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킬에서 출항하여 9시간동안 앞으로의 기대와 설레임이 교차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는 진지해져야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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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53은 별일없이 북해로 진입했습니다.
그저 중립국 선박의 좌표 여러개와 추격이 불가한 적 선박의 좌표 두 개를 건네받았습니다.
그러다가 0604시 새벽에 5척으로 구성된 콘보이와 접촉했습니다.
이에 자함은 교전에 대비하기 위해 진방위 335에서 060까지 변침했습니다.
다만 노르웨이 해안과 가까운 해역이므로 국적을 주의깊게 식별하고자 했습니다.
한 1500m정도 다가가서야 국적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노르웨이 선박들이었습니다.
아쉽지만 노르웨이는 아직까지 중립국이었습니다.
심지어 대열 중간에 소해함이 있어서 약간 위험할뻔 했습니다.
아쉽지만 가던 길 가야합니다. 보셨다시피 잠수함은 국가간에 문제일으키기 쉬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혹은 일부러 이런것을 의도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만약 국적을 제대로 식별하지 않고 이 콘보이를 공격했다면 외교문제로 비화되어 독일의 연합군에 대한 전쟁수행에 영향을 끼칠수도 있었습니다.
실제로도 독일 유보트가 1939년 9월 3일에 공격하여 최초로 격침시킨 영국 선박은 여객선 SS Athenia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되니츠 제독이 종전때까지도 비밀로 부쳤던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맥락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때 당시 히틀러는 연합국의 적의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유보트의 전술적 가치를 제약하면서까지 나포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었습니다(나중에야 사실상 무제한 잠수함전으로 이행). 그런데 SS Athenia에는 53명의 캐나다인과 28명의 미국인이 탑승하고 있었습니다.
이 당시 미국은 중립법(neutrality act)에 의거하여 유럽대륙에서의 전쟁과 아직은 무관한 상태였습니다. 독일 지도부는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을 깨우고 싶어하진 않았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SS_Athenia_(1922)
https://en.wikipedia.org/wiki/Neutrality_Acts_of_the_1930s
그렇게 아쉽게 돌아가다가...
통신사가 근처에 위치한 적 상선의 좌표를 획득했습니다!
동그라미를 그려서 추적할 수 있을지 계산해봤습니다.
충분히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여유롭게 랑데뷰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눈알이 빠져라 사방을 주시합니다.
31분만에 표적과 접촉했습니다.
방위끌림 우측이었고, 식별해보니 2100톤 증기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증기선이 방위끌림 좌측으로 급변침했습니다.
대략 3000m쯤에서 자함을 발견한것으로 보입니다.
차후의 주간공격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거리를 측정해봤습니다. 측정결과는 3400m.
주간공격시 육안에 의존하는 표적에게 들키지 않은 상황이라면 넉넉히 4000m 정도 이격하면 될 거 같았습니다.
표적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표적이 필사적으로 회피기동하고 있었습니다.
사일런트헌터 4에서 처럼 3에도 총원전투배치 기능은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작동되질 않습니다.
그래서 적절한 승조원을 직접 원하는 위치에 배치시켜줘야합니다.
독특한 점이라면 함포나 기관포에 인원을 배치하면 견시를 보던 당직자들은 당직사관만 빼고 함교탑에서 퇴거합니다.
현실 회고록들을 읽어보니 위험할땐 아예 당직자들 전원 퇴거하고 함장이 혼자 함교탑에서 지휘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뭔가 상황이 발생했을때 함장은 전투정보실에 있기보다는, 직접 함교탑에 올라가서 지휘하다가 잠항이 필요하면 자신이 가장 마지막으로 함교탑에서 퇴거하면서 해치를 닫는것으로 보였습니다.
Feuer!!
함포요원들이 표적의 크레인을 정확히 맞춰 날려버렸습니다.
이렇게 두번째 초계에서의 첫 전과를 기록했습니다.
기록들을 읽다보니 유보트 부대는 뭔가 차갑고 은밀한 그런 집단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인터넷상에서 쓰는 표현인 '열혈'에 가깝습니다. 무모할 정도로 용감할 것을 요구받았고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기도 했습니다.
되니츠의 한 사례를 들면 될 거 같습니다. 되니츠가 잠수함 부대장(FdU)가 되어서 바꾼 사항중의 하나는 교전거리였습니다.
기존 교리에서 유보트는 표적에게 발각당하지 않기 위해 3000m 거리에서 교전하도록 지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되니츠는 600m로 뜯어고쳤습니다. 참고로 제가 알기에 이 당시 어뢰들의 안전항주거리는 500m입니다.
신속히 교전지점에서 이탈하여 갈 길 갔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깃발따위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디젤도 아주 넉넉했습니다.
또다시 적 상선의 좌표를 획득했습니다.
또다시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계산했습니다.
3시간이내에 3800m 거리에서 접촉할 것이고, 충분히 추격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지난번 초계와 달리 풍속도 7노트로 함포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랑데뷰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아까처럼 대기했습니다.
추격을 시작한지 2시간 30분만에 표적과 접촉했습니다.
한 5000m쯤 떨어져 있는듯 해서 앞지름각을 주고 14노트로 추격했습니다.
식별결과 7000톤의 화공약품 운반선이었습니다.
찾아보니 'Pyro'가 유기산이 아닌쪽의 산들을 의미하는거 같은데 잘은 모르겠네요.
역시 차후의 야간공격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한 1400m 거리인데도 아직 발각당하지 않았습니다. 1600m 이격하면 발각당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아, 드디어 들켰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함포를 쏘며 반격해왔습니다!
일단 저쪽의 초탄은 조명탄이었습니다.
결정해야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잠항할지 아니면 밀어붙여볼지.
저는 앞서의 교전에서 상선이 함포로 격침당할때까지 5분도 걸리지 않았으므로 이 녀석도 금방 제압할 수 있을거라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화학약품을 잔뜩 싣고있던 배였으니까요.
잠깐 긴장된 순간이 있었지만 운이 좋았습니다. 금방 불타오르며 격침당했기 때문입니다.
한밤에 이토록 불타오르니 항공기가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긴급잠항을 지시하였고 산소탱크를 쓰지 않을 정도로만 잠항하여 현장을 벗어날 생각이었습니다.
그 찰나의 순간에 얼마나 많은 선원들이 빠져나왔을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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