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을 던져라/박소명 동화집/푸른사상 을 읽고
오늘은 박소명 작가의 저학년을 위한 동화집 『알밤을 던져라』(푸른사상)을 읽었습니다. 사계절 숲을 테마로 4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마치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서 듣는 이야기 같았어요. 보통 동화의 종결어미로 ‘습니다’, ‘어요’ 등 경어체를 많이 쓰는데 박소명 작가는 ‘어’, ‘단다’ , ‘거야’ 등의 반어체를 택했네요. 일테면 엄마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지요. 이야기에 쏙 빠져서 읽다보니 어느새 다 읽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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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솔숲 이야기, <모롱집 식구들>
요즘 농촌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네요. 혼자 남은 할머니가 딸네와 합치기로 하고 함께 살던 개, 고양이, 토끼, 까치를 뿔뿔이 보냅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돌아오고 말아요. 할머니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그냥 모롱집에서 살란다.” 통보를 하고 할아버지 산소로 갑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생각을 바꾸니 다시 하늘이 푸르네요.” 하고 말해요. 할머니의 마음고생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가네요. 어떤 경우에도 헤어지지 않는 것이 ‘가족’이라는, 그 의미를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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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요정 숲 이야기 <누가 요정을 보았을까>
“여름 한낮 숲은 푸른 물결로 일렁였어.”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대번에 판타지 세계로 독자를 끌어들이네요. 소나무와 물푸레나무가 들여다보고 있는 샘 안에서 일어나는 요정들의 이야기인데, 내용도 그러하지만 아름다운 문장이 읽는 맛을 한층 더해줍니다. 인물묘사도 얼마나 섬세한지, 덕분에 그림 작가가 인물 그리기 매우 편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백년 만에 열리는 요정 회의, 모두는 요정들의 보살핌이 있어서 안전하게 지낸다는 이야기였어요. “숲길을 걸을 때 괜히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온 적 있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햇살처럼 반짝 빛나는 길을 만난 적 있어? 그렇다면 틀림없이 요정이 지나간 길”이라고 말하면서 끝을 맺습니다. 여러 분도 요정의 길을 만난 적 있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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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밤숲 이야기 <알밤을 던져라>
표제작이 되기도 한 작품인데요, 어떤 목표물이든 열매로 맞히기를 좋아하는 톨이는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지요. 하지만 그 친구들이 사나운 고양이로부터 위협을 받게 되자 그가 나서서 구해줍니다 입속에 넣고 있던 알밤을 고양이한테 던져서 말이지요. 친구들과 합세를 해서 알밤을 던질 때는 읽는 저도 덩달아 신이 났습니다. 결국 고양이는 도망을 가고, 톨이는 친구들과 친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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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별숲 이야기 <겨울 손님>
쌍둥이 한 담과 한 울의 이야기입니다. 5분 먼저 태어난 오빠 담이와 동생 울이가 투덕거리며 매일 싸우지요. 오빠라고 부르지도 않아요. 할머니가 ‘손님’이라고 부르는, 눈이 오는 날도 둘은 그랬지요. 밀치고 나둥그러지고. 그러다 어느 소녀를 발견합니다. 손등에 상처가 있고, 추워서 입술이 파랗게 질린, 그 아이를 쌍둥이들은 할머니 몰래 집으로 데리고 들어옵니다. 이들에겐 ‘손님’인 셈이지요. 그리고 이 아이를 숨기기 위해서 쌍둥이는 한마음으로 움직입니다. 약간의 판타지적인 요소를 지닌 듯도 하고, 묘하게 여운이 남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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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명 작가는 동화도 쓰고 동시를 함께 씁니다. 그의 아름다운 시적 문장이 적절하게 가미된 동화는 한층 고급스럽게 읽히네요. 주제 역시 시인의 사유가 더해져 한층 깊어졌고요, 재미와 깨달음을 동시에 안겨주는 품격 있는 동화였습니다.
“인간관계의 보물 창고라 불리는 책 『논어』에서 공자는 ‘자연이 최고의 질서’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관계의 중요함을 자연에서 배우고, 관계를 아름답게 이뤄가는 법도 자연에서 배우라는 것”이라고 “박소명 작가의 동화집 『알밤을 던져라』 또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서로 손잡는 것임을 참으로 쉽고 간결하게 알려 주는 이야기”라고 김병규(동화작가,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장) 선생님께서 추천사를 통해 말씀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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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명 작가는 『광주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가 당선되었고 은하수문학상, 오늘의동시문학상, 황금펜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동시집 『산기차 강기차』, 『빗방울의 더하기』, 『꿀벌 우체부』, 동화책 『흑룡만리』와 그 밖의 『세계를 바꾸는 착한 똥 이야기』, 『세계를 바꾸는 착한 마을 이야기』, 『세계를 바꾸는 착한 식탁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