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픈 원인에 따라 통증 부위도 다르죠"
복통은 병이 있는 장소와 아픈 장소가 잘 일치가 안 된다. 진료를 보러 오신 분들은 특정 부위를 가리키며, 이곳이 아픈데 이 속에 무엇이 있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복통은 병이 있는 장소와 아픈 장소가 잘 일치가 안 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 점이 복통과 다른 곳의 통증이 다른 부분이다.
민영일 원장의 [내과 진료실에서 쓰는 이야기]
예를 들면 충수돌기염(흔히 맹장염이라고 함)에서는 충수돌기가 비록 오른쪽 아랫배에 있어도 처음에 느끼는 통증은 상복부 중앙, 즉 오목가슴이다. 대개는 갑자기 체했다고 표현하며, 배 중앙부분이 갑갑하고 아프다고 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가 하면 쓸개(담낭) 속에 돌이 있어서 발작이 일어나는 담낭염의 경우, 쓸개는 오른쪽 윗배에 있지만 아프기는 충수염과 마찬가지로 배 중앙, 즉 오목가슴이 아프게 된다.
물론 복통도 병이 있는 장소와 아픈 부위가 일치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복막에서 생기는 통증이다. 배 속에는 우리가 수술을 할 때 배를 열면 마지막으로 열게 되는 막인 복막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복막에서 생기는 통증은 마치 피부가 아픈 것처럼 병이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충수돌기염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오목가슴에서 오른쪽 아랫배로 통증 부위가 옮겨지게 되는데, 이것은 이미 충수가 곪아서 충수의 바로 앞에 놓여있는 복막에 염증이 어느 정도 파급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충수돌기염에서 오른쪽 아래배가 아프면 충수돌기염이라는 진단을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만 윗배만 아플 때에는 충수염을 먼저 생각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배가 아프면 자가진단에 의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의사들은 축적된 경험을 통해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의 양상과 정도, 부위 등을 듣고 어떤 병인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료를 보러 병원에 갈 때에는복통이 언제부터, 어느 부위가, 어떻게 아프기 시작했는지, 통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다른 동반 증상은 있는지 등을 기억해 놓았다가 의사에게 세세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아래는 복통이 일어나는 부위에 따라 의심할 수 있는 질환을 나열해 본 것이다.
* 가운데 윗배가 아플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곳에서 가장 빈번하게 통증을 느낀다. 이곳에 통증을 호소하는 가장 흔한 원인들은 기능성 소화불량, 위염 및 위궤양 등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란 피검사나 내시경, 초음파 등의 일반 검사로 원인을 밝혀낼 수 없는 소화불량증을 말하며, 흔히 ‘신경성 위장병’이라고도 불린다.
위염은 말 그대로 위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약물, 스트레스, 음주, 흡연 등이 위염을 일으킬 수 있다. 비슷한 원인으로 인해 위장 점막이 손상되어 가장 표면에 있는 점막층보다 깊이 패이면서 점막근층 이상으로 손상이 진행된 상태를 위궤양이라고 한다. 위염이나 위궤양의 경우에도 속이 쓰리거나 더부룩함을 많이 느낀다. 보통 내시경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오른쪽 윗배가 아플 때
오른쪽 윗배가 아픈 경우 간염 등을 의심할 수 있다. 간염은 바이러스, 알코올, 여러 가지 약물 등에 의해 간세포 및 간 조직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보통 오른쪽 윗배가 무지근하게 아프며, 촉진 시 간 비대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간염이 의심되는 경우 혈액검사 상으로 간 기능을 검사할 수 있다.
* 왼쪽 윗배가 아플 때
왼쪽 윗배에 국한된 통증은 비교적 드문 편이다. 과민성 대장염, 급성 췌장염 등일 때 이곳이 아플 수 있다. 과민성 대장염은 기능성 소화불량증과 비슷하게 심리적 요인,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급성 췌장염은 담석, 음주 등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췌장의 급성 염증성 질환이다. 주로 가운데 윗배가 아픈데, 통증이 심한 경우 왼쪽 윗배까지 아프기도 한다. 통증이 지속적으로 느껴지며 등 뒤로 뻗치는 경향이 있고, 앞으로 몸을 숙이고 무릎을 끌어안고 있으면 덜 아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 오른쪽 아랫배가 아플 때
오른쪽 아랫배 통증의 대표적인 질환은 급성 맹장염으로 불리는 충수돌기염이다. 맹장 끝에 6~9cm 길이로 달린 충수돌기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배 중앙 내지는 윗배에 체한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지다가, 점차 오른쪽 아랫배로 통증이 옮겨진다. 특징적인 것은 오른쪽 아랫배를 눌렀을 때 통증이 발생한다는 것과, 눌렀던 손을 뗄 때 통증이 심해지는 반발통이 생긴다는 점이다. 한편, 신장이나 요관의 결석도 오른쪽 아랫배가 아플 수 있으며, 가임기 여성의 경우 난소 문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 왼쪽 아랫배가 아플 때
좌측 신장 및 요관에 문제가 있거나, 과민성 대장염일 수 있다. 좌측 신장 및 요관 질환의 경우 왼쪽 아랫배가 아프면서 좌측 옆구리, 좌측 넓적다리의 안쪽, 고환 쪽으로 뻗치는 통증이 있을 수 있다. 혈뇨가 나오기도 한다.
출처: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입력 2016.09.0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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