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구씨!
최기종
가거도에 둥구가 사라졌다.
갈참나무 떡갈나무에 얼키설키 붙어서
마알간 수액을 빨아 먹던 둥구가
어느날 뗌마를 타고 사라졌다.
아마 덤프트럭 포크레인 지게차가 들어오고
쉴새없이 남포를 틀어대고 매연을 뿜어대서 그랬을 것이다.
돌분쇄기,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잠도 설치고 꿈도 꿀 수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가거도에 둥구가 사라지면서
손님 온다고 마당 쓸던 일도 없어졌다.
이집저집 드나들며 품을 팔던 일도 없어졌다.
노상에서 코 비어가는 바람만 흉흉하게 불었다.
내륙산 족제비들이 왕노릇을 하고
동개변에서 멸치떼들이 자살을 해댔다.
아마 무주공도 앞다투어 노다지가 들어오면서
등푸른 방어들이 연안까지 침범하면서 그랬을 것이다.
너울이 덥쳐서 등대지기 데려가던 날
둥구가 새옹지마처럼 돌아왔다.
가거도 태생은 죽어서도 못 버린다고
처자식 딸림화음 더불고 돌아왔다.
용신에게 쇠붙이에게 불경죄를 고해하며
발목댕이 꺾고 등일 하겠다고
매연 소음 없는 가거도를 만들겠다고
환경지키미 현수막을 당집에 내걸었다.
가거도에 둥구가 들어오면서
쪽마당마다 아기기저귀 하얗게 날리고
달롱개가 곤드레가 파릇파릇 돋아 났다.
산도 바다도 하늘도 푸르다며
가거도 아이들도 좋아서 꺄르르 웃었다.
물론 갯돌밭 파헤치는 토건회사 막는다고
한켠에서 고리 눈을 부라리기도 했지만
둥구야 이골저골 붕붕 날아다니면 되었다.
첫댓글 미신취급받는 무당인데 여기에서는 정화작용을하네요
옛날에는 자연신과 인간을 중재하는 역할을 했지요. 가거도를 비롯한 섬에서는 아직도 이러한 토속신앙이 자리잡고 있답니다.
도시촌놈이라 둥구가 뭔가....? 애고 죄송합니다. ^^ 애들이 아빠가 혹시 쓰레기를 버리면 지구가 아파요~~~ 합니다. 강을 파헤쳐버리면 우린 정말 많은 것을 잃어버리겠죠 ㅠ.ㅠ
예,.. 둥구는 풍뎅이의 방언입니다.
풍뎅이의 방언이었군요 . 둥구의 뜻을 알고 다시 읽어 보니 너무너무 좋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하얀 기저귀, 파릇파릇 새싹, 푸른 산과 바다... 하늘,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거도로 가고 싶어요.
정말 한번 가보세요. 거기에 별명이 둥구인 가거도 이장이 있어요. 지금은 가거항 들목에서 둥구식당을 하면서 문화해설사로 가거도 출장소에 나가고 있지요.
아, 진짜요?? ^^ 정말 가보고 싶어요. ^---^
여기서도 풍뎅이를 안본지가 한참 됐군요...방어는 병치와 비슷한 물고기 아닌가요...?...좋은 시를 읽고 갑니다...
예, 병치는 아니고 참치와 비슷한 고기종류입니다.
어렵네요. 둥구가 무엇인지 몰랐어요. 글쎄~ 저도 본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뒤집어져서 뱅뱅 도는 모습으 본 것이 언제인지........그립네요
풍뎅이가 빙빙 돌면 바람이 나와서 시원하게 느꼈떤 기억이 나요.
어려서 풍뎅이를 잡던 일 들이 생각나네요.초등학교 시절 여름 방학때 곤충채집할 때 풍뎅이를 잡아 기록하던 일들이 엇그제 와 같네요.
감사합니다. 아련한 추억이지요.
잘 읽고 갑니다.
쪽 마당마다 아기 기저귀 하얗게 날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