덕이 애기일랑 아예 꺼내지 말아라.
그 녀석이 너의 절반만 따라와도 내가 이렇게 속병을 앓지는 않았어!
경 진: (부탁하듯) 엄마, 제발 경덕이 좀 이해해 주세요.
엄마가 자꾸 이렇게 하시니까 그 애도 점점 저렇게 돼가잖아요.
어머니: 그건 네가 내말을 모르는 소리야. 경덕이도 내자식인데 이유없이 밉겠니?
그렇지만 생각해봐라 저렇게 공부도 안하고 못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니 어떻게 대학에
들어간단 말이냐?
경 진: 엄마! 대학이 인생의 전부인가요? 그리고 공부는 잘 할수도 있고 못 할수도 있는거에요.
왜 그걸로 애의 기를 꺽으세요?
어머니: 그런소리 말아라.
부모가 뼈 빠지게 고생해서 수업료 주는데 어째서 공부를 안 한단 말이니?
경 진: (손을 저으며) 어휴, 그만두세요. (성적표를 가방에서 꺼내며)자 여기 있어요.
(성적표를 받아든 엄마, 유심히 살핀후 끄덕이며 좋아한다.)
어머니: (경진이의 등을 두드리며) 아이구 내새끼. 지난번 보다 훨씬 좋아졌구나.
조금만 더 하면 전교 일등은 아무것도 아니겠는데?
경 진: (멋쩍은 듯) 그만하세요.
어머니: (다정한 음성으로) 그래. 뭐 갖고 싶은 것 없냐? 혹 먹고 싶은 것이라두...
경 진: 없어요. (하품을 하며) 잠이나 푹 잤으면 좋겠어요. 맘 편하게....
어머니: 그래라. 휴식을 해야 공부도 잘하지. 어서 씻고 방에 들어가서 좀 쉬거라.
저녁식사 할 때까지.
(경진은 자기방에 들어가고 엄마는 쇼파에 앉아 성적표를 자세히 살펴보며 즐거운 표정이다.
이때 초인종이 울린다)
어머니: 누구세요?
(아무 응답이 없다)
어머니:누구세요?
경 덕: (투명스럽게 밖에서)저요!
(엄마, 아무 대꾸없이 현관문을 열어 준다. 경덕 가방을 멘채 자기방으로 걸어간다)
어머니: 이 녀석아! 돌아왔으면 인사를 해야지.
경 덕: (굳은 표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방문을 열려는 경덕을 향해)거긴 들어가지 말아라.
경 덕: 왜요?
어머니: 너의 형이 지금 피곤해서 잔다. 깨우지 말아라.
(경덕은 씁쓸한 표정으로 길게 한숨을 쉰채 되돌아선다.)
어머니: 그리고, 너 지난주에 본 시험 어떻게 되었니?
네 형은 오늘 성적이 나왔는데 너는 왜 이야기도 안하는 거니?
경덕:..............
어머니: 이 엄마한테 보여주기 싫은거냐? 쯧쯧쯧 어쩜 너는 네 형이랑 그렇게 다를 수 있니?
네 형좀 보거라 반에서 항상 1등만 하잖니? 공부를 했다하면 그정도는 돼야지. 항상 거꾸로 10등
이니. 그걸 공부라고 하는거야?
경 덕: (참으며) 저는 형과 달라요.
어머니: 뭐가 다르단 말이냐? 똑같이 밥먹고 똑같이 수업료 내고 똑같은 학교 다니는데 누구는 1
등이고 누구는 꼴등이니? 어쩌면 형제간에 이렇게 다르단 말이냐?
경 덕: (엄마를 노려보며) 엄마! 누구는 꼴등하고 싶어서 하나요? 않되는걸 어떻게 해요.
어머니: 안되긴 왜 안돼! 노력을 안 하니까 그렇지. 맨날 밤늦게까지 못된 친구들과 돌아다니고
공부와 담쌓고 사니 당연하지.
경 덕: (큰 소리로) 그게 누구 때문인데요.!
어머니: 그럼 나 때문이냐? (경덕은 분을 참느라고 말을 못한다.) 그래. 잘되면 제 탓이고 못되면
조상탓이라더니 네가 꼭 그 모양이구나. 공부 못하는 건 제 못나서인데도 그 탓은 꼭 제 엄마한테
돌리니 수업료다 뭐다 하면서 안가져가는 것 없이 다 가져 가는데 왜 부모 창피하게 만드는 거야!
경 덕: (머리를 저으며) 아- 알았어요. 그만 두세요.
어머니: 다른집 애들은 형제가 비슷하다던데 우리집은 이렇게 차이가 나니 대체 무슨일인지 모르
겠구나. 엄마친구들 한테 물어봐도 너 같은 애가 있지를 않아! 내가 챙피해서 네 이야기를 꺼낼수
가 없어. 남들은 다 일류대학 갈만한 실력이 있다고 자랑들하는데 너는 뭐가 부족해서 항상 바닥
만 기고 있는거냐? 네 형의 반 만이라도 따라가도 소원이 없겠다.
경 덕: (벌떡 일어서며) 그만해요! 엄마는 왜 형편만 드는거예요. 내가 형이예요? 왜 자꾸 비교를
하세요. 비교당할수 록 더 못한다는거 모르세요.? 왜 나는 사람취급도 안하는 거에요.
어머니: (비웃듯이) 어이구!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더니 싫은 소리좀 들었다구, 이젠 엄마한
테 대드니?
경 덕: (화가 나서) 그럼 하루라도 그냥 지난적이 있어요? 난 매일 듣는 그 형 이야기에 머리가
돌 지경이라구요. 난 이집 자식이 아니예요? 왜 이렇게 괴롭히세요!
(경덕은 벌떨 일어나 현관문을 세차게 닫고 나간다. 쾅!)
어머니: (따라나가며) 야, 경덕아! 경덕아! 너 어서 돌아오지 못해!
* 2장
동네놀이터
(긴장되고 어두운 음악이 흐르다 그치면 동네 놀이터에 경덕이 앉아있다. 시소에 걸터 앉은채 골
똘히 무언가를 생각한다. 이때 학교 친구들인 종성, 세용, 민 희, 은주가 등장한다.)
세 용: (경덕을 발견하고) 어! 경덕이 아냐?
종 성: 그래, 맞아 그런데 왜 저러고 있지?
(아이들, 조용히 경덕의 뒤로 다가선다)
민 희: (어깨를 집으며) 얘 경덕아!
경 덕: (놀라며 돌아본다) 누구냐? 아. 너희들이구나.
은 주: (걱정스럽게) 왜 여기있니? 집에 들어가지 않구.
경 덕: (씁씁한 표정으로) 응... 그런 일이 있어.
세 용: (웃으며) 짜식... 너 또 야단맞았구나?
경 덕: (흘겨보며) 그래서... 고소하단 말이냐?
세 용: 고소한게 아니라 처량해 보여서 그런다.
경 덕: 뭐라구? 처량? 너 누구 불난집에 부채질 하냐?
세 용: 부채질이라니. 있는 그대로 설명한 것 뿐인데...
경 덕: (비꼬듯이) 공부 좀 한다구 거만 떨지말어...
세 용: (불쾌한 듯) 거..만?
경 덕: 그래! 너 같이 등수 안에 드는 애들은 나 같은 사람의 맘을 이해할 수 없어.
항상 부모에게 칭찬만 듣는 애들은 성적 때문에 죄인 취급받는 나 같은 놈의 심정을 이해 할 수
없다구. 그러니까. 함부로 떠들지마!
세 용: 야! 너 나한테 감정있어? 무슨말을 그렇게 해 거만 떨지말라니.
네 눈에는 내가 거만이나 피우는 사람으로 보이는 모양이지?
경 덕: (노려보며) 그래, 공부 잘한다고 목에 힘주고 다니는 놈으로 보여!
종 성: 경덕아! 말이 지나쳐! 말한마디 좀 실수한 걸 가지구 그렇게 감정적으로 나오면 어떻해!
경 덕: (종성을 돌아보며) 너무 잘난척하지마. 반장쯤 되면 항상 의로운척 하는데.....
(비꼬듯이) 너두 별로야.
은 주: (놀라며) 어머! 얘가 왜 이러지! 오늘 완전히 달라보이네?
경 덕: (은주를 바라보며) 너두 괜히 끼어들지마! 좋은 소리 못들으니까.
은 주: (흥분하며) 그래? 그럼 어디 한번 해보시지. 얘가 왜 이렇게 예의가 없니?
아무나 붙잡고 싸워보자는 식이잖아? 누가 너한테 관심이 있어서 이러는 줄 알아.
하두 불쌍해 보여서 그러는거야. 어쩌면 그렇게 기분 내키는 대로 내뱉니?
경 덕: (벌떡일어서며) 그래. 네 말처럼 나는 예의도 없는 놈이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받아서
그래! 나처럼 쓸모없는 놈에게는 예의란 악세사리에 불과해!
은 주: 뭐라구! 악세사리? 공부못하는걸 무슨 상이라도 받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이 올 라가면 왜 너희 엄마가 널 괴롭히겠어. 다 제 못나서 그런거지!
민 희: (막아서며) 은주야! 그만둬.
은 주: 아니야! 저런 애는 이런 말을 들어야 정신 차린다구.
경 덕: 그래. 선생하나 더 생겼구나. 내가 못나서 이런건지 이제 알았어?
(푸념하듯) 허..참 이건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잔소리를 듣더니 이제는 동네에서도 들어야 하니....
죽을 지경이군.
민 희: (타이르듯) 경덕아! 네 말을 거칠게 하니까 그렇지. 왜 얘들이 너를 미워하겠어?
경 덕: (머리를 흔들며) 에이 다 필요 없어! 날 좀 내버려둬
세 용: 그래. 가자. 저런 놈하고는 같이 있을수록 손해니까.
(곧 아이들 모두 퇴장하고 경덕은 머리를 손으로 감싼채 깊은 고독에 빠져든다. 갑자기 요란한 복
장의 두 아이가 등장한다.)
남 수: 야! 너 여기 있었구나 뭐 하는 거야?
경 덕: (고개를 들며) 어 너희들이구나.
천 우: (웃으며) 야 너 또 쫓겨났구나.
경 덕: 쫓겨나다니 내가 나온거지.
남 수: (웃으며) 쫓겨난거나 뛰쳐나온거나 그게 그거지. 짜식 꼴 좋다.
사내녀석 이 오죽 못 났으면 앉아서 그 청승이냐?
경 덕: 청승이라니?
남 수: 임마! 그까짓 종이조각에 쓰여진 숫자 때문에 기죽어 사느냐 그 말이야. 세상이 얼마나 크
고 넓은데 성적표에 목매사니?
천 우: 그래 맞아. 그까짓거 훌훌 털어버려!
얼마나 신나고 자유로운 세상이 있는데 아직도 학교에 매달려있어?
경 덕: (걱정스러운 눈빛으로)하지만... 학생이 학교공부를 잘해야 되잖아.
남 수: (가슴을 치며) 아휴. 답답하기는... 네 생각이 그 수준밖에 안되니까 맨날 요모양 요 꼴이지.
야! 학교가면 너 밥 먹여주니? 그리고 너 같은 돌대가리가 공부한다고 그 머리에 광내면 대리석이
되냐? 안 되는 것 같으면 전공을 바꿔야지. 항상 애들 뒤 만 따라다닐래? 그러다 보면 평생 남의
뒤꽁무니만 따라 다니다가 끝나는 거야.
경 덕: 뭐 꽁무니?
천 우: (바짝 다가가며) 그래. 그래서 네 엄마도 너를 인간취급 안하는 거야. 뒤꽁무니 인생이 뭐
가 이뻐 보이겠냐? 나라도 속이 뒤집히겠다. 사람은 자고로 머리가 되야지 꼬리가 되면 않된다구!
경 덕: (단호하게) 그렇다구. 너희들처럼 학교 다 때려치고 밤에만 싸돌아 다니면 뭐가 되 겠어?
남 수: (놀라며) 야. 이 짜식 말하는 솜씨 좀 보게? 학교를 때려치다니. 정중히 거절한거지. 젊음의
이름으로 거절한거라고. (회상하듯) 나는 학교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사람이야. 학교가 나에게 준
게 아무것 도 없단 말이야. 너두 생각해봐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놈들만 대우 받잖아?
담임 선생님도 온통 성적 좋은 애들만 관심이 있지, 우리처럼 성적은 별루지만 다른 걸 잘하는 사
람에게는 관심이 없어. 그뿐이니? 그 성적을 빌미로 삼아서 얼마나 괴로움을 주냐?
툭하면 반 평균이 내려간다는 이유로 전체 앞에서 벌을 주고 그게 괴로워서 학교라도 빼먹으면
당장 부모님 모시고 오라고 하질 않나 일일이 설명할 수조차 없을 만큼 고통을 줬어.
경 덕: 그래 네 말이 맞어... 학교는 나에게도 지옥같은 곳이야.
천 우: 그래! 바로 그거야. 이제야 너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구나.
경 덕: 하지만.... 우리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배워야 할 것도 많잖아? 그렇다고 마음대로 학교를
안 가서야 되니?
천 우: 그 점이 바로 너의 한계야! 항상 그렇게 소극적으로만 생각하니까 벗어나지 못하지.
크게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일찌감치 독립한 사람이 많다구.
경 덕: (변명하듯) 그거야 옛날에는 학교란 제도가 성립되어 있지 않아서 그랬지.
하지만 지금은 학교가 필수적인 과정으로 인정되는 시대라구.
남 수: (기가막힌 듯) 허 참.... 야 임마 네 진짜 맘이 도대체 어떤 거야! 어떤 때는 맘에 들었다가
어떤 때는 안 들었다가 하니...너는 박쥐 후예냐?
경 덕: 박쥐?
남 수: (짜증내며) 왜 이랬다. 저랬다 하느냔 말이야? 네가 우리랑 지낸지도 벌써 오래 됐는데 왜
아직도 우리 하는 일에 참가하지 않는 거야?
경 덕: (고민하며) 나도 모르겠어...
천 우: (달래듯) 그게 뭐 힘들다는 거야? 그냥 우리랑 가치 담배피고 술마시는 건데 .
경 덕: (고개를 저으며) 나는 담배필줄 몰라. 술마셔본적도 없구..
천 우: 그거 어렵지 않아! 내가 가르쳐 줄게.
경 덕: 니들 돈 많어? 이런것들을 어떻게 구한단 말이야? 그것도 미성년자들이..
천 우: 걱정 말라니까?
경 덕: (고함치며) 너희들이 어떻게 구한단 말이야! 그리고 그건 안 좋은 짓이야. 미성년자들이 벌
써 술이나 마시구 담배나 피고. 이게 얼마나 나쁜 짓인데..
남 수: (화를내며) 뭐! 나쁜짓? 이게 뭐가 나쁜짓이야? 우리들의 자유인데. 21세기는 자유의 시대
라구.
경 덕: (쳐다보며) 그게 어디 자유니? 남에게 온갖 피해를 입히면서 다니는거지.
천 우: 피해?
경 덕: 너희들 같은 애들이 착한애들을 꼬셔서 나쁜학생으로 만든는거 아니야?
남 수: 아주 이제는 협박까지 하네? 임마. 우리가 왜 나뻐. 민주주의 사회에서 술마시는건 어떻고
또 담배 피우는건 또 어때? 우리들의 자유마저 뺏으려는 거야? 너 짜식 이게 얼마나 좋은건데. 담
배피면 멋있어 보이고, 그냥 음료수하고 술하고는 엄청난 차이라구. 너도 한번 해봐.
경 덕: (머리를 저으며) 아니야. 그건 일시적이고 자유일 뿐이야. 결국엔 파멸과 후회만 남게 돼.
천 우: (화가나서) 어쭈! 이 자식 이제는 우리를 훈계하려 드는구나. 임마 그렇게 잘난놈 이 왜 맨
날 죄진놈 취급받으면서 사니? 그래 네가 말하는 것처럼 학교와 가정에 충실한 사람으로 살아온
결과가 뭐야? 고작 잔소리와 멸시뿐이잖아! (비웃듯이) 이 사회가 너 같은 꼴등에게 행복을 남겨
줄 것 같으냐? 천만에! 잘난 놈들만 좋은 것 다 차지하고 너나 우리같은 못난놈들은 항상 멸시받
고 바보 취급받으며 살 수 밖에 없다구...
남 수: (풀이 죽어있는 경덕을 보며) 야! 잘 생각해. 기회는 한 번 밖에 없어! 집으로 다시 들어가
서 노예처럼 살든가. 아니면 우리처럼 자유롭게 살던가!
(남수와 천우가 나간다)
* 3장
경덕의 집
(음악소리와 함께 라디오방송이 들린다. "청소년 여러분 밤이 깊었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십시
오." 무대가 서서히 밝아지면 경덕의 집 거실이다. 어머니는 안절부절하며 시계를 연신 바라본다)
어머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벌써 12시가 넘었는데. 이 양반 또 어디서 술 먹느라고 안 들어
오는 모양이네.
(이때 초인종이 소리가 난다. 딩동딩동!)
어머니: 누구세요?
아버지: (술 취한 목소리로 밖에서) 나야!
(문을 열어주면 벌건 얼굴로 아버지가 들어온다.)
어머니: (화를 내며) 도대체 지금이 몇 시예요?
아버지: (투명스럽게) 지금? 당신 시계 잃어버렸어? 음... 2시네.. 3시인가?
어머니: 뭐예요? 지금 2시라구요.
아버지: (비웃듯이) 2시? 아직 초저녁이구만. 꺼...억
어머니: 초저녁이라구요? 다른 집 한번 보세요. 이렇게 늦게 들어오는 가장이 있는지...
아버지: (큰소리로) 왜 없어?
어머니: 어머머! 무조건 화내면 다예요? 벌써 며칠째예요. 허구헌날 술독에 빠져서 오고...
대체 왜 이래요.?
아버지: (물끄러미 보며) 정말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서 물어?
어머니: 그러면 나 때문에 이런단 말이예요?
아버지: (한숨을 쉬며) 그만 둡시다. 나두 속에서 불이 난다구.
어머니: (달려들며) 이유가 뭐예요? 왜 이렇게 매일 나에게 고통을 주느냔 말이예요.
아버지: (고함치며) 정말 몰라서 물어? 당신의 그 허영심.! 그게 나를 이렇게 만드는 거야. 알아?
어머니: (놀라며)뭐라구요?
아버지: 도대체, 그 지칠줄 모르는 허영심이 어디까지 갈 거야? 이 월급쟁이 남편의 주머니가 무
슨 은행금고인 줄 알아?
어머니: 내가 뭘 어쨌다구 그래요?
아버지: 사람이 분수에 맞게 살아야지. 왜 욕심을 부려? 당신. 이 하나 남은 집까지 날려버릴꺼야?
어머니: (고함치며) 그만해요! 그게 왜 허영심이예요. 다 우리식구 살리자는 일이지 언제까지 이렇
게 궁상떨며 살아야 해요. 우리도 돈을 벌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남들처럼 떵떵거리며 살아
야지 평생 남의 집에서 눈치만 봐야 돼냐구요?
아버지: (답답한 듯) 내가 언제 평생 남의 집에 살자고 했어. 정당하게 차근차근 올라가야지. 그렇
게 위험하게 욕심을 부리면 송두리째 무너지는 거라구.
어머니: (비웃듯이) 남자의 스케일이 그 정도밖에 않되니까 가족이 이렇게 고생을 하는 거라구요.
다른 사람들은 우리 나이에 벌써 자리잡고 큰소리 치며 사는데 당신은 가진 것도 없으면서 왜 성
인군자처럼 사는 척 하냐구요.
아버지: 그래. 하나있는 남편 바보 만들어 놓고, 잘살면 행복하겠군 집에 와서 맘이 편해야 일찍
들어오고 싶지... 매일 이렇게 지옥 같으니 오고 싶겠어?
(이때 방에서 경진이 졸린 눈을 비비며 나타난다. 부부는 말다툼을 멈춘다)
경 진: 아버지 오셨어요?
아버지: 그래, 왜 아직 안자고 있니?
경 진: 예. 곧 잘거예요.
아버지: 그런데, 경덕이는 들어왔니?
어머니: 그 앤 아직 안 들어왔어요.
아버지: (놀라며) 아직 안 들어왔어? 지금이 몇 시인데 안 들어와?
경 진: (놀라며) 엄마.. 아까 들어오지 않았어요?
어머니: (냉정하게) 들어왔었지. 그런데 싫은 소리를 좀 했더니 나가서 아직 안 들어왔어.
아버지: 아니? 자식이 나갔으면 가서 찾아와야지 뭐했단 말이요?
어머니: 그애 늦게 들어오는 게 어디 오늘 하루 뿐 인가요? 매일 저 모양이예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못된 친구들하고 휩쓸려 다니면서 대체 뭘하고 다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버지: 이봐요. 자식이 밤에 나가서 뭘하고 다니는지도 모르는 엄마가 어디있어?
그 애는 우리아들 아니요?
어머니: (대들며) 나한테만 책임이 있나요? 당신한테도 자식이잖아요. 항상 이렇게 늦게 들어오니
지 애비를 닮아서 저 모양 이예요.
아버지: 뭐요?
경 진: 그만 두세요. 매일 밤마다 이러시면 어떻게 해요.
아버지: (경진에게) 너두 그렇다. 어떻게 동생을 챙기길래 아이가 매일 밤 저렇게 싸돌아 다니게
놔두는 거냐?
경 진: (고개를 숙이며) 잘못했어요.
어머니: (화를 내며) 왜 경진이한테 야단이예요? 이 애가 뭘 잘못했다구 그래요?
경 진: (말리며) 엄마 그만 두세요.
어머니: 아니다 할 말은 해야지. 이거 속상해서 살겠니?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부모속만 썩이는
자식은 두둔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1등 하는 아들은 오히려 야단을 치니... 당신 대체 어떻게 된
사람이예요? 경진이가 어떻다는 거예요.
아버지: (고함치듯) 당신! 당신의 그 편파적이고 독선적인 생각이 애들을 버리고 있는거야.
왜 차별을 해? 경진이만 자식이고 경덕이는 버린 자식이야? 사람이 성적이 좀 떨어지면 어때?
됨됨이가 좋아야지.
어머니: 경진이의 됨됨이가 어때서요?
아버지: 누가 경진이를 말했어? 당신을 말하는 거야. 그렇게 심한 차별을 하니까 당신 둘째 아들
이 바깥으로 도는거야. 그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나면 당신이 책임질거요?
어머니: 무슨 일이 나긴 무슨일이 나요. 저러다가 마는거지. 그리고 경덕이가 경진이 반만 따라와
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구요. 갈수록 바닥을 기니깐 그 애한데 정이 가겠어요?
경 진: (큰소리로) 엄마. 그만 두세요. 아버지 말씀이 옳아요. 우리가 경덕이를 더욱 감싸고 격려했
으면 좋아졌을지 모르잖아요. 그리고 애가 들어올 시간이 훨씬 지났어요. 제가 찾아보고 올께요.
(경진은 밖으로 나가고 아버지는 화난 얼굴로 안방으로 들어간다.)
어머니: (비웃듯이) 쳇! 혼자 의로운척 하지만 도대체 남편이라구 어디 존경이 가야지...
(이때 현관문이 열리고 경진과 경덕, 함께 들어선다.)
어머니: (화가나서) 경덕이 너! 도대체 지금이 몇 시인데 이제 들어오는거야.
경 진: (말리며) 엄마! 그만두세요. 벌써 문앞에 와있었는데 들어오기 싫어서 밖에 있었대요.
어머니: 왜 들어오기가 싫어? 여기가 남의 집이냐?
엄마얘기 듣기 싫다고 화내고 나가는 건 누가 가르쳐 주더냐! 엉?
경 진: 엄마! 그만하세요.
어머니: 어이구 복두없다. 복두없어! 하나뿐인 남편이나 꼭 닮은 자식이나 다같이 저 모양이니...
(엄마의 격한 말에도 불구하고 경덕은 고개를 숙인채 아무말이 없다.)
어머니: 빨리 씻고 자거라. 내일 학교가려면....
(엄마는 안방으로 경진이도 자기방으로 들어간 후 경덕은 홀로서서 허탈하게 웃는다.)
경 덕: 참 산다는게 뭔지.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할까. 뭐가 옳은지 판단할 수가 없어...
(소파에 쓰러져서 절망하는 가운데 서서히 어두워진다.)
* 4장
동네놀이터
경 덕: (혼잣말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하던데. 왜 사람들은 성적순으로 모든것을 평가할까?
오직 숫자의 상하운동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울고 웃는걸까? 정말 이 세상은 성적순으로 살아
가는 걸까?
(이때 교회에서 찬송가가 들린다.)
경 덕: 아 오늘이 일요일이구나. 모두들 예배드리느라 정신이 없네. 그래. 교회나가 본지도 오래됐
구나. 그래도 교회다닐때가 가장 좋았는 데.... 그렇지만 교회서까지 무시받는 건 견딜 수 없었어.
나는 어디에도 쓸모 없는 놈인가 봐...
(민희가 나타난다. 홀로 앉아있는 경덕에게 다가간다.)
민 희: (부드럽게) 경덕아.
경 덕: (놀라며) 누구야?
민 희: 나야, 그런데 너 왜 여기서 이러구 있어?
경 덕: (한숨을 쉬며) 글쎄 말이야. 나도 왜 이러구 있는지 모르겠어.
민 희: (길게 숨을 내쉬며) 그래. 이해해. 요즘 어른들은 우리를 오직 입시를 위한 준비생으로 생
각할 뿐 우리도 자유롭게 생각하고 우리만의 인생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그래서 모두들
마음이 멍들어 있단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경 덕: (쓴웃음을 지으며)그렇게 말하니 조금은 위로가 되는구나. 하지만, 너도 내 기분을 정확히 몰라.
민 희: (다가서서) 경덕아! 나는 네가 성적은 별로지만 문학에 소질이 있는걸 알아...
경 덕: (비웃으며) 문학? 쳇! 책 좀 읽고 몇 줄 적는걸 가지고 문학이라고 할 수 있냐?
그리고 그건 성적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수 없는 무의미한 자기한탄일 뿐이야.
민 희: 그렇지 않아! 작년에 네가 학교문예지에 실은 그 작품은 무척 감동적이었어. 화려하고 뛰어
난 문장은 아니었지만... 뭐랄까. 가슴깊이 우러나는 진실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다구. 나는 문학반
회장을 하면서 많은 글을 봐 왔지만 네 글처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글은 본적이 없어. 대체로
아이들이 글을 낼 때 유명한 사람의 글줄이 나 흉내내려 하고 지나치게 미사어구를 동원해서 그
럴듯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데 그런 글은 감동이 없이 다만 요란할 뿐이지.
경 덕: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래? 내가 그렇단 말이야?
민 희: (밝은 얼굴로) 그럼! 내가 왜 거짓말을 해.
경 덕: (표정이 밝아지며) 야! 이거 살맛나는 이야기인데?
민 희: 그래.. 혹시 아니 나중에 유명한 소설가나 수필가가 될지?
(경덕과 민희, 서로 눈이 마주치자 기뻐한다. 이때 남수와 천우가 뛰어들어온다. 민희를 보고 멈칫
한다.)
남 수: (놀란 듯이) 어이 경치 좋은데.
천 우: (능글맞게) 와! 보통솜씨가 아닌걸. 얼굴도 예쁘고...
(민희는 놀라 경덕의 뒤로 피하고 경덕은 나선다.)
남 수: 그건 그렇고 경덕아... 오늘은 우리와 함께 가야겠다.
경 덕: (놀라며) 어디를 가?
천 우: 짜식. 그동안 그 만큼 이야기했으면 이제 알만 할텐데. 우리 애들이 기다리고 있어.
오늘밤에 축제가 준비되어. 어때? 나랑 같이 가자?
경 덕: (머리를 저으며) 안돼! 나는 갈 수 없어.
천 우: (달래듯) 야 그럴줄 알고 담배하고 술도 많이 준비했다구. 술도 유행하는 AB 라거에다가
담배도 인기가 많은 '하나다' 도 많다구...
경 덕: 난 자신이 없어. 그건 나쁜짓이야.
남 수: 야 이거 순 겁쟁이 아냐? 임마. 이건 약속이 틀리잖아?
오늘은 우리와 함께 행동하기로 한 그날이야. 그동안 우리가 너한테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줄 알
아? 매일 만날때마다 먹여주고 사주고. 영화 보여줬는데...이제 와서 못 하겠다는거야?
경 덕: 이제 와서가 아니야. 나는 처음부터 그런일에 참여할 생각은 없었어.
남 수: 뭐라구? 그럼 왜 우리랑 계속 만난거야?
경 덕: (괴로와하며) 그건 너무 괴롭고 마음 둘곳이 없어서였어. 너희들이 가진 자유가 부러웠지.
그렇지만 너희들의 자유도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어.
천 우: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는 꼭두각시 노릇만 했다는 거야?
남 수: (화가나서) 이자식! 완전히 우리를 이용해 먹은거네?
경 덕: (놀라며) 이용이라니! 나는 너희를 친구로 생각해. 너희가 받은 그 상처가 바로 내가 받았
던 바로 그 상처야. 같은 고통을 가졌던 너희를 나는 돕고 싶어.
남 수: (비웃듯이) 짜식. 낭만적인 시를 읽고 있군. 야. 임마. 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좋은 시간
을 다 빼앗긴 줄 알아? 이거 순 멍텅구리 아냐? 그렇게 알아듣게 설명했는데도 껍질을 깨지 못하
는군.
경 덕: (고함치며) 껍질을 깨지 못한건 너희들이야! 그건 세상을 너무 쉽게만 바라보는 거야. 도대
체 그 짓이 얼마나 오래 가리라고 생각하니?
남 수: 뭐야? 이 자식이 이제는 못하는 소리가 없네?
야 천우야. 이거 우리가 사람을 완전히 잘못 봤는걸. 이런걸 우리가 지금까지 친구라고 생각했다
니. 으 속터져.
천 우: 남수야 가자. 잘못 짚었다. 자기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저런 못난놈하고 상대할 수 없지.
(남수와 천우 성난얼굴로 퇴장한다. 이때 경덕이 뛰어나가 그들의 앞을 가로 막는다.)
경 덕: 안돼! 너희들도 가면 안돼! 이건 잘못된 일이야. 너희들마저 파멸의 길에 들어서는 거라구.
남 수: (고함치며) 이 자식이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네?
천 우: 비키지 못해!
경 덕: (간절하게) 안돼 얘들아!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단지 현실을 잠시 도피하는 것일뿐... 아무
것도 나아질수 없어. 오히려 삶을 망가뜨리는 독소라구.
남 수: 아 이 자식이 진짜!
(남수와 천우. 흥분하여 경덕을 무차별 구타한다. 주먹과 발로 맞아가면서도 경덕은 남수와 천우
를 붙들고 늘어지고, 놀란 민희는 비명을 지르며 말린다. 축 늘어질 만큼 때린 후 남수와 천우는
침을 뺃고 무대에서 퇴장하고 민희는 피투성이로 쓰러진 경덕을 끌어안고 운다.)
* 5장
병원 응급실
경찰관 : 이 애들이 너를 때린 애들 맞지?
경 덕 : (조용히) 아닙니다.
경찰관 : 확실히 이야기해야 잡아가든 풀어주든 할거아냐?
경 덕 : 아닙니다. 절 때린적이 없어요
경찰관 : 알았다.
(경찰관 퇴장)
경 덕: 아야! 거기는 아퍼...
민 희: 어머. 미안해..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언제 퇴원하래?
경 덕: 응 입원할 것도 없대. 건강해서 오늘 바로 집에 가래.
민 희: (기뻐하며) 그래? 그거 잘됐구나. 경덕아 정말 장해. 정말 잘했어. 네가 그렇게 속이 깊고
용기있는 앤줄 미쳐 몰랐어. 좀 다치기는 했지만 그런 설움 속에서도 나쁜 길로 들어서지 않고...
경 덕: 모르겠어... 어쩐지 그렇게 해서는 않된다는 생각이 들었어. 예전에 교회 다니면서 그런 생
각을 많이 해서 그런가?
(이때 세용, 종성, 은주가 뛰어 들어온다. 은주의 손에는 꽃다발이 들려있다.)
세 용: 여기 있었구나
종 성: 큰일날뻔 했구나.
은 주: 소식 듣고 달려왔어
경 덕: (외면하며) 난.. 괜찮아. 그런레 너희들은 여기까지 왠일이니?
종 성: 그럼. 네가 다쳐서 병원에 왔다는데 어떻게 안올 수 있어.
경 덕: 공부도 못하는 놈. 좀 다쳤기로 우등생들이 이렇게 몰려올 필요가 있어?
세 용: 짜식... 너 아직도 화가 안 풀렸구나. 미안해 경덕아 그때는 진심이 아니었어. 왜 내가 친구
를 괴롭히겠니. 그때는 너무 화가나서 말이 지나쳤던 거야.
은 주: 그래. 정말이야 나두... 사과할게.
민 희: 그래. 경덕아 친구들 말이 맞아. 그리고 너도 이제는 마음을 넓게 가져야 해. 언제까지 자
격지심만 앞세울거니?
경 덕: (놀라며) 자격지심?
(이때 문이 열리고 어머니가 뛰어 들어온다. 친구들 병상에서 물러선다.)
어머니: (상처를 만져보며) 아니? 이게 어떻게 된거야 응? (울상이 되어) 왜 이렇게 됐어?
경 덕: (외면하며) 엄마가 참견할 일이 아니잖아요?
어머니: (얼굴이 경직되며) 뭐야? 아니 그게 무슨소리니?
경 덕: 차라리 죽지 왜 남에게 맞고 다니느냐고 말씀하실거 아닌가요?
민 희: (만류하듯)경덕아...
(순간 어머니는 경덕의 뺨을 세차게 때린다. 철썩!)
어머니: (화난 얼굴로) 너 지금 이 엄마한테 하는 말이니?
경 덕: (침통한 얼굴로) 내가... 아주 없어지면 좋겠죠? 전 엄마한테 도움이 않되잖아요..
엄마는 항상 형만 좋아하죠? 반에서 일등하는 공부잘하는 형... 엄마는 형의 성적표는 좋고, 내 성
적표는 쓰레기통에 있는 쓰레기보다 더 싫어하잖아요.
어머니: (당황하며) 그 그건...
(경덕, 허물어지듯 눈물을 흘리며 서럽게 운다.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아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어머니.)
경 덕: (울부짖으며) 엄마! 나도 얼마나 공부 잘하고 싶은 줄 아세요? 남들처럼 자랑스럽게 성적
표를 갖다 드리고 싶은 마음을 아시냐구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몇번씩 다짐하면서 책상 앞
에 앉아 보지만... 그때마다 가슴을 짖누르는 부담감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었어요. 형편없는 성적
표를 들고 엄마한테 야단맞을까봐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집주위를 얼마나 돌았는지 아세요? 엄
마는 한번도 따뜻하게 저를 대해주시지 않았어요... 높기만 한 형의 성적에 오르라고만 하셨어요.
그럴수록 저는 얼마 나 깊은 절망에 빠져들었는지 몰라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그래요... 그렇
게 야단을 치고 다그쳐야 강해진다는 것도 저는 알아요. 하지만 저도 엄마의 따뜻한 품이 그립단
말이예요... 나도... 나도 사랑 받고 싶어요.
(경덕이 소리높여 울자 엄마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경덕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린다.)
어머니: 그래. 이 엄마가 잘못했다. 네가 이렇게 괴로워 하는것도 모르고... 난 내 생각만 하고 있
었어.. 네가 이렇게 섬세하고 예민한줄 몰랐다. 난 네가 아직도 어린앤줄 알았 는데 벌써 어른이
되었구나.
경 덕: 엄마.. 잘못했어요..
어머니: 아니야. 내가 잘못했다.
(주위에 선 친구들도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친다.
이때 형, 경진이 들어오다 이 장면을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형을 발견한 경덕, 울음을 그치고
형을 바라본다.)
경 진: 경덕아...
경 덕: 형... 미안해. 형이 나를 감싸주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 미웠는지 몰라
경 진: (어깨를 두드리며) 짜식 미안하긴... 당연한거야. 걱정마. 형은 항상 네 옆에 있을테 니까..
경 덕: 형.. 고마워. 형은 정말 좋아...
(형제가 끌어안고 좋하하자 어머니와 친구들도 흐뭇해 한다. 이때 아버지도 들어온다.)
경 덕: 아버지...
아버지: 그래.. 이야기는 다 들었다. 정말 큰일날뻔 했어. 하마터면 아들 하나를 잃어버릴뻔 했어.
(어머니에게) 여보. 내 잘못이 많구려. 그동안 내가 집안일에 너무 소홀했었어..
어머니: 아니예요... 제가 욕심이 너무 많았어요. 저 때문에 이렇게 경덕이만 고생한 거예요. 이번
일로 제가 눈을 뜬 것 같아요. 이만하길 천만 다행이예요. 얼마나 하나님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되가는 줄도 모르고 구박만 했으니 얼마나 이 엄마를 미워했을까요...
경 덕: 엄마...
아버지: 지금이라도 이렇게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으니 얼마나 좋은일이요?
경 진: 그래요. 오래만에 우리 집에 웃음이 돌아온 것 같애요.
모 두: 하하하
(이때 남수와 천우가 들어온다. 분위기가 갑자기 냉각된다. 친구들은 경계하는 눈빛, 하지만 남수
와 천우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려는 눈치다.)
경 덕: (놀라며) 남수야. 천우야..
남 수: (부모님께 꾸뻑 인사를 하며) 정말 죄송합니다...
어머니: 아니 그럼 너희들이..
경 덕: (제지하며) 엄마!
천 우: 예. 죄송합니다.
아버지: 우리한테 죄송할 거 없다. 우리 경덕이한테 해라.
남 수: 예. 그래서 찾아온 것입니다. 경덕아... 미안하다.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끝장났을 거야
천 우: 그래. 정말 고마워. 너 때문에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어. 꿈에서 깬 기분이야. 그 동안 우리
가 얼마나 철없이 굴었는지 이제야 알았어...
경 덕: (활짝 웃으며 덥썩 손을 잡고) 아니야 내가 정말 고맙다. 너희들이 무사히 돌아와 주기를
바라고 있었어.
천 우: (활짝 웃으며) 그래?
경 덕: 그럼. 내가 가장 외로울 때 친구라고는 너희들밖에 없었는 걸?
남 수: (좋아하며) 그래. 이제 우리.. 담배와 술에서 완전히 인연을 끊고 검정고시 보기로 했어.
천 우: 공부도 하려고 드니까 길이 많더라구. 고시원에 들어가기로 했어. 표 끊고 오는 길 이야
경 덕: (기쁜 얼굴로) 듣던 중 최고의 소식이구나! 정말 잘 생각했다. 정말 잘 했어...
남 수: 경덕아... 짜식 너 정말 괜찮은 놈이구나. 네 진심을 알게되서 너무 좋다. 그리고 엄마하고
화해한 것도 축하해... 좋겠다! 넌 화해할 엄마라도 계시니...
경 덕: (얼싸안으며) 짜식들 고맙다. 내진심을 알아줘서.. 나도 이제 열심히 공부해 볼거야. 나한테
도 남들이 없는 재주가 있다는 걸 알았어
종 성: 경덕아. 네가 원하기만 하면 내가 네 공부를 도와주지.
세 용: 나두야 나는 종성이 보다 싸게 해 줄께. 하하하
모 두: 하하하
세 용: 공부하는 거 별로 안 어려워.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성적이 오른다구. 중요한 건 자 신감과
집중력이지.
은 주: 그런 의미에서.. 우리 다 같이 교회 다니자. 내가 다니는 교회가 있는데. 그 교회에 공부방
도 있고 그 교회 중고등부 담당하시는 전도사님도 되게 공부 잘하시고 엄청 좋으신 분이야.
세 용: (눈을 흘기며) 아니... 은주 너. 언제부터 교회 다녔어? 혹시 교회에 좋아하는 남자라도?
은 주: 뭐? 하하하.
모 두: 하하하
민 희; 그래, 우리 한번 은주가 다니는 교회 다녀보자.
경 진: 나두 좋아!
민 희: 잘됐다. 정말 좋아질 거야.
경 덕: 정말 고맙다. 너희들이 나를 도와줄 줄이야..
어머니: 오, 어쩜. 이렇게 좋은 친구들인줄 몰랐구나. 내가 조금만 넓게 생각했더라면 경덕이가 더
나아질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내가 적극적으로 도와줄께.
아이들: (환성과 박수를 치며)와!
(이때 교회에서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의 합창이 울려퍼진다.
민 희: 앗. 이 노래는.
은 주: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란 곡이야. 누구나 사랑 받고 있다는 뜻이지.
어머니: 그래, 참 좋은 노래인거 같구나. 그동안 우리 서로 얼마나 미워하면서 살았니?
아버지: 맞아. 나도 이젠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라는걸 알았어.
경 덕: 정말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두분이 화해하시다니.
은 주: 그래.. 얼마나 멋진 모습이야?
종 성: 맞다. 우리 교회다니기로 했잖아. 은주야. 니가 다니는 교회 어디야?
은 주: 흠. 듣고 놀라지나마. 우리 교회는 바로 ..... 여기야.
모 두: 뭐? 진짜?
세 용: 근데 너 지금 아무말도 안했잖아?
은 주: 아. 진짜 눈치 없기는 이건 연극이잖아. 그러니깐 내가 말을 한거야. 자 그러니깐. 모여봐. ........................... 알았지.
모 두: 아. 니가 다니는 교회는 바로 ........................... '한누리 전원교회'
곧바로 찬양을 부른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와 '우리가 간직 해야할'을 부르며 '나도 사랑 받고 싶어요' 출연진이 모두 나와 찬양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