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
기능 상실한 다리를
침상에 올리려는 아들
이마를 쿵 찧었다
옆으로 무너지던 눈빛
절망을 끌어내리며
온몸으로 받는 어미
스물여섯 어쩌다
저리 됐을꼬 쯧쯧쯧
이 침상 저 침상에서
쏟아지는 소낙비
외줄에
매달린 재활 모자母子
뒷말에 흠뻑 젖었다
풍선덩굴
- 사랑나무*
바람이 훅 흔든 자리 꽃대 하나 솟았다
길을 여는 일은 언제나 잔잔한 설렘
개체가 늘어날수록 근심도 깊어졌다
불룩한 기쁨 모아 안으로 똬리 틀며
햇살 향해 불러보는 곡진한 사랑 노래
심장을 관통한 화살만
빈 허공에 박혔다
* 꼬리 모양의 불룩한 열매에 하트 모양 씨앗이 박혀 있어 사라나무라 불리기도 한다
소건막류
아리던 발가락이 졸지에 널브러졌다
뒤 끝 작열하는 하이힐의 뾰족한 눈
애매한 새끼발가락에 화풀이 시작이다
꽁꽁 동여매다 느슨히 풀어버릴 땐
신중한 갈아 신기 적응과 관심 필수
갱년기 위아래 없이 무너진 몸도 문제
더 돋보이려 발돋움한 시간의 암묵 속
꼿꼿 치세운 자존심도 수평으로 버렸다
거리엔 욱여넣은 발들 무심히 활보한다
눈 맞았다
시속 310킬로보다
잘 달리는 쉰 줄 나이
그 가시나 핑계로 탄 부전행 케이티엑스
터널에 갇히고 갇히다 놓친 풍경 아쉬워
에라 몰라
창문에 우로 머리 기댔다
일곱 칸 너머 좌로 머리 눕힌 한 남자
좌석과 창문 틈 사이
좁은 공간 쨍한 혼절
화들짝 거둔 눈빛 빼꼼히 건너다본
거꾸로 가는 남자와 똑바로 가는 여자
철로 위
순, 역방향의
그 야릇한 눈 맞음
-《시조시학》 2023, 봄호
카페 게시글
시조 작품
소낙비/ 풍선덩굴/ 소건막류/ 눈 맞았다/ 심인자 시인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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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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