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이나 천호사거리 같은 자리에서 개업하여 일하는 이수철 학형을 만나 좋은 생선회를 대접 받으며 소주 반병씩 마시고 기분 좋게 귀가했습니다. 오랜만에 6시간 깨지도 않고 숙면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소주의 마력입니다. 서울의대 입학 동기인 그는 30년이 지났으나 소생보다 더 동안인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습니다. 천호역에 약속보다 너무 일찍 도착하여 나지막한 풍납토성을 둘러보고 풍납시장 골목을 지나서 대로로 나온 천호사거리는 강남역사거리 같이 젊은이들로 붐비는 거리였습니다. 의과대학 졸업 후 소생이 군대에 먼저 갔다가 정신과 전공의를 시작했으니 수련기간이 겹쳤던 1981~1983년 2년간 전공의 24명 사이에 섞여서 바쁘게 지낸 추억이 있는 친구입니다. 환우들을 위한 생각이 같고, 뜻이 비슷했던 진정한 의미의 동료 정신과의사인 친구입니다. 1년 전 <조현병기금>을 모으며 환호했던 카페 회우들을 뒤로한 채 서울을 다시 떠나며 환우들에게 미안해하며 소개드렸던 글입니다.
의과대학 동기동창이며 소생과 가장 비슷하게, 소생과 동일한 수준 이상으로 진료하는 분입니다.
환우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소생보다 훨씬 더 낫습니다.
5년 전에 거제에 근무할 때에도 환우들에게 서울이 집이면 자주 천거했던 원장님입니다.
이번에 9개월간 서울에서 근무하면서도 전화만 한 번 했었네요.
의사의 인생이란 이렇게 각박하게 바쁜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칼럼의 추천의사들이 대부분 소생과 동년배로 30여 년 전 서울대병원 전공의 시절에 알았던 분들이니 환갑 전후의 나이입니다. 자기 분야가 아니거나, 개업한 분들은 이미 정신증 환자들이 별로 없어서 최근 개발된 2세대 항정신병약물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수철 원장님은 전공의 시절부터 소생과 아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진료를 하셨던 분으로 소생이 처방 내는 약은 다 진료실에 비치해 두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유용성이 있는 아빌리파이와 클로자핀, 로나센은 꼭 있어야 했는데 이미 다 갖추고 계셨습니다. 서로 약속을 했던 것도 아닌데 인베가, 로도핀 같은 장점은 없고 비싸기만 한 약이거나 장기주사제는 비치하지 않았던 것까지도 비슷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생은 급하고 바쁘기도 했지만 한두 번 얘기하다가 듣지 않고 미적거리면 호통을 치거나 소생이 먼저 일어나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그러나 이수철 원장님은 온화하고 큰소리도 내지 않으실 것입니다. 특히 소생이 무섭다는 분들에게 더욱 좋은 의사이십니다. 소생이 서울을 또 떠나왔으니 갑작스런 행보에 적잖이 당황하며 거제까지 오신 분들에게 여간 송구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천호동 이수철 원장님이 동년배라 나이가 64세라는 흠이 있지만 너무 좋으신 정신과의사로 평생 바른 생활을 해오신 분이니 소생을 믿으시는 것보다 더 믿으며 찾아가셔도 됩니다. 소생과 나누었던 어떤 얘기를 하셔도 들어주실 것입니다. 소생의 흉을 마음 놓고 보셔도 됩니다. 마지막 복용했던 약을 하루분만 가지고 가셔서 소생과 나누었던 고민과 진단 부분까지도 그대로 얘기하시면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실 것입니다.
우리 카페에 소리도 없이 오셔서 소생의 행보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거제까지 찾아오지 않더라도 소생에게 진료받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줄 수 있는 정신과의사를 특별히 추천해 드렸습니다.
2015.6.26. 새벽 5:15
오랜만에 지난 시절의 회포였고, 동문들의 소식과 그동안 진료실에서 겹쳤던 환우들의 얘기였습니다. 어떤 의도성을 가지고 그를 찾아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35년간 정신과의사로 어느 누구보다 더 큰 은혜를 입으며 잘살았으니 이대로는 환우들이 가여워서라도 죽기 전에 무언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불현듯이 떠올라 제안을 하였습니다.
관포지교 管鮑之交
관중(管仲)과 포숙(鮑叔)은 죽마고우로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습니다. 어려서부터 포숙아는 관중의 범상치 않은 재능을 간파하고 있었으며 관중은 포숙아를 이해하고 불평 한마디 없이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벼슬길에 올라 관중은 공자 규를 섬기게 되었고 포숙아는 규의 아우 소백을 섬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가서 두 공자는 왕위를 둘러싸고 격렬히 대립하게 되어 관중과 포숙아는 본의 아니게 적이 되었습니다. 이 싸움에서의 승자는 소백이었는데 그는 제나라의 새 군주가 되어 환공이라 일컫고 형 규를 죽이고 그 측근이었던 관중도 죽이려 했습니다. 그때 포숙아가 환공에게 진언했습니다.
"관중의 재능은 신보다 몇 갑절 낫습니다. 제나라만 다스리는 것으로 만족하신다면 신으로도 충분합니다만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신다면 관중을 기용하셔야 하옵니다."
환공은 포숙아의 진언을 받아들여 관중을 대부로 중용하고 정사를 맡겼습니다. 재상이 된 관중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마음껏 수완을 발휘해 환공으로 하여금 춘추의 패자로 군림하게 했습니다. 성공한 후 관중은 포숙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습니다.
"내가 젊고 가난했을 때 포숙아와 함께 장사를 하면서 언제나 나는 그보다 더 많은 이득을 취했다. 그러나 포숙은 나에게 욕심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가난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또 몇 번씩 벼슬에 나갔으나 그때마다 쫓겨났다. 그래도 그는 나를 무능하다고 흉보지 않았다. 내게 아직 운이 안 왔다고 생각한 것이다. 싸움터에서 도망쳐 온 적도 있으나 그는 나를 겁쟁이라고 하지 않았다. 나에게 늙은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공자 규가 후계자 싸움에서 패하여 동료 소홀은 싸움에서 죽고 나는 묶이는 치욕을 당했지만 그는 나를 염치없다고 비웃지 않았다. 내가 작은 일에 부끄러워하기 보다 공명을 천하에 알리지 못함을 부끄러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진정으로 알아준 사람을 포숙아다."
우선 후배 1명이라도 모셔오면 최소 4명의 전문의라도 분기마다 함께 모여서 대부분 젊은이인 조현병 환우들을 위해서는 최소 유지용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적극 호소하고, 진료실에서 우리가 해야만 할 일에 대해, 최상의 치료법에 대해 토의해보는 시간을 갖자고 하였습니다. 진료실에서 경험한 어려웠던 사례들을 한 명씩 번갈아가며 발표하고 중지를 모으자고 제의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죽기 전에 젊은 조현병 환우들의 찬란한 청춘을 위해서 정신과의사들의 각성하는 운동으로 만들어 가보자고 하여서 흔쾌히 궁리해 보겠다는 동의를 받았습니다. 소생의 병원에서 모이자면 아무도 안 올지 모르지만 이수철정신과의원에서 첫 모임을 가진다면 의외로 10명 이상이 모일지도 모르겠다고 하며 소생이 웃었습니다. 퇴장을 준비하는 동기들보다는 가급적 10~30년 후배를 적극 동참시켜보자고 하였습니다.
빠르면 분기마다 2째 금요일인 6월10일이나 7월8일 저녁 6시에 첫모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이를 우리 카페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홈페이지에 알리고, 정신과 개원의 협의회에는 이수철 학형이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참으로 기분 좋은 13일의 금요일 밤이었습니다. 1년에 4번 어디에서 근무하든 이수철 선생님 같은 동료를 만나면 소생도 덜 외로울 것입니다. 새벽에 깨여서 이런 생각으로 훈훈한 기분을 맞으며 아내와 함께 화계사까지 북한산 둘레길 숲속으로 나갑니다.
2016.5.14. 토요일 새벽에
첫댓글 선생님 오랜만에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네요
두분을 다 알고 있는 저로서 두분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저까지 맘이 훈훈해지고 행복해지네요
앞으로 소망하는 모든 일들이 잘 이루어 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관포지교를 읽으며 선생님께서 외롭지 않게 이길을 갈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과 선생님의 진료철학을 따르는 의사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선생님께 추천받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의사들이 많아지는 그날을 위해 더욱 힘내시고 건강하시길 기도드립니다
매일 우리 카페에 들어오신다는 이수철 원장님도 소량의 항정신병약을 복용하는 조현병 산모에게서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가 50명은 될 것이라고 하셨고, 기형아 출산은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기분좋은 시간이어서 흡족하고 좋으셨겠어요.연세가 많으심에도 열정적이신 모습에 저도 많이 배웁니다.
건강하시고 두분께서 자주 만나시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꾸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원장님, 목감기는 어떠신지요?
동영상 도 보니 나아지지 않은 듯 합니다,
6주만에 원장님을 뵈오니 얼굴은 반쪽이 되셨고 목소리는 힘겹게 내뱉 는 고통스러워 보였습니다, 쏟아지는 일에 제대로 마음편히 쉬지 못한듯 합니다,
제가 아는 의왕시에 있는 한의원으로 모시겠습니다,
괘념치 마시고 답글 올려주세요,
동산병원은 넓고 깨끗하고 안온한 분위기에 원장님이 계시기에 최적한 곳이라 생각이 듭니다,
다행입니다,~^-^
목소리는 3일만에 곧 회복되었습니다. 염려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일본인들도 있는데 아마 강연장에서 너무 강하게 얘기하지 못하게 하려는 조물주의 섭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말씀만 들어도 훈훈해집니다... 영향력있는 모임으로 계속되어지시기를 기도합니다^^
행복이 묻어나 보입니다.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시간 많이 가지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