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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찢어진 청바지 틈』은 윤남석의 새로운 미학 창조를 시도한 비평서이다. 동업자 의식에 편승하여 추켜 세우기식 비평적 한계에 머물러 있던 그동안의 문예 비평을 비판했다. 저자는 ‘삐딱하게 보기’를 통해 재미없고 딱딱한 비평적 견지를 벗어나, 색다른 의미 부여와 해체적 관찰에서 비롯된 창조적 해석을 이용해 작품을 바라봤다.
저자 : 윤남석
윤남석은 시인 정지용의 시, 「향수」에“아무러치도 않고 여쁠것도 없는”이란 구절이 나온다. 그 부분이 참 괜찮다, 싶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고,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삶을 살아온 것 같다. 하지만 내겐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작년(2011)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을 받아, 산문집『냄비받침』을 출간한 바 있으며, 요즘엔 소설도 쓰고 있다. 그렇게 앞으로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고,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삶을 살아내고 싶다.
목차
“별 시답잖은 넋두리 04
“응” 10
오, 가슴이 뭐냐? 20
아직도 저를 간통녀로 알고 계시나요 30
바람이 분다 39
Q 46
천년 후의 여자 하나, 오래 잠 못 들게 하는 55
칼의 노래 68
치마 80
부처를 범했더니 거기 내가 있네 91
아버지의 논 103
오메르타Omerta 112
메밀꽃 필 무렵 123
고흐 씨와의 데이트 132
백설공주를 깨우지 마 143
門, 그리고 36.5 degrees 152
소주병 161
꽃숨 168
그대를 맞는 내 몸이 오늘 신전이다 180
다시 알몸에게 193
팔팔조도叭叭鳥圖200
동백꽃 지다 207
구더기들의 아름다운 질주 219
사람의 땅, 그 굴곡의 미학 226
모든 게 그냥 그런 게 아니었는데 248
잡문을 쓰고 나서 260
서평
1. 첫 시도한 실험적 비평서
수필가 윤남석의 [찢어진 청바지 틈](해드림출판사)은, 국내 문달한 예술가의 작품에서 ‘새로운 미학 창조하기’를 시도한 첫 실험적 비평서다. 찢어진 청바지 틈으로 보이는 육감적 미감이 돋보이는 해석이요, 비평이다.
문학이 현실에 대해 의미 있는 해석을 내려 보고자 하는 행위라면, 어떤 텍스트에서 또 다른 텍스트를 뽑아내는 작업은 즐거움일 수밖에 없었다. 새로움은 의미 있는 텍스트의 근거가 되는 가치를 알게 했고, 텍스트는 예측불허의 틈새를 공략할 수 있게 유혹의 손길을 보냈다. 그렇게 텍스트를 통해 예술적 형상화 대상이나 주제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천착의 욕망을 접할 수 있었고, 그 욕망의 진실은 표현기법의 다양화를 이끌어내게 했다. 오랜 관념에 박힌 틀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예술 장르와 통합을 통한 새로운 시도, 그것은 바로 문학적 크로스오버Crossover였다.
2. 명품이 명품을 만든다
견고하기만 했던 장벽 깨기의 첫 번째 작업은 ‘~다워야 한다’라는 고리타분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텍스트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문정희, 김선우, 박순원, 김훈, 박운식, 공광규, 김이듬, 이대흠, 권희돈 등의 문인과 사진작가 남경숙, 화가 강요배, 설치미술가 장지아, 가수 이소라, 한병문 장도장, 임성안 목조각장 등의 예술세계를 통한 변별력 있는 해석 작업, 텍스트의 내부에서 텍스트를 갱신하고, 텍스트의 외부에서 색다른 텍스트를 창안하는 작업, 텍스트라는 바운더리 안에 갇혀 있길 거부하는 속성을 구상하고 인지하고 수용하는 작업, 그렇게 텍스트 안에서 처절하게 텍스트와 싸우고 싶었던 것이다.
3. 동업자 의식에서 벗어나다
그동안 문학판에서 이루어진 텍스트를 통한 비평은 이론적 접근을 통한 문예 비평적 성격이 강했고, 동업자 의식에 편승된 추켜 세우기식 비평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기에, 약간 ‘삐딱하게 보기looking awry'를 통한 새로운 변용을 이끌어내고 싶었던 참이었다.
재미없고 딱딱한 비평적 견지에서 비껴나서, 재구성을 통한 색다른 의미 부여와 해체적 관찰을 통한 창조적 해석으로 이제껏 시도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런고로 예술적 자아와는 전혀 다른 시각의 문화적 상상과 의미화 과정을 통한 창조적 울림이 신선하게 독자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 그 어울림을 위해 다양한 문화를 끌어들여 접목시켜야 했고, 그 새로운 조명을 통해 고정화된 장르적 영역의 껍질을 깨는 실험적 산문의 세계를 저자 나름대로 열어보고자 함이었다.
극한의 슬픔이 빗방울을 타고 흘러내린다. 슬그머니, 가슴이 도진다. 애써 잊고 있었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전혀 겪어 보지 않았던 일도 지금 막 경험하게 할 것처럼 현혹하는 듯하다. 들뜬 마음이나 일어난 생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한 바람, 작은 일을 부풀려서 크게 말하는 일과 남을 부추기거나 얼을 빼는 일을 가리키기도 하는 바람, 무슨 일에 더불어 일어날 기세를 뜻하는 바람, 또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이기도 한 그것은?머리 푼 제갈공명이 칠성단에서 기다리던 동남풍처럼?무대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그것은 불다, 일다, 쐬다, 에서 들다, 맞다, 샌다, 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바람이‘바람처럼’빠르게 몸빛을 바꾸는 능력이 예사롭지 않다.
바람은 소리 없이 다가오지만, 대체적으로 소리를 가진 편이다. 바람이 직접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그 바람을 쐬거나 맞는,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것들이 바람과 부딪쳐 내는 소리, 라고 하는 게 적당하다. 좁은 틈 사이로 세차게 새어나오는 소리는 색, 그것이 매우 세차게 새어나오면 식. 나뭇가지나 물건의 틈 사이로 스쳐 지나가면 솨, 스쳐 불면 쏴, 몰아쳐 불면 쇄, 갑자기 빠르게 불면 횡, 갑자기 빠르고 세게 불면 휭, 갑자기 아주 세게 불면 휙, 거칠게 스쳐 지나가면 휘, 세차게 스쳐 지나가면 쌩, 매우 세차게 스쳐 지나가면 씽, 또 그
것은 펄럭, 팔락, 폴락, 풀럭, 웅웅, 융융, 확확, 폴랑, 팔랑, 풀렁, 살랑, 설렁, 선들, 산들, 건들, 간들대기도 한다. 바람살은 그렇게 능수능란한 면모를 선보일 줄 안다.
-‘바람이 분다’ 중에서
비록 소아적 쾌감을 채우는 데는 실패했지만, 사내아이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이 김선우에게 오줌 멀리 보내기 연습을 시켰던 것 같다. 하지만 남자와의 오줌발 시합에서 유일하게 이겼던 여자도 있다. 제주도에 전승되는 서사 무가「세경世經본풀이」에 나오는 자청비自請妃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자청비는 하계로 내려온 문도령을 따라갈 심산에, 남장을 하고 글공부를 같이 하게 된다. 자청비의 책 읽는 소리나 행동을 이상히 여긴 문도령이‘오줌발 멀리 갈기기’시합을 제의하기에 이른다. 달 밝은 밤에 겨루게 되었는데, 자청비의 오줌발이 더 멀리 나가는 것을 본 문도령은 더 이상 자청비를 의심하지 않는다. 자청비는 미리 준비한 대나무를 가랑이에 끼우고 필사적으로 내갈겼던 것이다. 이후 둘은 사이좋게 글공부에 전념하게 된다. 교묘한 꾀를 부리긴 했지만, 일단 자청비가 이겼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깎아 만든 대나무를 끼우고 서서 볼일을 봤다면, 요즘은 오줌 깔때기 P-Mate라는 제품이 출시되어 여성들도‘서서 쏴’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서서 쏴’가 남성들만의 독점적 행위였다면, P-Mate는 그 비합리적 요소를 단숨에 평정할 만한 제품으로 손색없어 보이기도 한다.
-‘오메르타Omerta’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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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영동 사는 윤남석 작가 늘 조용한 모습인데 문학에 대한 열정은 한 겨울의 얼음도 다 녹일 정도로 활활 타오르지요.
지금도 어디에선가 글 꼬투리를 물고 궁리하고 있을 윤형, 책 잘 받았수 건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