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종
영원은 냉동우주라는 말, 신도 우주도 그 안에서는 움직임 없이 꽁꽁 얼어 멈춰버렸다는 말.
웃는 너, 굴러다니는 네 영원을 통째 끌어다 냉동고로나 써야겠다고,
너는 영원이 되지 못한 것들을 냉동고에 넣어둔다.
익히다 만 곤달걀을, 꼬투리로 남은 사과를, 시들기 직전의 장미를, 심장처럼 웅크린 악어거북 새끼를, 가로수길의 거품커피를, 나비표 유기농영양제를, 곰팡이 앙금으로 만든 두텁떡을.
내친김에 너는 네 불량한 요리사의 비린내 나는 입술도 떼어 넣는다. 희망온도를 극한에다 맞춘다, 웃는다.
윙윙윙 저 소리, 지구의 뒤숭숭한 자전음 같구나. 잠들 수 없네 투덜대는 너.
소리가 멈추는 순간이 온다. 퓨즈가 나간 영혼의 새벽 두 시. 너는 집을 나서 다른 우주를 보러 간다. 언덕을 옮겨 다니며 금단의 행성을 찾아낼 거야,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입 없는 너의 요리사도 가고 있다. 너를 앞서 천천히.
첫댓글 류인서의 '개종'은 그렇다. 황폐화된 이 시대는 개종의 시대인지도 모른다. 몸의 개종, 정신의 개종, 영혼의 개종, 생사의 개종, 그 너머 지구의 개종, 우주의 개종, 그렇다. 류인서의 '개종'은 코로나 이후의 '영원 속에서나 있을 개종'인지도 모른다. - 문이레 시인님이 올려 준 좋은 시를 시락당 읽다.
너무 화려하다. 시를 작시한 시인과 이 시를 소개한 ?께는 뭐하나 무슨 말인지 당췌 윙윙윙 저 소리, 그 투덜대는 나? 내가 당신의 독자인 것을 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