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과 노란 조끼 시위 식탁 위 토론 일상인 프랑스

[유담]

학교 폭력과 노란 조끼 시위 식탁 위 토론 일상인 프랑스

이달의 주제

이 나라 청소년의 핫이슈

프랑스에 대한 여러 수식어 중 하나는 시위와 파업의 나라일 것이다. 시민혁명으로 왕을 끌어내린 나라라 그런지, 여러 주제로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운동이 활발하다. 매일 매일 도로에 나선 행렬을 보면, 시위가 하나의 문화로 녹아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가정의 식사 시간에도 파업이나 시민운동, 그와 관련한 주요 사회·정치 문제로 대화를 나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큰 프랑스 시민은 이렇게 길러진다.

10명 중 1명이 학교폭력 피해자

“엄마, 노에미에게 우리와 친구하자고 했어. 따돌림을 받는 것 같았거든.”

얼마 전 딸아이가 한 이야기다. 사정을 들어보니, 딸의 반에 노에미라는 여학생이 있는데 선생님께 잘 다가간다는 이유로 다른 친구들에겐 외면당했단다. 노에미가 근처에 오면 수군거리면서 사라지거나, 대화를 하지 않는 것.

이 같은 학교폭력은 프랑스 학교에서 빈번하다. 학생 10명 중 1명은 학교폭력 피해자로 추산될 정도라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저학년생에서 가장 심하며, 고등학교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공부하는 계열이 분리되고, 관심사가 비슷한 학생끼리 어울리며, 자신의 미래에 관심을 두면서 다른 학생과의 갈등이 줄어든다는 분석.

가해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공부를 잘하거나 못해서, 착해서 혹은 소심해서 등 성적이나 성격은 물론 부모님의 직업, 출신 국가 등등까지 셀 수 없다.

이웃 동네의 프랑스 여학생 바네사는 유치원 시절 따돌림을 당했는데, 그 이유가 ‘여자아이인데 머리가 짧았서’였단다. 밝은 친구라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웃어넘겼지만, 바네사와 같은 사례는 드물고 대다수 피해 학생은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다. 특히 최근에는 언어폭력 등 정신적인 가해가 많은데, 처벌이 쉽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때문에 프랑스 교육부는 2018년 9월 11일을 학교폭력 금지의 날로 지정,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웠다.

다시 딸의 얘기로 돌아가자면,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노에미에게 손을 내민 것은 학교폭력 예방 수업을 듣고 나서다. 학년초 학교폭력 관련 캠페인 동영상을 보고 반 전체가 토론했고 교사는 피해자를 보면 지나치지 말고, 가해자를 고발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단다. 그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실제 아이는 달라졌다. 동영상을 보며 피해자의 마음을 알게 됐단다. 한 편의 동영상, 그리고 수업이 ‘방관하지 말고 행동하라’는 시민의식을 심어준 셈이다.

시위 참여 활발한 고등학생

시민운동이 활발한 나라인 만큼 청소년들의 정치적 발언이나 활동도 활발하다. 시위에 참여하거나 발언하는 고등학생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단, 중학생의 참여는 별로 권장하지 않는다. 사회 문제의 배경을 이해해 입장을 갖기엔 어린 나이라는 인식에서다. 하지만 관련 대화는 활발하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0월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 유류세 인상 반대에서 출발해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들을 반박하고,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인데 중학생은 주로 “아빠는 찬성인데, 엄마는 시위 이유는 이해하지만 운동은 반대하셔” “부모님 모두 찬성하시지만 토요일 시위대 때문에 차가 막히는 건 불평하셔” 등 부모의 의견을 주고받는다.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버그의 기후변화 대응 촉구 평화 시위도 학생들이 주목하는 이슈다. 툰버그의 파리 방문에 발맞춰 프랑스 유명 유튜버 65명이 <On est pre∧t(우리는 준비됐다)>라는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하면서 학생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다. 30일 동안 매일 지구 환경을 개선할 활동, 예를 들면 추울 때 난방 대신 두꺼운 옷 입기, 과포장 상품 불매 등을 하자는 내용인데, 생활방식을 바꿔 환경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연예인만큼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유튜버와 또래 소녀의 목소리, 당장 본인이 살아갈 미래에 위협이 되는 환경문제라는 점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가 됐다.

부쩍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는 딸아이와 한국과 프랑스의 시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부 노란 조끼 시위자의 폭력성이 평화적 시위를 중시하는 한국과 대조됐기 때문. 두 나라 문화의 차이를 알려주려 애쓰면서, 프랑스의 ‘시민’은 부모의 부단한 노력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요즘처럼 사회 이슈가 넘쳐나는 시대에 아이들은 이슈 자체에 휩쓸리기 쉽다. 그래서 프랑스 부모들은 뉴스를 보면 TV를 끄고 대화를 시작한다. 아이의 견해를 묻거나, 부모 자신의 입장을 말하고, 이해 못한 용어도 설명해준다. 가족 간 의견이 다르면 찬성과 반대를 오가는 토론이 벌어진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을 한 번 더 정리하는 것을 배운다. 이슈를 한발 물러서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법을 익히고, 의견 교환을 반복하며느 어느새 능동적인 시민이 된다.

딸아이가 학교에서 학교폭력에 관한 동영상 수업을 듣고 정리한 노트.

프랑스는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다. 2018년 프랑스 교육부의 학교폭력 반대 포스터 공모전에서 수상한 고등학생 작품.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버그의 파리 방문에 맞춰 프랑스의 인기 유튜버 65명이 공동 제작·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캠페인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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