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의 뒷이야기/ 김웅열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하늘호수♡마리아]

◼ 루카 15,1-3.11ㄴ-32

 

+ 찬미 예수님

주님의 이름으로 평화를 빕니다

 

오늘은 참으로 긴 비유의 복음이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읽거나 묵상하면 한 사건이 기억나는데, 제가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제로 살면서 기쁜 일도 있고 가슴 아픈 일도 있는데,

가슴 아픈 일 가운데서 아마 적어도 다섯 번째 안으로 들어갈 정도로 아주 괴로운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제가 어느 본당에 있을 때 교우라고 밝힌 어떤 아가씨의 전화 한 통화를 받았습니다.

본인 이야기하기를 16살에 가출해서 10년 동안 술집, 다방을 전전하며 다니던 중,

고향 청년과 혼담이 오고 가고 결혼이 성사되게 이르렀다고 합니다.

물론 집에서는 서울로 간 딸이 좋은 회사에 다니는 줄 알았고,

동네 사람들도 그 아가씨가 번듯한 직장생활을 하는 줄 알았겠지요.

그러니깐 중매를 누군가 했을 겁니다.

직장에 착실히 다니는 줄로 아는 상대편 남자에게 내가 다방에 있던 여자며,

몸 팔았고 술집에 들락거렸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못 하지요. 자신의 과거를 밝힐 수는 없고.

또 그걸 속이고 결혼도 심각하게 생각해 봤지만, 분명히 언젠가는 본인의 어두운 과거가 밝혀질 것이고,

그 파장은 도저히 감당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죄스러운 과거를 영원히 숨긴 채 남편을 기만하는 결혼 생활이 행복한 것일까,

이 아가씨는 고민하다 자살을 결심하게 됐고, 어릴 때 다녔던 성당이 생각이 나서,

죽기 전에 아무 신부님에게나 털어놓고 싶어서 전화를 드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신부님, 저를 말릴 생각하지 마세요.

물론 저도 자살하고 죽은 사람은 천국에 못 간다는 것을 교리를 배워 압니다.

그래도 신부님, 기도 한 번만 해주십시오.’

저는 그 아가씨에게 전화 끊지 말라고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는 다 해 봤지만,

아가씨는 냉랭하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우연히 지방 신문을 읽게 됐는데, ‘결혼 비관 자살’이라는 제목으로 자살하게 된 내용이 실려 있었고,

그 내용을 보니 전화를 걸었던 그 아가씨가 100% 맞았습니다.

저는 그 이후 너무 괴로워서 이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못 했습니다.

사제로서 죽음을 말리지 못했다고 하는 한계를 느꼈죠.

그러면서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죄의식, 죄책감이 그토록 한 영혼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을 깊이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죄책감에서 해방하지 못하면, 파멸하게 됩니다.

 

자, 여러분들 오늘 복음으로 돌아가 묵상해봅시다.

오늘 복음인 ‘돌아온 탕자’는 2천 년 동안 많은 영성학자와 문학가들의 잉크를 흘리게 했던

복음 중의 복음이고 설교가들의 단골 주제가 되어 세계 곳곳에서 설교 되었던 이야기로,

긴 분량만큼이나 일주일 동안 여러 가지 테마로 피정을 시킬 수 있는 방대한 내용입니다.

너무나 보물이 많이 묻혀 있어서 묵상의 범위가 너무나 넓습니다.

아버지의 관점에서, 돌아온 아들의 관점에서, 또 돌아온 동생을 뒤에서 못마땅해하는 큰아들의 관점에서,

심지어는 작은아들이 돌아와서 억울하게 죽은 살진 송아지의 입장에서도 우리는 묵상할 수 있지만,

오늘은 조금 더 색다른 방향에서 묵상하고자 합니다.

 

‘과연 돌아온 아들은 죽을 때까지 영원히 평화로울 수 있었을까?’

돌아온 아들을 계속해서 괴롭혔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수많은 영성 신학자들이 돌아온 아들의 비유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돌아온 아들 그 이후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영성적으로 풀이한 것은 못 봤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그 자살한 아가씨의 죄책감 때문에

돌아온 아들 그 이후의 모습까지도 함께 묵상하게 된 것입니다.

 

자. 돌아온 작은 아들을 아버지가 기쁘게 맞이합니다.

하인들에게 가락지와 옷과 신발을 신겨주라고 하지요?

옷은 무엇을 뜻합니까? 명예를 뜻합니다.

가락지는 권력을 뜻합니다. 신발은 자유를 뜻합니다. 그

리고 살진 송아지를 잡으라고 합니다.

‘우리 즐거워하자, 잃어버렸던 아들을 내가 찾았다.’

그때 일하고 돌아온 큰아들은 잔치하는 소리를 듣고 하인에게 왜 난리냐 물으니,

동생분이 아무 탈 없이 돌아와서 아버지가 잔치를 베풀고 있는 것이라 하죠.

그랬더니 큰아들은 못마땅해서 투덜거리는 장면이 나오지요?

아버지가 큰아들을 달랩니다.

‘얘야, 죽었던 네 동생이 살아 돌아왔고 내 것이 다 네 것인데 왜 그러니, 받아들여라.’

하는 것으로 오늘 복음은 끝납니다.

 

조금 전에 얘기해드렸듯이 나는 그 뒤에 있을 일을 생각해봤습니다.

탕자가 돌아왔습니다. 즐거운 일이고 축하할 경사가 분명합니다.

그러나 감격과 축제의 순간은 지나가고, 작은아들에게는 실재적인 현실이 다가옵니다.

비록 아버지 집으로 왔지만, 이 작은아들을 머리부터 발가락까지 감싸고 있는 어두움의 정체는 무엇인가?

열등감이었습니다. 정신적인 열등감, 다른 말로 죄책감이었던 것입니다.

아버지의 재산, 원래 재산은 죽고 난 다음에 물려주는 것이지만 복음을 보면

살아있는 아버지를 죽은 아버지처럼 대하면서 자기 재산 내놓으라 하고 재산 가지고 나갑니다.

그리고 흥청망청 쓰다 거지가 되지요.

 

과거에 저질렀던 죄와 허물에 대한 자신 양심의 고발이 끊임없이 작은아들을 괴롭혔던 것입니다.

또 가끔 돈으로 수많은 여자를 만났던 육의 생활의 향수가 그를 분명히 유혹했을 것입니다.

또, 오랜만에 찾아온 집안의 분위기도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 제일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은 형님의 차가운 눈초리였을 것입니다.

한 번도 형님은 자기를 따뜻하게 바라봐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도 뭐라 했겠습니까?

‘어휴 저 개망나니 몇 달 못 견딜 거야, 아버지 재산 훔쳐서 다시 도망갈 거야’ 하면서 수군거리고

손가락질하는 그 모든 시선이 둘째 아들은 견디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탕자의 문제만이 아니고, 오늘날 우리 각자의 문제입니다.

이 둘째 아들은, 이제부터 이야기하는 세 가지를 극복하지 못했으면 분명히 다시 나갔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극복했다면, 모든 것이 잘 되어 형과도 잘 사이 좋게 되고

‘쟤 사람 완전히 달라졌네, 새사람 됐네’ 하는 소리 들으면서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았을 것입니다.

 

몇 가지를 해결하지 못하면 나간다 했습니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작은아들은 과거에 대한 열등감, 죄책감에 해방되지 못하면 분명히 기어나갑니다.

작은아들만이 아니라 우리도 과거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괴롭힘을 당할 때가 많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배반했던 죄, 왜 없겠습니까,

사람마다 허망하고 방탕하고 교만하고 방자했던 죄와 허물 때문에 괴로워하고 불안에 떠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낙태시킨 죄에 대한 것, 얼마나 큰 죄책감입니까?

고백성사로 내 가슴에 꽂힌 큰 대못을 뽑아냈어도 구멍은 크게 남아있습니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 저는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저는 감히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할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합니다.

아버지의 집에 들어갔으면서도 끊임없이 정신적인 열등감은 둘째 아들을 괴롭혔을 것입니다.

 

이런 정신적인 열등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 입니다.

‘하느님은 나를 사랑하신다.’라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내가 아무리 죄의 구덩이에 빠져 있었다 하더라도 아버지께 청하면,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하느님의 사랑을 믿어야만 영적 열등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믿는 것이 바로 회개를 뜻합니다.

영적 열등감인 죄의식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시기 위하여 예수님께서는 우리 교회에 고해성사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아시다시피 개신교에서는 죄 사함에 대한 보증을 못 받습니다.

개신교 신자들은 죄를 지으면 골방에 들어가서 회개합니다. 실컷 울면서 하느님께 지은 죄의 용서를 청합니다.

그때 당시에는 죄 사함을 받은 것처럼 분명히 느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보증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천주교는 예수님께서 세우신 고해성사로

고백소 안에 예수님이 계시고 예수님을 대신하여 사제의 입으로 죄 사함을 받았다는 보증서를 받습니다.

감각적으로 우리 귀에 들려옵니다.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감사해야 합니다.

 

그래서 둘째 아들이 영적 열등감, 죄의식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하면

분명히 아버지 집에서 살래야 살 재간이 없었을 텐데,

열등감으로부터 해방되는 방법은 ‘하느님은 나를 사랑하신다.’라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형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동네 사람들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여도,

아버지는 나를 100% 믿지 못하여도 하느님은 나를 사랑하고 계신다는 하느님의 사랑을 믿을 때,

영적 열등감은 사라집니다. 머무르게 됩니다.

 

두 번째로 둘째 아들이 견뎌야 할 것은 육에 속했던 옛 생활의 유혹입니다.

알코올 중독자들, 노름꾼들, 호색가들은 그 생활에서 벗어나가 쉽지 않습니다.

둘째 아들도 인간이기에 무언가 답답할 때면 방탕했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세상 것을 우상 숭배하면서 살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세속, 육신, 마귀, 이 삼구의 싸움에서 승리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처절한 몸부림은 숨이 끊어질 때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루카 복음 4장 13절에 예수님을 광야에서 세 번이나 유혹하고 진 사탄은 떠나가면서

다음 기회를 노리고 떠나갔다고 합니다.

사탄은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아들한테도 유혹하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래서 겟세마니에서 ‘이 잔을 거둬달라’는 유혹을 받으셨고,

십자가에 못 박혀서도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하는 사탄의 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하신 겁니다.

‘하느님이 어딨니, 아버지가 어딨니? 아버지가 널 이렇게 힘들게 하겠니? 너 버림받은 놈이야,’

예수님은 그 순간에 정말 버림받음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육에 속했던 옛 생활을 깨끗이 청산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둘째 아들은 자기 몸뚱아리를 이기지 못하면 아버지 집을 분명히 나갑니다.

 

세 번째로 형의 싸늘한 시선, 동네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디지 못하면 분명히 나가게 됩니다.

물론 돌아온 동생을 뜨겁게 환영하지 못하는 형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형이 다 틀렸다고 단죄해서도 안 됩니다.

형이 싸늘하게 대한다 해도 꾸준히 인내를 갖고 형에게 더 잘하면 형은 변합니다.

형이 변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본인이 잡으면 안 됩니다.

1년이든 2년이든 몇 년이 지날 때까지 형한테 잘하고 동네 사람들한테 잘하면, 형도 동네 사람도 바뀔 것입니다.

주님을 만나러 나왔던 키 작은 자캐오는 군중들 때문에 예수님께 가까이 가지 못했죠.

그리고 예수님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성경 어디에도 예수님을 만나러 왔던 자캐오가 군중을 원망하거나 키 큰 사람을 원망하는 얘기는 없습니다.

그는 앞에 달려 나가서 무화과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환경을 원망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하느님 앞에 나아가면 됩니다.

얼마나 긴 시간 동안 내가 손가락질을 당하고,

큰형이 나에게 싸늘한 시선을 준다 해도 끝까지 버티면 달라질 것입니다.

 

간단히 세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돌아온 탕자 그 이후의 삶은 어땠을까?

지금 이 이야기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고백소에 찾아와 눈물 콧물 흘리면서 성사를 보고 회개한 후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이 세 가지 유혹에 분명히 시달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는 우리의 상처로 남아있기 때문에, 마귀들은 이 상처를 갖고 우리를 지배하려고 합니다.

영적 열등감은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못 보게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옛날에 방탕했던 향락의 삶으로 되돌아가게 자꾸 유혹합니다.

또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 때문에, ‘에이 더러워서 못 살겠다, 착하게 살려고 해도 믿는 놈이 하나도 없네.’

하면서 같이 싸우고 같이 성질부린다면 그 동네에서 못 견딥니다.

비록 지나가다 돌멩이가 날아오고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끝까지 열심히 근면하게 산다면

그들의 싸늘한 시선은 따뜻한 마음, 인정하는 마음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아버지의 입장이 되어

내 주변의 죄지은 사람을 끌어안고 옷을 입혀 주고 가락지 끼워주고 신발을 신겨주는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또 작은아들처럼 ‘그래, 내가 아버지의 집에 가서 종 중의 종으로 살더라도 아버지 집을 찾아가자.’ 할 때도 있습니다.

 

옷이 누더기가 돼서 한 걸음 한 걸음 아버지 집을 향하는 발걸음은 분명 가볍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둘째 아들이 집을 떠난 다음 날부터 옥상에 올라가서 아들이 오길 기다렸습니다.

새카만 점이 어느 날 보이는데 아버지는 본능적으로 내 새끼임을 알고 신발도 안 신고 뛰어나갔던 것입니다.

둘째 아들을 끌어안고 ‘잃어버렸던 내 아들을 내가 찾았구나’ 하느님의 마음은 바로 이런 마음입니다.

죄인인 우리들이 고백소에 들어가기 쉽습니까?

천근만근의 무게로 발걸음이 무거울 것입니다.

하지만 아버지 집을 향한 둘째 아들을 아버지는 둘째 아들이 걸어오는 것보다도

훨씬 빠르게 달려와서 아들을 끌어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오늘 복음은 하느님의 사랑을 아름답게 이야기해주고 있지요.

 

돌아온 아들이 지금까지 이야기한 세 가지 영적인 열등감을 극복하는 게 뭐라고요?

첫째, 하느님은 나를 사랑하고 계심을 믿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육에 속했던 옛 생활의 유혹이 올 때마다 우리는 기도로서 물리쳐야 합니다.

세 번째로 주변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을 우리는 견딜 수 있는 담대한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인정받아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도 아버지의 집을 떠납니다.

교우들끼리 서로 주고받은 상처 왜 없겠습니까?

성직자 수도자들에게 받은 상처 왜 없겠습니까?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은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돌아온 탕자가 아니라, 기쁘게 사는 둘째 아들로 살아가도록 우리 노력합시다.

아멘

 

♣2022년 사순 제4주일 (3/27) 김웅열(느티나무)신부님 강론

 http://cafe.daum.net/thomas0714 (주님의 느티나무에서)

  

[요셉-막내165]

김웅열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
강론 말씀 한줄 한줄 새기며
돌아온 탕자가 아니라, 기쁘게 사는 둘째 아들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멘. 신부님 사랑합니다.

[발아래]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