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잠실에서 꼭 홈런 20개를 날릴 겁니다.” 최준석(25,두산)이 나타나자 헤렌 스포츠클리닉이 꽉 찬 느낌이다. 125kg의 거구이니 그럴 만하다. 최준석은 지난해 8월 23일 잠실 SK전에서 7회말 홈으로 뛰어 들어오다 왼쪽 무릎을 다쳐 정밀 진단을 받고 11월 8일 수술을 했다. 1월 3일은 최준석이 재활을 시작한 지 1개월 보름이 지난 날이었다.
최준석의 트레이너 이형삼(27)씨는 최준석에 대해 “언제나 가장 이른 시간에 나와 가장 열심히 운동한다.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최준석의 재활 프로그램은 오전과 오후로 나뉜다. 오전에는 워밍업 위주의 기초체력 회복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최준석의 재활 프로그램 15단계를 순서대로 따라가 봤다.
1단계-핫팩
먼저 왼쪽 무릎에 뜨겁게 찜질 팩을 한다. 핫팩의 온도는 섭씨 75도 정도다. 피부에 직접 닿으면 화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수건으로 감싼 뒤 부상 부위에 팩을 올려놓는다. 이형삼 트레이너는 “체온을 높이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간은 15분에서 20분 정도.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최준석은 자신도 모르게 “시원하다”를 연발했다.
2단계-사이클
핫팩에 이은 워밍업의 연속이다. 사이클에는 1분 동안 회전을 뜻하는 RPM(Revolution Per Minute)이 있다. 최준석은 1분에 70바퀴를 돌리는 레벨4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중간 단계다. 20분의 운동시간은 당일 컨디션에 따라 건너뛸 수도 있다.
3단계-다리 스트레칭
두 개의 동작이다. 첫 번째는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트레이너가 다리를 배 쪽으로 구부려 왼쪽과 오른쪽 다리를 각각 10초씩 누른다. 두 번째는 다리를 엇갈리게 한 뒤 허리와 무릎을 동시에 누른다. 최준석이 “아이고, 죽겠다”고 소리쳤다. 다리 스트레칭은 무릎의 안정성을 살리고 다리 근육이 경직되는 것을 막는다.
4단계-사이벡스 기구
최준석의 ID 1780712를 컴퓨터에 입력하자 예전 운동 기록이 떴다. 15단계 가운데 최준석이 현재 가장 힘들다고 말한 기구 운동이다. 등속성 운동기구로 지칭되는 사이벡스는 다리의 최대 근력을 측정해 눈 앞에서 전산화한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고정대에 끼우고 지정된 사이벡스의 각도에 따라 다리를 올린다.
사이벡스의 각도에 따라 다리에 걸리는 하중이 다르다. 사이벡스 각도가 작을수록 하중이 많이 걸려 고정대를 들어올리기 어렵다. 각도는 60도부터 90도, 180도, 240도, 360도까지 있으며 60도는 10회, 360도는 30회를 한다. 다리를 차는 힘과 구부리는 힘, 근육의 가동 범위 등 측정 결과가 컴퓨터 모니터에 그래프로 표시된다.
5단계-짐볼 프리웨이트
짐볼을 이용한 스쿼트로 5세트씩 20회를 한다. 짐볼을 허리와 벽 사이에 끼우고 몸을 벽 쪽으로 기댄 다음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한다. 겉으로 볼 때는 쉬운 동작 같지만 최준석은 “모든 체중이 뒤쪽으로 몰리기 때문에 의외로 어렵다”고 말했다.
6단계-런지
어깨넓이로 발을 벌리고 곧게 선 채로 덤벨을 두 손으로 잡고 무릎을 구부리는 운동으로 무릎의 수직이동이 주안점이다.
7단계-카프레이지
종아리 운동으로 제자리에서 발꿈치를 들었다 내린다. 5세트 20회를 한다.
8단계- 공 받기
균형 잡기 운동이다. 스티로폼 6장 위에 올라가 한 쪽 다리를 들고 트레이너가 던지는 지름 10cm의 고무공을 받는다. 불안정한 지면에서 몸이 흔들리는 가운데 방향이 일정치 않게 날아오는 공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오른쪽과 왼쪽으로 각각 20회씩 공을 던진다. 8단계를 한 최준석은 “발바닥부터 골반까지 찌릿하다”고 말했다.
9단계-어깨근육 강화
공을 던지는데 쓰는 근육의 재활을 돕는다. 덤벨이나 튜빙이 이용된다. 손목 굴곡근, 신전근, 회내근, 회외근 등의 동작에 도움을 준다.
10단계-팔꿈치 보강운동
손목의 힘을 키운다. 탁자 위에 팔을 뻗고 긴 장대를 잡고 있으면 트레이너가 장대를 돌려 재활자의 손목에 자극을 준다. 손목 스피드를 높여 장타에 유용한 운동이다. 시계방향과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을 반복한다.
11단계-스테퍼
계단 오르내리기 운동이다. 길게는 한 시간까지 할 수 있다. 체중을 발에 충분히 실어 발판을 밟고 올라간다. 지방을 태우는 유산소 운동으로 오전 운동을 마무리한다.
12단계-레그컬
오후의 웨이트트레이닝은 상체와 하체 운동으로 나뉜다. 상체운동은 12가지, 하체운동은 8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최준석은 이날 하체 운동으로 가운데 레그컬과 레그익스텐션, 상체운동은 랫풀 다운과 체스트 프레스를 했다. 레그컬은 허벅지를 강화한다. 5세트씩 15회에서 20회를 반복한다. 최준석은 평소에는 60kg, 재활할 때는 40kg을 든다.
13단계-레그익스텐션
레그컬과는 달리 앉아서 대퇴사두근인 앞 허벅지를 단련한다. 최준석이 평소 기구에 놓은 무게는 80kg이지만 현재는 50kg이다.
14단계-랫풀 다운
등근육을 강화한다. 30kg과 40kg을 번갈아 반복하며 15회에서 20회를 한다. 손잡이를 목 부근의 쇄골까지 당기며 숨을 내쉬고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며 숨을 들이킨다.
15단계-체스트 프레스
앉아서 손잡이를 밀며 가슴 근육을 보강한다. 벤치프레스와 달리 자세가 안정돼 더욱 무거운 무게를 들 수 있다. 15단계를 모두 마친 최준석은 “재활 운동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편한 방법을 찾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자신을 강하게 다그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빨리 회복해 올해 두산의 우승에 꼭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