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건축을 디자인하라
건축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1990년대 후반 미국 연수기간 동안은‘우물안 개구리’의 세상 나들이를 해 보았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하고 영어도 짧다 보니 리포트 완성은 항상 마감직전에 종료하였다. MBA에서 요구하는 기초 실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1학기를 보내었다. 1년 동안의 적응기간이 지나고 나서야 수업시간에 벙어리가 말문을 열기 시작하고 학습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그러나 “MBA means Many Busy Assignments”라고 말할 정도로 페이퍼 작성과 그룹 프로젝트로 잠과 시간과의 전쟁을 치렀다. 학습의 토대를 다지는 것에 대한 토목공사를 국내에서 사전에 충분히 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었다.
우리는 통상 건물을 그릴 때 지붕부터 그린다. 그러나 실제 건축 공정은 토목공사부터 한다. 지반을 잘 다지고 기초가 튼튼해야 건물을 올릴 수 있다. 마치 잇몸이 튼튼해야 성한 이빨이 흔들리거나 빠지지 않는 것과 같다. 큰 집을 지을수록 토목공사 기간이 길다. 건물의 무게, 토질의 굳기, 지진 등 지각의 상태, 바람의 방향과 세기까지 고려해야 한다. 시작 단계에서 건물이 다 들어섰을 때의 모습을 그리며 사전에 충분히 시뮬레이션해 보아야 한다.
로마는 조직 건축에 관한 한 세계 1위였다. 군대 편제에서부터 행정 기구에 이르기까지 정교한 운영원리를 확보했기에 제국을 세우고 운영할 수 있었다. 이른바 건축용어인 아키텍쳐(Architecture: 양식, 구조, 뼈대)를 잘 짰던 것이다. 우량기업의 장점을 도입해 기준으로 삼는 벤치마킹도 측량용어인 벤치마크(Bench-mark: 수준점)에서 나왔다. 토목공사 -> 골조공사 -> 외장공사 -> 내장공사 -> 조경공사 등으로 이어지는 건축과정은 컴퓨터 프로그램개발자도 응용하기도 한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ling)이라는 최첨단 설계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디자인 이후의 설계 프로세스가 디지털화됨으로써 건축가의 철학과 디자인 역량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간의 조화를 지향하는 ‘생태 건축’ 개념이 자리잡으면서 저 에너지 건축, 그린 건축(Green Architecture), 지속 가능한 건축(sustainable architecture) 등이 이미 시도되고 있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디자인은 상상력을 펼치는 도구이다.
자크 랑시에르가 말했다. ‘나는 무지한 스승이 되고 싶다.” 무지는 무식과 다르다. 모르는 것은 겸허하게 배우면 된다. 무식은 학습태도에 문제가 있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체하고,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기기까지 한다. 무식한 사람은 개념이 없다. 따뜻한 햇빛 아래서도 못 말린다. 무지한 사람은 조용히 배우나, 무식한 사람은 목소리부터 키우며 남에게 이기려고만 한다.
’디자인은 미술의 한 영역’이라는 전 시대적 개념은 사라지고 있다. 이는 시각 디자인, 비쥬얼 아트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의 산물이었다. 이제는 후각과 미각을 필요로 하는 푸드(Food)디자인 학과도 생겨나는 추세다. 인간의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넘어 육감까지도 넘보고 있을 정도이다. 감성 사이언스, 오감 커뮤니케이션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발상의 역동성, 자극의 생동감이 크리에이티브가 되고 있다. 일상의 재발견., 익숙한 것을 미지의 것으로 재발견하여 오감을 새롭게 한다. 소재의 참신함보다는 생활의 틈새에서 인간과 사물간의 관계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숨겨진 암호를 발상해 내는 독창성(Originality)은 디자인의 본질이다. 인간의 상상력은 ‘디자인의 디자인’ 즉 ‘메타(Meta) 디자인’의 에너지원이 된다.
디자인은 느낌표의 감성 커뮤니케이션이다.
디자인 서울! 서울이 변하고 있다. 청계천에서부터 달동네, 입간판에서부터 LED광고판에 이르기까지. 국제디자인연맹(IDA: International Design Alliance)은 2010년도 세계디자인 수도로 서울을 선정했다. 흔히 이야기 하는 3D(DNA, Digital, Design)에서 디자인 분야에서 우리도 인천국제공항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국가 브랜드 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디자인은 “와! 재미있다. 이런 발상을 하다니…” 할 정도로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감동의 씨앗’ ‘기억의 씨앗’을 남기는 것이다. 의문표가 아닌 느낌표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건축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다”라고 하는 것은 사이와 사이가 비어있는 ‘공간(空間’을 조성하여 인간이 숨쉬고 대화를 나누며 여유를 즐기며 마음대로 상상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한옥은 마당, 정원, 사랑방, 안방, 창 등 열려 있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명품 공간은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거스르지 않는다.
학습과 발상의 디자이너가 되어라!
자기주도형 학습
1974년 대학교 1학년 때 정신적으로 방황하던 시절, 룻소의 ‘에밀’을 읽었다. 책의 내용은 다 잊혀져 버렸지만 당시 의문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룻소의 외침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오늘의 현실에서는 이상을 꿈꾸는 몽상가의 자기 독백이 아닌지?
1995년 서태지의 ‘교실이데아’가 나왔을 때 나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처음으로 접하게 되면서 ‘에밀’을 재발견하게 되었 다. “매일 아침 일곱 시 삼십 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에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모리 속에 모두 똑 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널 그리고 우릴 덥석 모두를 먹어 삼킨 이 시꺼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국민학교에서 중학교를 들어가면 고등 학굘 지나 우릴 포장센터로 넘겨. 겉보기 좋은 널 만들기 위해 우릴 대학 이란 포장지로 멋지게 싸버리지. 이제 생각해 봐 ‘대학!’ 본 얼굴은 가린 채 근엄한 척 할 시대가 지나버린 건 좀 더 솔직해 봐. 넌 알 수 있어……”
룻소가 말했다.“교육은 무엇보다 학생이 사회로부터 나쁜 영향을 받는 것을 막아야 한다. 어린이는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배워야 한다. 교육이 어린이의 발달에 적응해야 한다.” 한때 ‘문화 대통령’으로까지 추앙을 받던 서태지는 룻소의 자기주도형 탐구학습 모델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ducation’의 동사형은‘Educe’로서‘타고난 소질을 이끌어 낸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삼십여 년 전 대학교 시절 품었던‘자연으로 돌아가자’라는 화두는 낭만적 이상주의가 아닌 자기발견적 (Heuristic: 학생 스스로가 발견하고 교육자는 이를 도움) 교육방법론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부실한 공교육, 값비싼 사교육’으로 알려졌던 우리의 교육 현장도 이제 많이 달라지고 있다. 현장체험학습은 물론 멀티미디어 교육기법을 학교 교육에 적용하면서 표현력, 발표력은 물론 창의력과 상상력을 쑥쑥 키우고 있다. 한 예를 들자면, 작년 9월부터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어느 언론사가 자체 개발한 PIE(Photo in Education)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 기법은 미국 듀크 대학교 다큐멘터리 연구소가 1991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영상시대에 어울리는 이 기법은 카메라를 직접 조작하고 사진의 숨겨진 이야기를 표현함으로써, 지각과 감성, 연출력과 스토리텔링 역량 개발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장중심형 발상
기업의 현장이란 고객과 만나는 곳이다. 변화를 감지하는 곳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의 학습대상은 고객의 현재요구, 발상의 원천은 고객의 잠재요구이다. 1992년 후반 현금은 바닥나고 1993년 해체 위기의 IBM은 외부로부터 특급구원투수 루 거스너를 영입하였다. 과거 성공의 포로가 되어 있던 IBM을 위기에서 구한 해법은 고객을 찾아 다니며, 고객이 원하는 바를 경청하는 현장경영이었다. 그래서 시작한 신규사업이 비즈니스 컨설팅이었다.
사물은 유한하나, 사물을 바라보는 견해는 무한하다. 작은 차이를 통해서도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A little difference makes a big difference). 일본 야마구치(山口) 현 히카리(光) 시에 있는 우메다(梅田) 병원은 ‘공간을 부드럽게 하는 촉각’의 변화 하나로써 고품격 호텔,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창출하였다. 이 병원은 사인(Sign)류 전체가 백색 면(綿)의 ‘천’을 사용하고 있다. 산부인과와 소아과 전문병원인 만큼, 임산부가 출산 전후에 평온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는 부드러운 공간을 디자인한 것이다. 소아과이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초콜렛을 먹은 손으로 흰색 천을 만져 쉽게 더러워진다고 해도 ‘최고의 청결함’을 유지하여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것이다. 대동소이하나 소이(小異)의 가치는 크다.
백화점 바깥에서 여성고객이 입구에 들어선 직후, 오른편으로 많이 방향을 틀까 아니면 왼편으로 방향을 많이 틀까? 이 사소한 의문표가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었다. 그는 50번 넘게 수모를 당하였지만, 1948년 뉴욕 삭스 백화점 매장 입점에 성공한 에스티 로더(Lauder)이다.. 그는 여성고객의 90%가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다는 사실을 관찰 결과 확인하여 백화점과 상의 끝에 출입구 오른편에 매장을 잡았다고 한다. 대학 교육도 받지 못한 그는 ‘발상의 디자이너’로서의 집요한 노력은 세계일류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 로더’를 일구어 낸 것이다. (‘죽은 CEO의 살아있는 이야기’ 토드 부크훌츠. 김영사)
현장중심형 발상을 통해서 ‘실용지능(Practical Intelligence)’은 길러질 수 있다. 고객을 위한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새로운 활로를 연다. 고객을 위한 발상은 하나의 방향성을 갖는다. 그 방향성은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을 하면서 명확해 진다.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우리의 고객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이런 의문표는 결국 고객의 마음 속에 ‘Love Mark’의 느낌표로 보답을 받는다@만파식적
첫댓글 하하하하하! ‘Love Mark’! 멋진 말이네요!
창원은 갔다가 언제 오시는 겁니까? 하하하하하하! 외로워서 못살겠네요!
3월부터 창원에서 평일은 지내야 합니다.
중소기업을 중강기업으로 키우는 경영컨설팅
센터에 불려갑니다. 가기 전에 살 집도 구해야
하고 준비차 창원에 내려와 있습니다.
하하하하하하! 축하합니다. 부디 대업을 이루소서! 하하하하하!
"명품공간은 자연과 인간을 거스르지 않는다."이공계통에 문외한인 제가 건축디자인이라는 생소한 글을 만났는데도
이렇게 풍요로움을 느끼게 되니 참 유익하고 아름다운 글 감사합니다. 역시 고품격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