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Rapport)와 공감(Empathy)
‘라포르’는 ‘상호 간의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를 뜻합니다.
두 사람 사이의 공감적인 인간관계 또는 그 상태를 말합니다.
상담자나 치료자가 내담자와 맺는 ‘마음이 통하는 상태’입니다.
상담 영역에서는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으로 봅니다.
사회사업에서 ‘라포르’는 변화를 위한 단순한 친밀한 관계를 넘어 ‘전문적 원조 관계’를 뜻합니다.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관계입니다.
그런 관계에 놓여 있으니 욕구 합의와 계획 진행이 원활합니다.
이는 단순한 사교적 친밀함과 달리 당사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형성한 관계입니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만나는 ‘전문적 원조 관계’이자, 형식적으로는 ‘한시적 계약 관계’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형성되는 신뢰와 존중은 매우 중요합니다.
신뢰와 존중이 인격적 관계를 만들고, 인격적인 관계로 만나야
당사자가 끝까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자기 문제를 풀어갈 수 있고,
사회사업가도 시종일관 그 일을 거드는 자리에서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때, ‘인격적 관계’는 ‘인간적 관계’와는 다릅니다.
인격(人格)적 관계란 서로 ‘격(格)’ 있는 관계로 만나는 상태입니다.
당사자도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도와야 하고, 그 ‘사람다움’이 바로 품격(品格)을 뜻합니다.
사회사업에서 ‘사람다움’의 실체는 ‘자가 삶’과 ‘어울리는 삶’에 있으니,
당사자가 자기 삶을 살고 어울려 살게 돕는 일이 그 사람의 품격인 ‘인격’을 생각하며 돕는 일이 됩니다.
‘라포르(Rapport)’는 당사자와 사회사업가 둘 사이에 놓인 ‘다리’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라포르는, 사회사업가가 그 다리를 건너가 당사자의 자리에 서 보는 일입니다.
상대방이 처지에서 그 어려움에 무게를 짐작해보는 관계.
이때 사회사업가는 당사자를 이해하게 되고,
그렇게 자신을 이해하려는 사회사업가를 당사자는 신뢰합니다.
따라서 라포르는 인격적이며 신뢰적 관계를 뜻합니다.
이때 ‘공감’은 그 다리를 건너가게 만드는 ‘동력’에 가깝습니다.
공감은 감정 상태로 들어가는 수단적 과정입니다.
당신이 느끼는 고통이 나에게도 전달된다는 감정적 일치를 향합니다.
사회사업에서 ‘공감’은 당사자의 아픔을 함께 느낀다기보다 (맥락 속에서) 상대의 경험 세계를 이해하려고 하고,
그 이해를 전달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사회사업에서 ‘공감’은 동일한 감정을 느끼는 일이기보다
상대의 감정을 그 사람 처지에서 이해하려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공감만 있으면 라포르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라포르는 공감을 포함해 상호 신뢰, 진정성, 존중, 전문성 따위가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관계 상태입니다.
단순히 친밀하고 가깝다고 느끼는 관계를 넘어,
이 사회사업가와 함께라면 내 문제를 풀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까지 포함한 넓은 개념입니다.
즉, 공감은 라포르 형성에 핵심 요소이지만 유일한 도구는 아닙니다.
또한, 라포르는 우리 실천의 종착점이 아닙니다.
이는 사회사업가의 전문적 원조 기술을 이뤄가기 위한 바탕입니다.
다리 양쪽 끝의 수평이 맞게 설계해야 튼튼하듯,
당사자와 사회사업가의 위치가 동등하게, 서로의 격이 맞게 관계하는 상태가 ‘라포르’입니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라포르’보다 ‘인격적 관계’라는 말을 주로 사용합니다.
전문적 원조 관계의 본질을 담아내기 위해,
기술적 용어인 ‘라포르’ 대신 당사자의 품격과 자기 삶을 존중하는 ‘인격적 관계’라는 용어를 선호합니다.
‘라포르를 형성했다’는 말이 자칫 ‘상대를 변화시키기 위한 밑작업을 마쳤다’는 기능적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라포르’는 전문가들 사이의 은어처럼 쓰일 때가 많아 당사자에게는 낯설고 수직적인 느낌을 줄 위험이 있습니다.
‘인격적 관계’ 혹은 ‘인격적으로 만난다’는 표현은 당사자에게도 훨씬 직관적이며,
‘나를 한 명의 온전한 인간으로 존중하고 있다’는 안심을 줍니다.
이런 용어는 사회사업가가 추구하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사는 삶을 이루는 데도 유리합니다.
‘인격적 관계’는 만남의 시작부터 끝까지 상대의 격(格, 사람다움)을 존중하겠다는 사회사업가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라포르’는 ‘당사자와 인격적이고 신뢰적인 관계 형성’을 뜻합니다.
사회사업가는 특히 만남 초기에 당사자와 이 같은 관계 형성에 힘씁니다.
인격적이고 신뢰적 관계가 마련되면, 이후 이어지는 욕구 합의나 계획 수립 및 진행은 순조롭습니다.
당사자는 나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신뢰하는 사회사업가의 바람대로,
더욱 주체적으로 그 일을 이뤄가려는 마음도 깊어질 겁니다.