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ta Rica, San Jose
Florida주의 Fort Lauderdale-Hollywood International Airport. 여행객들이 붐빈다. 두꺼운 겨울 파커를 입은 사람, 반팔티에 반바지차림의 승객, 계절 불문의 옷차림에 인종불문의 인간시장이다. 이 공항은 승객들이 북적이는 환승공항이기도하다. 추운지방과 열대지방의 승객들이 공존한다. 2023년 1월 9일 오전 10시경 나와 아내는 시카고에서 이곳에 도착하여 코스타리카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후 1시 코스타리카의 수도 San Jose의 Juan Santamaria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하였다. 공항을 빠져나오니 가이드가 반긴다. 그 후 인디아나주에서 오신 팔순의 노부부와 합류하여 2커플의 부부와 가이드 1명, 5인이 5박 6일의 여행을 함께한다.
코스타리카는 Costa는 해변, Rica는 부유한 이라는 뜻으로 ‘풍요로운 해변’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이며 혹은 ‘아름다운 해변’이라고도 한다. 스페인인들이 대서양 쪽으로 이곳에 도착했을 때 원주민들이 금으로 만든 장신구를 하고 있었다하여 명명되었다.
이 국가는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한반도의 약 1/4정도의 면적에 500만의 인구와 100만의 유동인구(여행객 등)를 가진, 1인당 GDP 약 $15,000의 OECD가입국가이다. 국가수입의 약 20%정도가 관광수입이다. 또한 영세중립국으로 군대가 없으며 경찰력이 막강하여 치안상태는 매우 양호한 편이다. 현재 우리 교민은 450명 정도이다.
오후에 산호세 도심을 둘러보았다. 오늘 오전 5시 항공편에 시간을 맞추려 거의 잠을 못 잔 상태에서 오늘은 푹 쉬기로 하고 일찍 숙소(Hotel Sheraton)에 들었다. 산호세는 시카고와 시차가 없다.
10일 아침 일찍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약 200Km거리의 아레날(Arenal)화산으로 향한다. 이 화산은 지금도 연기를 뿜어내는 활화산으로 1968년 폭발하여 북쪽의 마을 덮쳐 33명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한다. 약 3부능선까지 등산이 가능하다. 화산주변은 1976년 수력발전소의 건설로 댐이 완공되어 호수(저수지)가 되었다.
오늘 숙소는 Los Lagos Hotel. 아레날 화산자락의 전망 좋은 방갈로식호텔로 아름다운 조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위의 위치한 92개의 객실과 호텔로비는 수시로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호텔캠퍼스내의 야외온천은 밤늦게 까지 이용할 수 있다. 저녁 식사 후 온천욕을 하니 그동안의 피로가 풀린다.
11일. 국토의 대부분을 열대우림이 차지하고 있는 이 나라의 1월의 날씨는 자주 소나기성 비가오고 기온은 우리나라 가을과 같다. 아침에는 쌀쌀하고 오후에는 덥게 느껴진다.
열대우림으로 들어가 3.2km의 밀림트래킹이 있었다. 이곳은 'Mistico Arenal Hanging Bridge Park'으로 Hanging Bridge 6개를 통과한다. 와이어로 엮어 만든 출렁다리가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흔들려 조심스럽게 건넌다. 자연그대로의 밀림을 보존하여 생생한 초록빛의 나무들과 동물들의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었다. 수량이 풍부한 폭포들의 물줄기가 시원해 보였다.
오후엔 Tabacon Thermal Resort로 이동하여 온천욕을 하였다. 이 리조트는 온천을 테마로 조경되었으며 수십 개의 화산온천이 자연과 잘 조화되어 설계되어 있다. 이번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생각되며 많은 온천을 가 보았지만 이렇게 대자연 밀림 속에 화산으로 데워진 온수를 사용하는 온천을 경험한 적이 없다. 온천욕 후 리조트 내에서의 저녁식사도 일품이었다. 먼저 세비체(문어와 새우등으로 만든 차갑고 맑은 스프)로 입맛을 돋우고 안심스테이크가 뒤를 이었다. 이 리조트는 유태인 자본으로 조성되었다고 하며 코스테리카정부에서 외국자본유치를 위해 100년 동안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해 주었다고 한다.
12일. 오전에 방문한 ‘Lapaz Waterfall Gardens’은 온갖 동식물들을 자연 상태에서 보존하였다. 조류, 나비 등 자유롭게 날 수 있게 공간을 마련하였고, 뱀, 원숭이, 재규어등도 볼 수 있었다. 사탕수수줄기를 직접 짜낸 원액을 시음하였는데 약 길이2m, 직경5cm의 줄기에서 1/2 gallon 정도의 많은 양의 원액이 흘러나왔다. 단 맛 이외의 약간 다른 향이 느껴졌다.
오후엔 1970년 조성된 스타벅스 커피농장 ‘ALASIA’를 방문하였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세계 여러나라에서 수입하여 사용하는데, 오직 이곳 한곳에 커피 농장을 만들어 커피연구를 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다. 커피를 주문하여 맛을 보았다. 별로 다른 점은 느끼지 못했다.
커피는 코스타리카 어디를 가도 Cafe Britt(브릿커피)가 대세이다. 심지어 기념품 판매점에서도 무료커피가 제공되며 판매도 하고 있다. 식당에서도 식후에 테이블에서 전통장비로 이 커피를 내려주기도 한다. 커피는 이 나라의 주요 수출품으로 커피수입은 상당히 제한적이며 우리나라의 믹스커피도 수입이 안 된다고 한다. ‘사람은 죽어서 천국에 가기를 원하고 커피마니아는 죽어서 코스타리카에 가기를 원한다.’는 말이 있다. 커피가격은 공항이 제일 저렴하다고 가이드는 귀띔한다.
13일. 바다로 나갔다. 태평양이다. 코스타리카는 태평양에서 250km정도면 대서양에 닿을 수 있을 만큼 국토의 폭이 좁다. 서쪽은 태평양에 동쪽은 대서양에 접해 있다. 오후의 햇볕은 따갑다. 파도가 약간 일고 있었으며 서핑 족 들도 눈에 띄었다.
오후엔 하꼬비치로 이동하였다. 보트로 Jungle Crocodile Safari투어를 하였다. 이 늪은 악어의 서식지이며 희귀종식물과 나무들, 새들의 보금자리이다. 악어는 가끔 눈에 띄었고 나이가 70살이라는 길이가 3-4m에 이르는 것도 보였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보트 안에도 비가 들이친다. 늪은 가스가 차기 시작한다. 가스 낀 강위에 보트는 낭만적이다. 다시 바다로 이동하였다.
Herradura해변의 석양 모습은 우리나라의 옛 대천해수욕장을 떠올린다. 지는해, 바닷가, 음식점, 거리, 모래사장, 수영복차림으로 걷는 사람들, 모래사장위의 테이블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등. 오늘의 숙소 산호세로 돌아왔다.
14일 시카고로 돌아가는 날이다. 2개의 대양과 화산, 밀림, 온천, 늪 그리고 뜨거운 태양을 가진 커피와 축구의 나라 코스타리카의 5박 6일 여행길이 오늘로 끝난다. 플로리다행 항공기는 오후 1시 26분. 오전 10시 호텔을 나섰다. 공항에 도착하여 가이드와 헤어져 공항 안으로 들어오니 우리가 타야 할 비행기는 2시간이 연착되어 있었다. 다행이 플로리다에서 시카고 행 항공은 오후 8시 40분으로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오후 3시 30분, 탑승이 시작된다. 모두 기내에 올랐고 비행기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시 멈추었고 방송이 시작되었다. 돌풍으로 인해 이륙이 지연된다는 내용. 몇 번의 방송이 있었고 결국 7시가 넘어 비행기는 이륙하였다. 다시 3시간을 기내에서 대기하였으며 꼬박 9시간을 이 공항에서 체류한 셈이다. 플로리다에서 시카고 행 비행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오늘 시카고에 갈 수 있을까, 여러 근심들을 머리에 이고 몸은 피로한 채 비행기는 오후 10시 30분경 플로리다공항에 착륙하였다. 짐 찾고 나오니 밤 11시가 넘었다.
항공사 데스크를 찾으니 승객들의 줄이 길다. 거의 또 한 시간을 기다린다. 지난 11일 미국 전역의 항공기 이착륙을 중단시킨 항공 대란이 이러했을까. 항공사 직원은 오늘 시카고 행 항공기는 이미 이륙하였다고 내일 오후 2시 시카고 행 티켓을 발부해 주었다. 공항 근처 호텔의 전화번호를 받아들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아직 우리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공항 내는 엉망이다. 각자 목적지가 다른 승객들은 의자에서 졸기도, 바닥에 눕기도 하며 탑승할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소리 지르거나 항공사를 상대로 항의하는 사람들은 없다. 대체로 조용하다.
공항 밖으로 나와 보니 웬 차가 한 대 기다리고 있다. 지금 호텔로 갈 수 있는가 물으니 갈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Uber Taxi인데 손님 태우러 왔다가 바람 맞은 듯하다. 천만다행이다. 짐을 싣고 차에 올랐다. 고마운 기사는 우리를 호텔로 데려다 주었다.
호텔에 도착한 시각이 새벽 2시. 호텔 직원은 말한다. 지금은 빈방이 없고 오전 3시에 들어 올 손님이 있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 그때까지 기다려보고 안 오면 방을 줄 수 있다고. 아! 죽으란 이야기인가, 죽지 말란 이야기 인가. 기다리자! 기다리자!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 먹었으니 요기할게 좀 있느냐 물으니 직원은 주방으로 가더니 바바나 2개와 머핀2개를 가져왔다. 고맙다고 연신 대답한다. 아내는 바나나를 먹지 않는데 그렇게 맛있는 바나나를 먹어 본 적이 없다고 푸념한다. 로비에서 극한의 피로를 간직한 채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 후 직원이 부르며 방 키를 내준다. 죽으란 법은 없네.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다시 Fort Lauderdale-Hollywood International Airport로 그리고 시카고행 항공기에 올랐다. 서두에 언급한 바로 플로리다의 이 래더데일공항은 오랫동안 나의 머릿속에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