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주신글]
오빠 한번 믿어봐!
청담동에 있는 5층 건물은 저 세상으로 떠난 남편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며, 뻐기고 다니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자랑할 것은 돈 밖에 없다며, 금붙이로 치렁치렁 치장한 이 여인의 성은 송 씨, 별명은 공주.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불렀다.
할아버지께서 ‘너는 전생에 송나라 공주였느니라.’ 하신 말씀을 듣고 자랐다. 그래서 의례히 공주 대접 해 주기를 바라며 공주 짓만 했다.
치맛바람이 시들해진 청담동 아줌마들이 계를 조직했는데
곗돈 타는 사람은 저녁 식사며 2차로 노래방 까지 책임을 진다.
말죽거리 아줌마가 무료했던지 중국여행이 어때?
집에 남편을 놔두고 가면 바람 날 것이 뻔해, 부부동반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금도 피임약을 먹는다고 웃기고 다니는 50대 압구정동 아줌마가, 송가네 과수댁을 힐끗 쳐다보더니 오빠도 무방하지 않겠어?
그러자 강남 아줌마가, 진리는 옆에 놔두고 어디서 찾아? 당신 건물에서 부동산을 하는 늦 총각 김 사장 있쟌아!
전에는 거간꾼이라고 했는데, 말로 먹고 사는 부동산은 뭔가 달랐다.
이놈 거동 좀 보소.
영감님! 병아리 한 쌍을 가르면, 계란을 낳아 한 달에 30알, 1년에 360알이 됩니다.
계란을 염소와 바꾸자면 누구나 쌩큐지요.
염소를 송아지와 바꾸면, 송아지는 암소로 자라 새끼를 납니다.
영감님! 돈은 어디에 숨겨두고 계세요?
일행이 중국 관광에 나섰는데
천안문 보초병에게
짱깨야! 네놈 생김새가 꼭 돼지 같구나! 그리고 웃으면서 하이! 하우 와 유!
그러자 쌩큐 써!
만리장성 문화유적 해설하는 아가씨에게
지지배야! 나랑 연애할까? 그리고 윙크하면서 굿 모닝,
그러자 띵 호와!
장가계 가마꾼에게
네 놈들은 무식해서 호란(胡亂)이라는 걸 모를 거야! 치가 떨린다. 이것이 내가 가마를 탄 이유다. 그러면서 이랴! 낄낄!
한국말을 못 알아들으니 이곳이 천국이다.
일행이 장가계를 둘러보고 항주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송가네 과수댁이 항주에서 머무르게 해달라면서, 가이드에게 일정 변경을 요구했다.
송나라를 창건한 시조 어른에게 인사드리고 술 한 잔 올리는 것이 할아버지의 평생소원이어 옛날 수도인 항주에 왔는데,
막무가내로 송가네는 때를 쓰면서 자리에 누어버렸다.
빡빡한 스케줄이라 난감한 일
아는 채를 좀 해야 쓰겠다.
항주는 송나라 수도였다,
송(宋)이라는 성씨는 중국이 본관이다. 당(唐)나라 때 호부상서(戶部尙書)를 지낸 송주은(宋柱殷)이 조선 송 씨 시조다.
원의 침공으로 북송과 남송으로 갈라졌으나. 당나라 못지않게 찬란한 문화를 가진 나라였다.
모두들 복덕방 김 사장만 쳐다보았다.
김 사장이 한 참을 있다가 결심한 듯이 과수댁을 일으켜 안고 옆방으로 들어갔다.
귓속말로 소곤대는데
‘임자! 창피한 줄이나 아세요. 남이 들을까 무섭소이다.“
당나라를 세운 태종은 당가가 아니라 이세민입니다.
조선을 건국한 시조는 조가가 아닙니다. 이성계이지요.
고가가 고려를 세웠다면 소가 웃을 일입니다.
지금껏 임자가 알고 있는 송나라는 송가가 아닌 다른 성씨가 만든 것이요.
하마터면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술 올리고 절 할 뻔 했소이다 그려!
다음 일은 나에게 맡기시고, 자! 일단 나갑시다.
여러분! 내가 송가네를 데리고 송나라 시조를 모신 사당을 들러보고, 두어 식경 안에 돌아올 것입니다. 일정은 예정 데로 진행하시지요.
여러분의 고마우신 배려에 보답 하고자, 송 여사께서 베이징 덕으로 한턱 쏜다고 합니다.
복덕방 김 사장은 ‘오빠 믿지! 하며 송가네를 어디론가 데리고 나갔다. 보나 마나 비디오다.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13억의 중국땅, 어디로 들어간들 누가 알겠나?
여기에도 박현진의 노래 ‘오빠 한번 믿어봐’ 가 들렸다.
공주 이야기에 부연하여
일 보러 KBS에 갔는데, 라비에서 가가 가가야! 라는 가애란 아나운서와 만나다.
결혼 재미는 어때요?
참! 항상 공주 대접을 받는다는데 무슨 비결이라도?
제가요? 칭찬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여기 오시는 손님들을 왕자 공주 왕비로 대하면 그 분들은 태도가 달라집니다.
영국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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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VbXjfuB4Q8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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