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우리나라 민법은 소멸시효완성의 효과에 관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두지 않기 때문에 그 해석론으로서 절대적소멸설(이영섭대법원판사저「신민법총칙」420면·김기선교수저「한국민법총칙」359면·방순원대법원판사저「신민법총칙」321면·장경학교수저「신민법총칙」581면·곽윤직교수저「민법총칙」469면·김용진교수저「신민법해의(총칙)」301면·이근식교수저「민법강의(상)」201면)과 상대적소멸설(김증한·안이준교수공저「신민법총칙」431면, 특히 김증한교수고「소멸시효론」)이 크게 대립되고 그 밖에도 법정증거설이라 이름할 수 있는 견해(최 식 교수저「민법총칙」369면·정범석교수저「신민법총칙」286면)를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주1) 주1)
소멸시효완성의 효과에 관한 학설의 근거는 각각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절대적 소멸설……① 현행 민법은 구민법과는 달리 시효의 원용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는다. ② 부칙 제8조1항이 「……본법에 의하여……소멸한 것으로 본다」라고 한 것은, 현행 민법의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를 결국 「소멸한다」로 다룰 것을 전제로 한 것에 불과하다. ③ 제369조·제766조1항 등도 또한 「……시효의 완성으로……소멸한다」는 규정형식을 취하고 있다.
상대적소멸설……① 절대적소멸설에 의하면 당사자의 원용없이도 권리는 소멸한 것으로서 재판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당사자가 소멸시효의 리익을 받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의사를 존중할 수 없다는 부당한 결과가 된다. ② 소멸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그 사실을 모르고 변제한 경우에는, 절대적소멸설에 의하면 이른바 비채변제(744조)가 되므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관념에 적합하지 않다. ③ 절대적소멸설에 의하면 시효리익의 포기(184조1항)에 대한 법률적성질을 설명할 수 없다. ④ 절대적소멸설에 의하면 채무자가 간계를 써서 신의칙에 반하는 방법으로 채권자의 시효중단을 방해한 경우에도 그러한 채무자에게 시효의 리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일반의 정의관념에 반한다. ⑤ 우리 민법에서는 등기된 부동산물권도 소멸시효에 걸리게 된다(162조). 따라서 등기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기간의 경과만으로써 등기된 물권이 소멸한다는 것은 부당하다.
법정증거설……이 견해에 의하면 절대적소멸설과 상대적소멸설을 어느 것이나 부정한다. 그리하여 시효완성이란 하나의 증거방법에 불과하고 따라서 모든 소송법상의 증거와 같이 소송에 있어서 소송당사자가 이것을 제출원용함으로써만 법원은 이것을 증거로 하여 재판을 할 수 있다고 하기도 하고, 또는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말미암아 청구권소멸의 법정증거가 성립하며, 그것을 청구권에 대한 항변권으로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법정증거의 제출 즉, 시효의 원용이 있어야 한다고도 한다. 법정증거설은 시효의 완성으로 권리소멸의 법정증거가 성립한다고 보는 점에 있어서는 절대적 소멸설에 접근하지만 그 원용이 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상대적소멸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_ 우선 법정증거설에 의하면 소송법상의 주장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권리의 득실이 증명된다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는데, 이러한 태도는 시효제도의 존재이유를 채증상의 구속이라는 점으로 일원적으로 단정하는 결과 밖에는 되지 않으므로 타당하지 못한다. 절대적소멸설과 상대적소멸설은 소멸시효를 권리의 소멸원인 즉, 하나의 법률요건으로 보는 점에 있어서는 공통되지만, 그러나 첫째 소멸시효의 원용이 없어도 법원이 직권으로써 시효를 고려할 수 있는가의 여부, 둘째 소멸시효완성후에 행해진 변제에 관한 문제, 세째 시효리익의 포기에 관한 이론구성등에 있어서는 론이필연적으로 차이가 없을 수 없다(그러나 학설로서는 절대적소멸설도 권리소멸을 소송에서 공격·방어방법으로서 제출하지 않는 한 법원은 그 리익을 고려할 수 없다고 하므로 첫째 점에 관해서는 결론에 차이가 없다. 그러나 그 이론구성의 타당성을 의심한다). 대체로 절대적소멸설과 상대적소멸설의 성문법상의 최대의 근거는, 전설이 현행 민법상에서는 구민법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 시효의 「원용」을 명문화하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하는데 대하여, 후설은 현행 민법이 시효리익의「포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하는 듯하다. _ 생각컨대, 우리나라 민법이 소멸시효완성의 효과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두지 않고 있는 것은 명백히 립법상의 불비이다. 그러나 민법에서 「원용」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것만으로써 절대적소멸설을 취하여야 한다는 필연성은 없다. 규정의 부존재가 해석론으로써 보충되어야 한다면 상대적소멸설도 또한 절대적소멸설의 경우와 같이 다른 의미에서 민법해석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의 리익의 포기에 관한 제184조는 상대적소멸설에 의해서만이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상대적소멸설이 지적하는 근거를 대체로 긍정하고 특히 시효리익의 포기를 인정하는 민법의 정신을 고려하는 입장에서 상대적소멸설을 지지하며 따라서 소멸시효의 「원용」을 해석으로써 보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본고에서도 역시 이러한 태도를 전제로 한다.
_ 절대적소멸설의 입장을 취하는 한, 소멸시효의 리익의 포기란 시효의 원용에 대한 반대의 개념으로서 원용권의 포기를 의미하며, 그것은 시효의 리익을 받는 자(즉, 원용을 할 수 있는 자)가 그 리익을 받지 않겠다는 일방적의사표시이다. 이와같이 시효의 리익에 대한 포기를 인정하는 것은 시효로 말미암은 권리의 득실과 의사주의가 결합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하나의 전형적인 경우이다. 이에 대하여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소멸시 효리익의 포기는 시효완성의 리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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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사표시에 의하여 리익이 생기지 않았던 것으로 된다고 한다. 그러나 절대적 소멸설은 어디까지나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인하여 당연히 권리가 소멸한다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 그렇다면 권리소멸이란 효과는 소멸시효의 완성과 더불어 절대적으로 발생하고 따라서 시효의 리익은 이미 절대적으로 귀속하게 되기 때문에 「시효의 리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란 존재할 여지가 없다. 그렇지 않고 만약 그것을 이미 받은 리익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포기의 효력이 소급한다는 모순을 낳게 한다. 일반적으로 포기할 때까지 누리고 있었던 권리 또는 리익을 포기한다면 그 효력은 장래로 향하여 발생할 수 있을 뿐이다. 요컨대,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는 한 포기의 효력이 소멸시효완성시에 소급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절대적 소멸설을 취하는 견해중에는 이러한 동설의 흠함을 솔직히 시인하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곽윤직교수 전게 472면), 그것을 민법이 새로이 인정한 독특한 개념유형으로 보고자 하는 견해도 없지 않다(이영섭대법원판사전게 428면). _ 이상과 같은 절대적소멸설에 비하여 상대적소멸설에 의하면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가 당연히는 소멸하지 않고 다만 시효의 리익을 받는 자에게 권리소멸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 즉, 원용권이 생길 뿐이라고 해석하므로, 소멸시효의 리익의 포기를 원용권의 포기라고 봄으로써 그 이론을 순단하게 구성할 수 있다.
_ 제184조제1항는 「소멸시효의 리익은 미리 포기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그 이유는, 첫째 시효제도란 일정한 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권리의 득실을 발생시킨다는 객관적측면을 갖는 공익상의 제도이기 때문에 개인으로 하여금 미리 그것을 배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부당하고, 둘째 시효완성전에 그 리익의 포기를 인정한다면 권리자가 자기의 태만으로 인한 권리불행사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불이익을 면하고자 약자인 의무자에게 포기의 특약을 강제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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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여기서 「미리」란 시효완성의 전이라는 뜻이다. 시효가 진행을 개시하기 이전(특히 채권이 성립하는 때)에 포기의 특약을 하는 따위가 전형적인 경우이겠지만 시효진행중이라도 동일하다. 즉, 장래에 있을 시효완성에 대하여 그 효과의 불발생을 사전에 약속한다는 것은 제184조1항에 의하여 허용될 수 없다. 다만 과거에 진행하여 왔던 기간에 대한「포기」는 승인(168조3호)으로서 시효중단의 효과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또한 제184조2항은 「소멸시효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이를 배제·연장 또는 가중할 수 없는 것」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소멸시효제도를 전적으로 배제하고자 하는 의사표시는 물론, 예컨대 시효기간을 연장하는 특약, 시효의 기산점을 늦추는 특약, 중단이나 정지의 사유를 추가하는 특약 따위는 어느 것이나 무효로 이루어지는 것이다(독민 225조 참조). _ 그러나 소멸시효를 법률행위에 의하여 단축 또는 경감하는 것은 무방하다(184조2항·독민 225조 참조). 왜냐하면 법정의 기준보다 효력이 약한 권리를 특히 설정한다는 것은 법률행위자유의 원칙상 일반적으로 허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_ 제184조의 반대해석으로서 소멸시효완성후에 시효의 리익을 포기하는 것은 허용된다(통설·불민 2220조는 이를 명문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해석은 시효제도에 있어서의 의사주의와 조화할 뿐만 아니라 시효중단에 있어서의 승인과도 조화한다(186조3호). 그러나 시효리익의 포기의 성질에 관해서는 절대적소멸설과 상대적소멸설에 따라서 각각 이론구성을 달리하는데 이에 관해서는 이미 위에서 설명한 바 있다. _ (1) 소멸시효완성후의 시효리익의 포기는 일종의 의사표시이며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이다. 또 그것은 재판외에 있어서도 할 수 있고 보통의 의사표시와 마찬가지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다(예, 당사자자 「채무의 승인」이란 말을 사용하더라도 여기서 이른바 시효완성후의 포기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효리익의 포기은 포기자에게 불이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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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 포기를 위해서는 처분능력 또는 처분권한이 있을 것이 필요하다(통설). _ 시효리익의 포기는 일종의 의사표시이므로 포기가 있었는가의 여부는 결국 의사표시해석의 문제가 된다. 그런데 시효가 완성한 후에 연기증을 교부하거나 변제를 한 경우에 그것이 시효리익의 포기가 되는가는 문제이다. 생각컨대, 변제를 하든가 연기증을 주든가 하는 모습으로 변제할 의사를 분명히 표시한 때에는 특히 시효의 리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란 류보를 하지 않는 한, 그로 인하여 시효의 리익을 포기한 것이 되고 다시 원용을 할 수는 없게 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동지, 김증한·안이준교수전게 438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즉, 시효는 영속된 사실상태를 보호하고자 하는 제도이기는 하지만, 당사자가 이미 변제한 경우는 물론 그 채무를 변제하고자 하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경우에는 권리관계가 이미 당사자간에서 명백하게 되므로 후에 다시 시효의 원용으로써 그것을 뒤집는다는 것은 시효제도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독민 222조·스채 63조2항은 이 취지를 명문으로 규정한다). _ (2) 시효리익의 포기의 효과는 상대적이다. 즉, 시효리익을 받을 자가 수인있는 경우에 그 중의 일인이 포기하더라도 그 효과는 다른 자에게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예컨대, 주채무자가 시효리익을 포기하더라도 보증인의 원용권에는 영향이 없고 련대채무자 중의 일인이 포기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또 저당채무의 채무자가 시효리익을 포기하더라도 저당부동산의 제삼취득자의 원용권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_ 그리고 시효리익의 포기의 효과가 미치는 물적범위에 관해서는 금전채권의 경우와 같은 가분채권의 일부에 대하여 채무자가 취한 행위가 그 전부에 대한 포기로 볼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요컨대, 당사자에 대한 의사해석의 문제이지만, 일반적으로 그 전부에 대한 포기로 보아야 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